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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와 '불명2' 서로 흉내내는 씁쓸한 작태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가수'와 '불명2' 서로 흉내내는 씁쓸한 작태

빛무리~ 2011. 11. 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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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9라운드 경연이 진행중인 '나는 가수다'에서 탈락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이어질 10라운드에 새 가수로서 테이가 합류하게 될 거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섭외가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합류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다른 내용의 기사가 나기도 했지만, 이제껏 그런 식으로 연막을 치던 가수들 대부분이 소문 그대로 합류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테이의 합류도 거의 기정사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최근 '나가수'의 출연진들은 그 연령대가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옥주현을 필두로 하여 바이브의 윤민수가 그 뒤를 따랐고, 최근에는 거미까지 동참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테이가 합류한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테이라는 가수를 좋아하고 그의 가창력도 인정하는 편이지만, 그 뉴스가 별로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나가수'는 윤민수 한 명만 제외하고는 모두 어느 정도의 연륜이 있는 가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거미와 테이가 합류함으로써 30대 초반의 젊은 가수들이 무려 3명이나 포진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가수들의 합류로 프로그램 자체의 질이 떨어진다고는 절대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불후의 명곡2'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거의 사라진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원래 '불명2'는 '나가수'의 짝퉁으로 출발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포맷이 너무나 비슷한데 출연 가수들의 실력은 '나가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연히 떨어졌기 때문에, 무슨 경쟁상대가 되기는 커녕 호되게 욕만 먹다가 흐지부지 막을 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보컬리스트 특집'을 계기로 '불명2'가 갑자기 도약을 시작하더군요. 현직 아이돌 가수들만을 출연 대상으로 한정지었던 처음의 포맷을 바꾸어, 30대 전후반의 실력있는 젊은 보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엄청나게 향상되었던 것입니다. '나가수'의 중후한 보컬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그들의 활약은 '불명2'에 급격한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특히 임태경, 이혁, 홍경민, 알리 등의 가창력은 '나는 가수다'와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불명2'에는 처음부터 '나가수'와 차별화된 컨셉으로 존재했던 또 하나의 강점이 있었으니, 매회마다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원로가수를 초대하고, 젊은 출연자들로 하여금 그 선배가수의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선곡에 있어 별다른 주제가 없는 '나가수'에 비해, 전설적 가수들을 초대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불명2'에 대단히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오랫동안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던 원로가수들이 모습을 나타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아련한 향수와 그리움에 젖을 수 있었고, 한 가수의 노래를 동시에 리메이크하게 되는 경연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뚜렷이 드러낼 수 있었으니까요. 초반에 출연했던 아이돌 가수들은 기본적 가창력이 너무 받쳐주지 않는 바람에 이 보석같은 강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으나, 현재의 출연진은 매주마다 원곡 가수인 전설들의 극찬을 들을 만큼 좋은 무대를 보여주고 있지요.

하지만 '나는 가수다'에서 먼저 선보인 포맷을 큰 변화 없이 그대로 가져다가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불후의 명곡2'는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칭찬을 받아봤자 "짝퉁이긴 해도 이만하면 괜찮다"는 수준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긴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는 부담스러운 명품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짝퉁을 선호하기도 하니까요. (절대, 결코 '불명2'의 출연 가수들이 짝퉁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프로그램이 짝퉁이라는 겁니다..) 오래 전에 종영한 프로그램을 흉내냈어도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데, 지금 한창 잘나가는 프로그램을 너무 비슷하게 따라했으니 그 정도 핸디캡은 마땅히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가수'에서 슬금슬금 '불명2'만의 독특한 컨셉을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좀처럼 방송 출연을 하지 않던 가왕 조용필 특집을 꾸며서 그를 초대하고, 가수들로 하여금 조용필의 노래로 경연을 하게 만든 것부터가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 정도야 괜찮다 싶었지요. 그런데 또 한 번 '산울림 특집'이 기획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습니다. 어차피 조용필은 '불명2'의 초대에 응하지 않았겠지만, 산울림과 김창완이라면 '불명2'의 전설로서 가장 잘 어울릴 듯한 그룹이거든요.

무엇보다 '불명2'의 '전설' 컨셉을 '나가수'가 따라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제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비교적 경력이 일천한 젊은 가수들을 3명이나 대거 합류시키면서 평균 연령도 '불명2'와 엇비슷해졌습니다. 윤민수는 80년생, 거미는 81년생, 새로 합류할 테이는 83년생으로 '나가수'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지요. 그에 반해 '불명2'에 고정 출연 중인 홍경민은 빠른 76년생으로 그들보다 훨씬 선배이며, 81년생의 임정희와 84년생의 알리도 거미나 테이와 동년배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두 프로그램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째서 '나는 가수다'가 진품으로서의 자부심을 버리고 짝퉁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2'를 따라하고 있는 건지, 저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상대방에게서 유리한 점이 발견된다 해도,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면 그것을 따라할 게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든 더 차별화된 컨셉을 창조해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아마도 '나는 가수다'를 처음 기획했던 김영희 PD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숟가락을 올려놓은 신정수 PD로서는, 오히려 김영희 PD와의 차별성을 두고 싶어서 차라리 '불명2'를 따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처음에는 짝퉁이 원조를 흉내내더니 나중에는 원조가 짝퉁을 흉내내는 이러한 현실을 보면 참 씁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남의 아이디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도용하고, 남이 애써서 만든 작품을 아무 죄책감 없이 베껴 버리는 방송가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제발 서로서로 자신의 이득만 챙기려 하지 말고, 타인의 노력에 대해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너무 쉬운 길로만 가려 할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진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과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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