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사과한답시고 약올리는 이하늘, 그러지 맙시다! 본문
저는 원래 DJ DOC에 대해서 잘 몰랐고, 1집 활동을 마친 후 멤버 교체가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예전 멤버 박정환이 이하늘과 김창렬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도 그냥 무슨 사정이 있었나보다 할 뿐, 특별한 관심은 끌리지 않았습니다. DJ DOC는 예전부터 워낙 시끄러운 팀이었기 때문에, 서로 티격태격하는 것도 별로 신기할 게 없다고 느껴졌지요.
그러던 제가 갑자기 이 사건에 관심이 생긴 것은, 이하늘과 김창렬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 박정환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부터였습니다. 그 사과하는 말들이 너무나 기막혔거든요. 진정으로 사과를 하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자세한 내막도 모르고 관심도 없던 사람이지만, 그 기사를 읽는 순간 저절로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어쩌면 자기들이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과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말을 말았어야죠. 사과한답시고 깐죽거리면서 오히려 상대방을 더 비웃고 약올리는 듯한 그들의 행동은 매우 눈살 찌푸려지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관심이 생기니까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법적 고소까지 했을까? 그래서 뒤늦게나마 그들이 출연한 '해피투게더'를 보았습니다. 방송을 보고 난 후 저의 느낌부터 간략히 말한다면, 이하늘과 김창렬이 특별히 박정환에게 악의가 있어서 한 말들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방송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를 계속 디스(diss)하고 있었거든요. 특히 이하늘은 자기편, 상대편, 위쪽, 아래쪽 할 것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받는 형국이었습니다. 특별히 박정환에 대해서만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예를 들면 이하늘은 김창렬이 자신에게 선물한 고급 선글라스를, 시치미 뚝 떼고 한민관의 생일 선물로 자신이 사 주는 거라고 하면서 재활용을 했답니다. 그래 놓고도 미안한 기색 없이 "창렬이가 주는 선물은 전부 다 제가 원하는 게 아니에요!" 라고 뻔뻔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 나는 유재석 프로그램과는 잘 안 맞는 것 같아!" 라고 말하며 유재석까지 디스했습니다. 2년 전 '놀러와'에 처음 출연했을 때 "유라인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막내라도 좋습니다~" 하면서 딸랑거리던 모습이 지금도 선한데 말입니다.
DJ DOC의 색깔이 원래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이쪽 저쪽 디스를 하다가 나중엔 더 이상 디스할 상대가 없어서 같은 팀 멤버들끼리도 디스를 한다고 했습니다. 정재용의 말에 따르면, 충분히 전화로 이야기해도 될 내용을 하늘이형은 굳이 가사로 써서 노래로 만든다고 했습니다. "우리 평소엔 만나지도 않으면서 무대 위에서만 친한 척은 하지 말자~!" 뭐 이런 식으로 이하늘이 랩을 하면, 그게 자신들을 공격(?)하는 내용인 줄 알면서도 김창렬과 정재용은 그 뒤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는 거죠.
1집 멤버였던 박정환의 탈퇴 이유를 MC 유재석이 묻자, 김창렬은 대뜸 "이 친구는 박치였어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유재석이 난감해하며 "혹시 보고 계실지도 모르는데..." 그러자 이하늘은 "그 친구도 알 건 알아야죠. 야, 너 박치야!" 하더군요. 그래도 유재석은 수습해 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노래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지 않았나요?" 그러자 김창렬이 끼어들어서 이하늘을 거들기 시작했습니다. "정환이형은요, 노래할 때 자기 부분의 가사도 자주 까먹고요, 춤도 항상 저희보다 한 박자씩 늦게 췄어요" 이하늘이 다시 이어받았습니다. "랩이 원래는 8마디 짜린데, 정환이가 랩을 하면 13마디가 됐어."
"그래서... 정환씨는 스스로 탈퇴하신 건가요? 아니면..." 유재석의 질문에 김창렬이 대답했습니다. "1집 활동 끝내고 하늘이형이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도 정환이형이 박치였거든요... 그래서 저는 하늘이형과 같이 팀을 계속하고 싶어서 철이형한테 가서 이야기를 했죠..." 말인즉슨 이하늘과 김창렬이 뭉쳐서 박정환을 밀어내는 모양새였던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완전히 돌아서서 두 번 다시 얼굴 안 보고 지낼 법도 한데, 그 이후에도 꾸준히 친하게 지냈다는 걸 보면 박정환의 인간 됨됨이가 무척이나 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DJ DOC의 첫 데뷔 앨범과 2집 앨범의 제작자였던 [신기동 대표의 인터뷰]를 참조하면 좋을 듯합니다.
