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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 중년배우 총출동, 청년시절과의 싱크로율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사랑비

'사랑비' 중년배우 총출동, 청년시절과의 싱크로율은?

빛무리~ 2012. 4. 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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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배경이 현재로 넘어오고 서준(장근석)과 정하나(윤아)의 산뜻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드라마의 분위기는 한 순간에 싹 달라졌습니다. 4회까지의 견딜 수 없는 답답함에서 벗어난 것은 좋은데, 일본 올로케로 진행된 5회에서는 약간의 거부감을 떨칠 수 없더군요. 물론 북해도의 절경은 아름다웠지만, 일본의 여행지 곳곳을 친절하게 소개하듯이 보여준 것도 모자라, 하필이면 남녀 주인공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거기서 처리하고, 남녀가 다이아몬드 스노우를 함께 보면 사랑하게 된다는 전설까지 등장하니까, 이건 뭐 완전히 일본 드라마 같았거든요..;; 하지만 어차피 일본 수출용이고, 자본의 힘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 대충 이해해야겠죠.

 

6회에는 비로소 모든 등장인물이 2012년 현재, 한국으로 모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32년 전의 그 친구들, 헤어진지 불과 일주일인데 벌써부터 너무나 궁금하고 그리워지던 친구들의 변화된 모습이 등장했군요. 한 사람씩 나타날 때마다 어찌나 반갑던지, 제 입가에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더랍니다. 그들끼리는 지난 세월 동안 꾸준히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하면서 친하게 지내왔다지만 (김윤희 제외) 우리 시청자들은 32년만에 처음 보는 거잖아요!

어떤 인물은 20대 초반의 청년시절과 99.999% 완벽한 일치를 이루어 감탄을 자아냈고, 또 몇몇 인물은 원래 갖고 있는 배우의 이미지가 상당히 다른 편인데도 출중한 연기를 통해 흡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같은 인물임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습니다. 또 어떤 인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달라진 외모 때문에 느닷없이 빵 터지게도 만들었지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지극히 자의적인 기준의 싱크로율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1. 서인하 (장근석 → 정진영) : 싱크로율 92~96%

 

영화 '즐거운 인생'을 함께 촬영했던 2007년 이후, 정진영은 후배 장근석에 대해 깊은 신뢰와 호감을 지니고 있는 듯합니다. 그 당시만 해도 장근석은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스무살이었는데, 까마득한 대선배이며 국내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는 정진영, 김윤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위축되지 않는 당돌한 연기를 보여주었지요. 2년 후, 정진영은 자신이 주연으로 캐스팅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의 용의자 피어슨 역할에 장근석을 적극 추천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수차례 호흡을 맞추며 서로에게 익숙해진 탓일까요? 장근석과 정진영, 두 사람의 기본 이미지는 확연히 다른데도 의외로 싱크로율은 매우 높았습니다.

이제 보니 '서인하' 캐릭터는 장근석이 아니라 정진영을 위해서 만들어진 맞춤형 옷이었군요. 장근석이 입었을 때는 너무도 안 어울려서 짜증만 났었는데, 정진영이 입으니까 그 특유의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나며 비로소 '서인하'가 어떤 인물인지가 파악되기 시작했습니다. 55세의 화가이며 미대교수인 서인하... 원래 이 인물은 매우 선이 굵은 남자로서 중후하고 과묵한 매력이 있었네요. 선이 가냘프고 센시티브한 스타일의 장근석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배역이었죠.

 

하지만 장근석은 답답한 와중에도 서인하 캐릭터의 특징을 제법 잘 표현해 놓았습니다. 본인이 연기하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정진영이 이어받고 나니 알겠더군요. 32년 전의 청년 서인하가 나이들면 저런 사람이 되어 있겠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실감할 수 있었거든요. 이는 장근석과 정진영, 두 사람의 연기력이 결합되어 이루어낸 성과라고 생각됩니다.

 

2. 백혜정 (손은서 → 유혜리) : 싱크로율 43~48%

서준의 생모이며 서인하의 전 아내 백혜정 역할을 맡은 유혜리의 첫인상은 썩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합니다. 외모는 손은서와 엇비슷한 듯도 싶지만, 목소리 톤이나 이미지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군요. 좀 더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이미지의 중견 여배우가 맡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손은서가 표현하던 20대 초반의 백혜정은 "저런 싸가지~"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만큼 이기적이고 뾰족한 인물이었는데, 유혜리에게서는 차분히 정돈된 카리스마가 느껴지니 좀처럼 같은 인물이라는 실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서준이 젊었을 때의 아버지 모습을 꼭 빼닮기는 했지만 성격은 정반대잖아요? 따라서 당연히 그 까칠한 성격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당한 여성 기업인으로 성공했으면서도 여전히 전남편 서인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애절하고도 기품있는 중년 여인으로 변모한 백혜정을 보니, 서준의 싸가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지요..;; 물론 날카롭고 뾰족하던 사람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둥글해지긴 합니다만, 이 캐릭터는 앞으로 꾸준한 노력에 의해 싱크로율을 높여갈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생각됩니다.

