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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 정진영, 눈물은 그대로 비가 되어 흐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사랑비

'사랑비' 정진영, 눈물은 그대로 비가 되어 흐르다

빛무리~ 2012. 4. 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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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만큼이나 만족스러웠고, 그 이상으로 가슴저린 재회였습니다. 너무도 먹먹해서 아무 말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래도 몇 시간이 더 흐르니 약간 진정이 되는군요. 지난 번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드라마 '사랑비'를 관통하는 두 갈래의 사랑 중에 반드시 한쪽을 선택해서 응원해야 한다면 서인하(정진영)-김윤희(이미숙)의 중년커플을 응원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들은 서준(장근석)-윤아(정하나)의 청춘커플에 비해 이루어질 확률이 낮을 것이고, 그래서 벌써부터 저에게 '사랑비'는 혹독한 비극을 예고하는 슬픈 멜로이지만 상관없습니다. 젊었을 때의 모습은 너무 답답하고 속터져서 예쁘기보다는 차라리 미웠는데, 이제 세월의 강을 건너서 다시 만나는 모습들을 보니 이토록 절절하고 애틋할 수가 없군요.

 

윤희와 하나 모녀의 기막힌 미모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랑은 언제나 남자 쪽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32년 전의 서인하도 김윤희를 보는 순간 3초만에 반해 버리더니, 서준도 다르지 않네요. 일본에서 다이아몬드 스노우를 함께 볼 때부터 슬금슬금 싹이 트더니, 온천에서 눈을 맞추고 3초를 세는 그 순간에 완전히 필 받은 거겠죠. 그래서 스스로 인식은 못하고 있지만 이미 사랑에 빠진 준은 벌써부터 평소 하지 않던 말과 행동들이 툭툭 튀어나오며 놀라는 중인데, 하나는 오랫동안 좋아하던 선배 한태성(김영광)에게 어린 시절부터의 약혼자가 있었음을 알고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보니 아직도 마음은 90% 이상 태성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준에게 필요 이상으로 순종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은, 사랑에 빠져서가 아니라 워낙 순하고 여리게 타고난 성품 때문이었던 모양입니다. (휴대폰 등등 별로 신빙성 있는 설정들은 아니었지만..;;)

너무 착해서 좀 바보같기는 하지만, 저는 하나의 솔직한 성품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태성에게 약혼녀가 있음을 알고 마음을 접어야겠다 결심했으면, 어차피 다 지나간 일이니까 자존심 때문에라도 말하지 않을 법한데 굳이 다 털어놓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드러내니 말입니다. 오랫동안 곁에 머물면서, 그렇게 오해할 정도로 잘해주고 챙겨주면서, 한 번도 약혼자 있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금은 원망도 할 수 있으련만, 착한 정하나는 그저 바보같은 자신만 탓하고 있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현재까지는 태성의 캐릭터가 매우 맘에 들지 않습니다. 마치 32년 전의 서인하를 보는 듯, 이 시대에 보기 드문 답답한 남자 같군요. 약혼자도 있으면서 "다이아몬드 스노우는 나랑 보러 가자!" 하나에게 그런 소리는 대체 왜 했답니까! 남녀가 함께 그것을 보면 사랑에 빠진다는 전설을 몰랐을 턱도 없겠구만, 하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랬던 거라면, 약혼자 문제를 그녀에게 꽁꽁 숨기다가 주변인들을 통해서 알게 하는 방식은 최악이었지요. 집안 사정으로 그 문제를 빨리 정리할 수 없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쳐도 말입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정하나는 서준의 모델로 활동하게 되었으니, 머지않아 답답한 남자 한태성은 나쁜 남자 서준에게 TKO패를 당하겠군요. 낌새를 보니 이 드라마에는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서브남이 두 명으로서 한태성과 이선호(김시후)가 될 듯한데, 이제 애달픈 짝사랑을 시작할 착한 의사 이선호에게는 동정이 가지만, 여태껏 우물거리면서 하나의 상처만 키워놓은 한태성에게는 당해도 싸다고 메롱을 날려주겠습니다.

 

상대가 마음이 없음을 알면서도 자기 사랑을 받아달라고 애걸하거나, 때로는 강요하거나 (왜 그애는 되고 나는 안 돼? 하면서 포악을 부리는 식..;;) 이런 캐릭터에 대해서 저는 왜 이렇게 냉정할까요? 예나 지금이나 백혜정(유혜리)에게는 별로 애정이나 동정심이 생기질 않습니다. 행여 자식이라도 어리다면 재결합의 이유가 되겠지만, 29세의 전문 포토그래퍼 서준은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까요. 시종일관 아버지에게 매달리는 어머니를 보며 한숨짓고, 시종일관 냉정한 아버지를 싸늘히 노려보는 그 시선은 오히려 부모를 찜쪄먹을 만큼 강단있어 보입니다. 백혜정은 그저 안타까운 미련 한 조각으로 아직도 서인하를 붙잡고 있는데.