물론 방송 내내 좌충우돌, 아무나 들이받던 이하늘의 태도를 생각하면, 박정환에 관한 언급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남들의 생각이 아니라, 당사자인 박정환의 입장입니다. 본인들은 악의가 없었다 해도, 박정환이 진짜 상처를 받았다면 그건 100% 잘못한 일이에요.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팀에서 밀려나야 했던 박정환은 조용히 혼자 상처를 치유하며 그 일에 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때의 동료들이 방송에 나와,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모욕적인 발언들을 하는 걸 들었으니,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난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 했습니다.
최근까지도 나름 사이좋게 지냈었는데 갑자기 경찰 고소까지 할 정도라면, 그 방송을 보고 나서 박정환이 얼마나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송 사건이 터지자 DJ DOC의 소속사 측에서는 박정환과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장난이 아닙니다. 이하늘과 김창렬은 사과를 함에 있어서 진지해야만 했습니다. 장난을 치거나 깐죽거릴 일이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하늘은 11월 15일 오후 4시 50분경, 김창렬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박정환에게 "인간적으로 잘 해결하자"는 취지로 사과의 말을 건넸다고 합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다 보니 다소 서론이 길어졌지만, 이제부터가 그 문제의 '사과' 입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과 발언이 실린 기사를 보지 않았다면 저는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아래쪽에 빨간 글씨로 표시한 부분은, 사과를 함에 있어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언어들이라고 제가 생각하는 부분들입니다.
"전 멤버(박정환)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이하늘입니다. 옆에 있는 공범(김창렬)과 같이 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우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방금 전에 박정환과 통화하고 왔는데, 법조계 사람들과 식사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친구끼리 말로 풀 수 있는 것인데 법정 고소한건 좀 그렇습니다... 우리가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고, 단지 재미있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박정환이 상처받았다면 정말 미안합니다... 그 친구(박정환)가 이렇게 속이 좁은 줄은 몰랐습니다."
"정환아, 우리가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한건 네가 잘생겨서 그랬던 거야. 미안하다. 술이나 한 잔 하면서 풀면 될 일인데... 인간적으로 잘 해결해 보자. 너 요즘 차 장사 한다며? 고소 취하해 주면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차 한대 사 줄게. (이건 정말 약올리는 듯...ㅜㅜ) 그런데 나 아파트 대출도 아직 못 끝났다. 우리 친한 사이인데 이러면 안 되잖아... 마지막으로 말할게. 넌 정말 박치였어."
김창렬도 거들었더군요. "박정환이 방송을 듣고 좀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재미있자고 한 소리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올줄은 몰랐습니다. 말로 풀 수 있는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지는 말았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너는 정말 박치였어."
그리고 이하늘이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도 있지요. 박치를 박치라고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대머리를 대머리라고 하면 고소당하나요?" 그러고 나서 "정환아, 네가 우리 멤버에서 빠지게 된건 박치라서가 아니라 네가 우리보다 잘생겨서 그런거다" 라고 끝맺음 했다는군요.
[ 해당 기사 링크 ]
도대체 이걸 누가 사과하는 거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공개적으로 박정환에게 엿을 먹이려고 라디오에 출연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친구끼리 말로 풀어도 될 것을 속좁게 고소까지 해버린 못난 놈아!" 이런 식으로 망신을 주고 싶어서 말입니다. 명색이 사과를 한다면서 계속 "너는 박치였어. 우리가 무슨 홍길동이냐? 박치를 박치라고도 못하게? 너는 박치였어" 이런 소리를 내뱉는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예전 소속사 대표의 증언을 들어보니 멤버 교체의 책임이 박정환에게만 있었던 것도 아니던데, 이하늘과 김창렬은 방송에 출연해서 모든 것을 박정환의 책임으로 덮어씌웠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음악적 능력에 대해 비하하는 발언을 거듭했던 것입니다. 설령 박정환이 실제로 박치였다 하더라도 그게 핵심은 아닙니다. 박자 감각이 좀 떨어진다 하더라도 다른 면에서는 얼마든지 훌륭한 음악적 재능을 지녔을 수가 있습니다. 더구나 솔로도 아니고 그룹인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서로 채워주면서, 다들 그렇게 활동하는 거 아닌가요? 이하늘과 김창렬이 참지를 못했을 뿐이죠.
그 때 벌써 크게 한 번 상처입은 사람을, 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체면을 콱콱 짓밟아 버린 셈이니 이하늘과 김창렬의 행동은 참으로 사려깊지 못했습니다. 물론 방송을 재미있게 하려다가 실수한 거라고 봐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과한답시고 저렇게 깐죽거리며 상처를 들쑤시는 행동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군요. 장난쳐도 좋을 때가 있고, 반드시 진지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죠. 악동 이미지가 있기는 해도 개인적으로 이하늘과 김창렬을 싫어하지는 않았었는데... 정말 실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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