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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 윤아, 여주인공 원톱의 멜로드라마?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사랑비

'사랑비' 윤아, 여주인공 원톱의 멜로드라마?

빛무리~ 2012. 4. 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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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를 3회까지 시청했지만, 남주인공 서인하(장근석)의 매력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그 시대의 사랑 방식은 대부분 그랬었다고 아무리 변명해봤자, 이 시대 시청자들의 눈에는 답답하다 못해 찌질해 보일 뿐입니다. 김윤희(윤아)의 마음이 자기에게로 향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 이동욱(김시후)과 잘 됐으면 좋겠다는 둥, 사귀게 되어서 축하한다는 둥 속터지는 소리만 늘어놓더니, 자원입대 신청을 해놓고서야 비로소 그녀에게 자기 마음을 고백하는 태도는 백 번 이해할래도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건 정말 이기적인 행동이었어요.

 

자기는 어차피 떠날 거면서, 왜 윤희를 부담스럽게 하는 거죠? 동욱과 잘 되기를 바랐던 마음이 진심이라면 아무 말 없이 떠났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동욱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이제껏 그녀를 밀어냈던 이유 자체가 송두리째 사라져 버리는 셈이죠. 우정보다 사랑을 선택해서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면, 도둑놈처럼 달아날 구멍을 만들어 놓고 간신히 털어놓는 게 아니라, 좀 더 일찍 당당하게 고백해야만 했어요. 그야말로 이도저도 아닌 못난 놈이네요.

 

서인하의 흐리멍텅함은 홈페이지의 인물 소개에도 드러나 있습니다. 훗날 정진영이 연기하게 될 55세의 서인하 캐릭터를 보면, 그는 윤희와 헤어진 후 자기를 짝사랑하는 백혜정(손은서)과 될대로 되라는 식의 결혼을 해서 서준을 낳는데, 서준의 나이가 무려 29세입니다. 아들과 불과 26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군대에 다녀와서 복학생 신분으로 결혼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주춤거리며 다가서지도 못하더니만,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는 뭐 그리 급하다고 자기 인생을 내던지듯 결혼을 해버린 건지... 이렇게 서인하는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타인의 뜻에 의해 좌지우지되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아무래도 이건 시대의 문제가 아니라 개성의 문제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남주인공 캐릭터가 시원스럽게 망해 버린 탓인지, 여주인공 윤희는 상대적으로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물론 그녀라고 해서 답답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적 배경을 감안해 본다면 여자로서 그만큼 솔직하기도 쉽지 않았을테니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김윤희는 시종일관 자기 마음을 담백하게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서인하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서인하와 노란 우산을 함께 쓰던 날부터, 윤희는 영화 '러브스토리'를 보러 가자는 그의 데이트 신청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 이후에도 인하가 어떤 제안을 했을 때 거부한 적이 없었습니다. 언젠가 인하가 "미안하다"고 말하자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거라잖아요!" 하면서 노골적인 언어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자기를 구해주려다가 손을 다친 거라지만, 주렁주렁 도시락을 싸들고 악기 상점에 따라가서 기타연주에 맞춰 함께 '원 섬머 나잇'을 부르고, 그것도 모자라 인하의 그림 연습실까지 졸졸 쫓아와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캐비넷을 열어보다가 자신의 초상화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등, 이러한 윤희의 모습은 누가 봐도 은근한 유혹이라고 할만했지요.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인하는 계속 윤희를 밀어내기만 했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요. 내가 그리려던 풍경 속에 우연히 윤희씨가 있었던 것뿐이니까... 이젠 도시락 같은 거 가져오지 말았으면 하네요. 다른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고, 무엇보다 동욱이한테 오해받고 싶지 않아요!"

 

이건 단순히 거절하는 정도가 아니라 여자의 자존심을 뭉개는 발언입니다. 윤희의 입장에서는 상처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그렇게 당하고도 윤희의 마음은 여전히 인하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뒤늦게나마 기차역으로 달려나온 진짜 이유는 동욱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 표현이 아니라, 한 번이라도 인하의 얼굴을 더 보고 싶어서였다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입싼 동욱이가 친구들한테 벌써 그 일방적인 약속 이야기를 다 했기 때문에 얼렁뚱땅 커플이 되어버렸지만요.