설령 자식들의 사랑에 양보해 줌으로써 다시 만난 김윤희와의 사랑을 이룰 수 없게 될지라도, 어찌 서인하가 백혜정에게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설정은 참으로 난감하고 지저분하다..;;) 차라리 평생 마음속으로만 윤희를 그리면서 홀로 사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맘에 내키지도 않는데 만날 사랑해 달라고 징징거리는 여자가 곁에 있으면, 서인하 같은 성격에는 오래 살지 못할 듯해요.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53세의 김윤희는 중년 여성이 들기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듯한 샛노란 우산을 펼쳐듭니다. 32년 전의 우산 색깔과 맞춘 것이긴 한데, 설정상으로는 참 유치하죠. 그런데 여배우 이미숙의 전천후 비주얼은 그 튀는 빛깔을 너끈히 받쳐주니 전혀 어색하거나 우스워 보이질 않습니다. 드디어 ... 횡단보도에서 두 사람이 스쳐 지날 때, 눈을 내리뜨고 걷던 윤희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서인하는 자석에 끌리듯 그녀 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며 시선이 고정됩니다. 1초 (두 발짝 앞의 그녀...), 2초 (바로 옆을 스치는 그녀...), 3초 (저만치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 이번에도 3초만에 멘탈 붕괴입니다, 오래 전 그 날처럼.

눈을 뜨기조차 힘들 만큼 거세게 내리는 빗줄기를 홈빡 맞으며, 서인하는 허위허위 김윤희의 자취를 찾아 헤맵니다. 길 건너편에 그녀가 어디론가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는군요. 행여 놓칠세라 비 오는 날 먼지 날리도록 이리저리 내달리더니, 기어이 그녀 앞을 막아서는데 성공합니다. 아무래도 그 부근 지리에 윤희보다 훨씬 익숙하니 가능했겠죠. 갑자기 앞에 나타나 우뚝 서서는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는 듯한 남자의 모습에, 윤희는 숙이고 걷던 우산을 살짝 위로 들어올립니다. 그들의 눈앞에 나타나는 서로의 얼굴... 그녀가 자신을 몰라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예 떠오르지 않았던 걸까요? 서인하는 대뜸 묻는군요. "... 맞습니까?"

 

처음 보는 정진영의 멜로 연기가 저를 미치게 합니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그녀의 존재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커다랗게 부릅뜬 서인하의 두 눈이 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맞습니까?"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듯한 목소리, 그 한 마디가 가슴을 저밉니다. 무엇보다 그의 얼굴에 가득히 흐르고 있는 빗물... 그것을 눈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어서 미치겠습니다.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눈물이 비가 되어 흐른다는 표현과 이처럼 걸맞는 모습이 있을까요? 김윤희와 재회하는 순간, 얼굴 가득히 빗물과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응시하던 서인하의 모습은 드라마 '사랑비'를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명장면이 될 것입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 기준에서요..^^

"맞습니까?" 그 생뚱맞은 질문에도 당황하는 기색없이 서인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김윤희... 드디어 그녀의 얼굴에도 만감이 교차하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마음이 일치한다면 이 재회는 가장 아름다우련만, 8회 예고편을 보니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한 듯 싶습니다. 32년 전과 달리 매우 적극적으로 변한 서인하와 달리 김윤희는 그 때보다 훨씬 소극적이군요. 그녀도 분명 가슴이 떨리고 예전의 감정이 되살아났으면서, 그가 다시 만날 수 있겠죠 물었을 때 "미안해요.."라고 답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서인하는 예전의 그가 아니군요. 윤희가 물러서는데도 과감히 사랑에 올인할 것을 선포합니다. "사랑이란 게 노력으로는 안 되는 일이란 걸 알았어. 이제 다시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아래의 사진들은 요즘 제가 다시 보고 있는 청춘시트콤 '논스톱3'의 장면들입니다. 故 정다빈과 최민용의 러브라인이 무척이나 안타깝고 애틋했던지라 기회가 되면 다시 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오래된 자료들을 구할 수 있게 되어 최근 틈틈이 보고 있지요. 서로를 깊이 사랑하면서도 오해 때문에 헤어진 두 사람은, 같은 장소(버스정류장)에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서로를 그리워합니다. 제 생각에 모든 이별 중 가장 슬픈 이별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은 같은 마음인데도, 둘 다 자기 혼자만의 마음이라 생각하는 것. 그런 오해가 쌓이고 겹쳐서 돌이킬 수 없는 이별로 귀결되는 것.

부디 다시 만난 서인하와 김윤희는 그런 이별만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희생하는 것도 가슴은 아프지만 이해할 수 있는데,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을 하다가 또 허무하게 헤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32년 전에 그렇게 삽질을 해 놓았는데, 이제 또 그러면 절대 안되지요. 현실적으로 결혼을 하든 못 하든, 이 두 사람은 언제나 지금처럼 마주보고 있었으면 합니다. 부디 윤희씨, 그대의 마음을 옭아맨 밧줄이 무엇이든, 용기를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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