 

3. 김창모 (서인국 → 박지일) : 싱크로율 99.999%

LP판으로 가득 채워진 DJ박스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으로 중년의 김창모가 등장하는 순간, 얼핏 제 귀를 의심했지요. 그 사투리 억양과 대사치는 목소리가 어찌나 서인국과 똑같던지, 신선한 충격과 놀람에 심장이 쿵쿵 뛸 지경이었습니다. 진정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박지일이군요. 2005년작 드라마 '토지'에서 여주인공 서희의 아버지 최치수로 열연하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원작소설의 최치수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저는 혹시라도 연기 못하는 배우가 맡아서 캐릭터를 망가뜨리면 어쩌나 염려했었는데, 박지일은 기대 이상의 훌륭한 연기로 최치수라는 인물을 멋지게 표현해 주었지요.

 

김창모는 그 캐릭터 자체가 아주 독특하고 매력적입니다. 누구보다 우정을 귀히 여기던 의리파 청년, 노래를 향한 열정 또한 가장 뜨겁게 불태우던 이 청년은, 50대 중반을 넘긴 지금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서 음악카페를 운영하고 있군요. 그가 짝사랑하던 백혜정은 서인하에게 시집가서 아들을 낳았고 (물론 얼마 못 가서 헤어졌지만), 그를 좋아하며 따라다니던 황인숙(황보라)도 돈 많은 미국인에게 시집가서 재벌 사모님이 되었지만, 노래 속에 인생을 담은 이 남자 김창모는 여전히 고독하고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음악카페에서, 그는 저녁이면 스스로 무대에 올라 기타치며 노래를 한다지요. 우리는 이 드라마 덕분에, 뮤지컬 무대에서나 감상할 수 있던 박지일의 명품 노래를 안방에서 듣는 행운을 누리게 될 것 같습니다.

 

4. 이동욱 (김시후 → 권인하) : 싱크로율 10~15% (외모는 0%지만, 노래하는 모습은 혹시나..;;)

의사 가운을 입은 중년의 이동욱은 비주얼적으로 쇼킹 그 자체였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 해도 사람의 외모가 저렇게까지 달라질 수가 있나요? 설마 아니겠지, 이건 아닐거야, 믿을 수 없어... 애써 부인하려 했지만, 화살표는 아주 분명히 그 사람이 이동욱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20대의 이동욱을 김시후가 연기하지 않았다면, 현재 그의 아들로 출연하는 이선호(김시후)는 막연히 "엄마 닮았나보다.." 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걸 도대체 어쩌면 좋을까요? 너무 황당하니 갑자기 웃음이 빵 터져 나왔습니다.

 

외모야 그렇다 치더라도, 중년의 이동욱은 연기마저 어설프기 짝이 없더군요. 겨우 대사 몇 마디에 불과했는데도 너무 뻣뻣하고 어색해서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었어요. 이렇게 연기 못하는 중견배우가 있었나? 처음 보는 얼굴인데? 하도 궁금해서 검색으로 찾아보니 그 인물은 생각지도 못한 가수 권인하였습니다. 그 나이에 새삼 연기자로 데뷔하려는 건 아닐텐데 어쩐 일일까요? 제작진이 굳이 가수를 캐스팅한 이유라면, 노래를 시키려는 목적 외에 달리 뭐가 있겠습니까?

몇몇 작품을 통해서 이미 증명된 정진영의 노래 솜씨와, 설명이 필요없는 뮤지컬 배우 박지일의 명품 보이스에, 80년대 포크 음악으로 인기를 끌던 가수 권인하까지 합세하니 '중년 세라비 3인방'의 미니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은 한없이 높아져만 갑니다. 그런데 정진영, 박지일과 달리 권인하는 연기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데다 외모적으로도 괴리감이 너무 심해서 걱정입니다. 이건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하니, 필히 이동욱 캐릭터의 출연 분량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겠네요.

 

5. 김윤희 (윤아 → 이미숙) : 싱크로율 85~88%

 

살짝 화면으로만 비추어졌을 뿐, 6회까지도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유일한 캐릭터가 김윤희입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판단이 좀 어려운데, 일단 외모상의 싱크로율이 아주 높지는 않군요. 어쩌면 선입견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티없이 밝고 순해 보이는 윤아와 달리, 이미숙은 오래 전부터 제법 성깔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였으니까요. 하지만 눈썹을 치켜올리거나 내려뜨리는 동작 하나만으로도 캐릭터의 특징을 정확히 표현해내는 이미숙의 연기 내공을 생각하면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아주 잠깐 동안 화면에 비추어졌을 뿐인데도, 이미숙의 표정과 분위기는 20대 초반의 김윤희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죠. 앞으로 이미숙의 출연 분량이 늘어날수록, 김윤희 캐릭터의 싱크로율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정진영과 이미숙이 거리에서 잠깐 스치던 그 한 장면의 케미(영어 chemistry에서 유래된 신조어로 사람 사이의 화학 반응, 주로 남녀 사이의 어울리는 느낌을 뜻함)가 어찌나 좋던지, 그들이 재회할 순간을 떠올리면 저는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군요.

 

이상으로 대략적인 캐릭터 싱크로율을 분석해 보았는데, 역시 앞으로의 관건은 50대의 사랑과 20대의 사랑이 얽히면서 발생할 문제들이겠군요. 반드시 한쪽의 사랑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안타깝지만 저는 32년의 그리움과 아픔을 간직한 중년 커플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올 수도 있을 듯하니... 이제 세월의 강을 건너 재오픈한 음악다방 '세라비'에는 머지않아 그 시절의 노래들이 다시 울려퍼지겠지요. 그 아름다운 선율 만큼이나, 못 다했던 사랑 이야기도 아름답게 이어져 갔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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