윤희의 원래 목적은 그게 아니었지만, 인하가 "축하해요" 라고 말하는 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지 싸늘한 어조로 대꾸합니다. "고마워요. 모두 바라던 거니까... 처음부터 다들 내가 동욱씨랑 사귀기를 바랐으니까요. 인하씨도 나한테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잖아요!" 그런데 인하는 그녀가 왜 화났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처럼 멍한 표정으로 "대체 왜...?" 하고 중얼거리는군요. 그리고는 잠시 후에 친구들 앞에서 도망치듯 군입대 발표를 하고, 또 잠시 후에는 비로소 윤희에게 사랑 고백을 합니다. 뭘 어쩌자는 건지.

 

입대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친구들과 윤희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힘겨웠던지,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것인지, 서인하는 입대 전까지 고향에 내려가 있기로 결심합니다. 친구들에게는 춘천 스케치 여행을 거쳐 곧바로 고향에 가겠다는 말만 남겨놓고, 윤희에게는 언제나 행복을 빈다는 메시지가 적힌 카드와 함께 시계 선물을 남겨놓고 바람처럼 훌쩍 떠나 버렸군요. 그런데 서인하의 고백을 듣고 나서 자신감 때문인지 무척 용감해진 윤희는 동욱과의 첫 데이트를 펑크내고 춘천으로 인하를 쫓아갑니다. 

 

아직 '러브스토리'가 상영되고 있는 춘천의 어느 허름한 영화관 앞에서 두 사람은 기적처럼 운명처럼 약속도 없이 마주칩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묻는 서인하에게 윤희가 대답하는군요. "보고 싶어서요. 오늘 아니면 못 볼 것 같아서..." 수줍은 듯한 미소로 당차게 할 말 다 하는 그녀의 솔직함이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이미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면서도 서인하는 함께 바닷가를 거닐며 손 잡을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데, 과감히 먼저 손을 잡아주는 것도 윤희 쪽입니다.

춘천에서의 꿈 같은 데이트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왔을 때, 윤희는 인하에게 "약속해요. 혼자 다 짊어지지 않겠다고..." 라고 다짐하더니, 나중에 이동욱과 만났을 때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하씨는 아무 잘못 없어요. 인하씨는 동욱씨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 쭉 나를 밀어내기만 했었어요. 처음부터 내가 인하씨가 좋아서..." 너무 노골적으로 인하를 감싸는 그녀의 태도에 동욱은 더욱 큰 상처를 받았지만, 사랑의 책임을 남자에게 떠넘기기 않고 스스로 감내하려는 윤희의 모습은 역시 아름답더군요. 사실 복잡하게 꼬여버린 책임을 묻는다면 윤희보다는 인하에게 더욱 큰 잘못이 있었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스스로 방패가 되어주고 싶어했습니다.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한 김윤희의 용기와 솔직함은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백혜정처럼 일방적인 사랑을 강요하는 솔직함은 민폐에 지나지 않지만, 윤희의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당차고 거침없는 김윤희의 캐릭터가 윤아의 청순가련한 외모와 어우러지니 그 신선한 매력은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군요. 서인하의 우유부단한 캐릭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니 같은 여자가 보아도 반할 만큼 멋지기만 한데, 남자분들이 보시기에는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보통 멜로드라마는 주 시청층이 여성인지라 남주인공이 원톱으로 끌고가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까지의 전개로 보아 '사랑비'는 여주인공 원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든 과정을 김윤희가 리드해 나가고 있습니다. 분명 서인하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것 같기는 한데, 이 남자는 너무 하는 일이 없어서 말이죠. 물론 이번 기회에 여주인공 원톱의 멜로드라마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저도 여자인지라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군요. 빨리 답답한 서인하가 퇴장하고 쿨가이 서준이나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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