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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도사' 최진실의 가슴 시린 마지막 모습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릎팍 도사' 최진실의 가슴 시린 마지막 모습

빛무리~ 2011. 10. 1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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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이 떠나고 난 후, 그녀가 출연했던 '무릎팍 도사'를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007년 당시 자료인지라 좀처럼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무릎팍 도사'가 종영하면서 그 동안 출연했던 게스트들을 선별하여 마지막 방송을 했는데, 그 중에 최진실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몇 장면 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 때도 몹시 여위어 있는 모습이 안타깝긴 했지만, 참 오랫동안 못 보았던 얼굴... 다시 보니 좋더군요.

2005년의 드라마 '장밋빛 인생'은 제가 배우 최진실을 다시 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너무나 큰 아픔을 겪은 후, 그녀가 그토록 빨리 재기에 성공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건만, 세상의 차가운 시선들 속에서도 최진실은 놀라운 열정과 집념으로 시청률 대박을 이끌어냈습니다. 제가 선호하지 않는 장르의 드라마여서 꾸준한 시청은 하지 않았으나, 문득 채널을 돌리다가 화면 속에서 혼신의 열연을 펼치는 최진실의 모습을 보고는 순간 멈춰서서 넋나간 듯 응시하던 기억이 납니다.

각종 CF와 드라마 속에서 언제나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를 선보이던 최진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촌스러운 파마머리에 화장기조차 없는 초췌한 얼굴로 다림질을 하다가, 미친듯이 악을 쓰며 바람난 남편의 와이셔츠를 물어뜯는 그녀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녀의 한맺힌 절규는 연기라기보다 영혼 그 자체로 보였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장밋빛 인생' 속 맹순이의 삶은 기이하게도 최진실의 삶 자체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았더군요. 최진실도 맹순이처럼 가난한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 일찍부터 가장 역할을 했고, 좀 늦은 나이에 연하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결혼 생활 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상처를 입었으며, 결국에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지요.

2007년 당시, 최진실은 '무릎팍 도사' 출연을 매우 망설였다고 합니다. 연기가 아닌 실제 자신의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서기가 꺼려졌던 거겠지요. 끈질긴 출연 요청에 못이겨 머뭇머뭇 나와 앉아서도 "무슨 고민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며 난색을 표명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아직도 그녀의 얼굴에는 상처받은 내면의 가시지 않은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용조용히 토크에 임하던 최진실의 자세는 시종일관 그녀의 이름처럼 진실하고 진솔했습니다.

스튜디오 안에서 강호동과 유세윤에게 직접 '배추전'을 부쳐 주던 모습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커다란 배춧잎에 그대로 밀가루 옷을 입혀서 부쳐 내는데 정말 신기해 보이더군요.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자주 만들어 주는 메뉴라던데, 어려서부터 인스턴트에 맛들이지 않고, 몸에 좋은 채식에 길들여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왠지 모르게 그 배추전을 나도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었는데...

주저앉고 싶다가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는 힘이 솟아났다던 그녀... 아이들을 위해 다시 일어나서 뛰겠다던 그녀가 그렇게 떠나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엄마가 아이들을 두고 떠나갈 정도였다면, 그녀를 짓누르는 힘겨움의 무게가 얼마나 컸던 걸까요? "나는 왕따, 외톨이. 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녀가 떠난 후 책상 위 달력에서 발견된 짧은 메모였다고 합니다.

떠나던 그 날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환희의 첫 운동회가 예정되어 있었다지요. 그 전날 최진실은 무심결에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어쩌지... 내일이 우리 아들 운동회인데, 가기가 싫다..." 자신의 주위로 수군거리며 퍼져갈 수많은 루머들... 어린 아들에게로 쏟아지는 호기심 어린 시선들... 그 가운데 홀로 서서 외로움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겠지요. 가냘픈 어깨 위로 층층이 겹쳐지는 힘겨움들을 버티기에는 너무 약해져 있었나봐요.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야, 혹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을 잘 부탁해" 하고 싶은 말이 조금은 더 있었을 법도 한데, 최진실은 평소 절친하던 한 명의 지인에게 저토록 짧은 문자메시지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나중에 저는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장밋빛 인생' 속 맹순이의 유서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왠지 최진실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듯한 느낌에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나... 이제 간다... 먼저 가서 미안하단 말은 안 할래... 이렇게 떠나지만 나 행복했어... 나 좋았던 모습만 기억해 줘... 이제 와 생각하니 이런 말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네... 사랑해"

'굿바이 무릎팍 도사'는 많은 사람들의 그리운 모습을 다시 보여 주었습니다. 그 중에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최진실의 가장 인간적이었던 모습이 가슴을 시리게 했습니다. 그 방송을 보고 나서 저는 어렴풋이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옛 친구의 모습이 꿈 속에 나타났더군요. 소식이 끊긴지도 15년 가량이나 된 친구인데, 예전 학창시절의 청순한 모습 그대로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저를 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짧은 꿈에서 깨어나니 그녀의 모습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속절없이 밀려드는 그리움... 눈물조차 메말라 버렸을 만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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