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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이경실, 강호동 관련 발언이 거북했던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강심장' 이경실, 강호동 관련 발언이 거북했던 이유

빛무리~ 2011. 10.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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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의 단독 진행으로 두번째 진행된 '강심장'에는 이경실과 조혜련을 비롯한 강한 컨셉의 여자들이 많이 출연했습니다. 이름하여 무슨 '강한 여자 스페셜'이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번 주 방송의 컨셉 자체가 무척 맘에 들지 않더군요. 뭐 그건 그렇고, 이경실은 출연하자마자 폭탄 발언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MC 이승기가 먼저 반갑게 인사하면서 조언을 구했지요. "제가 오늘 단독 MC 두번째 녹화입니다. 오늘 어떻게 해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그러자 이경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 너무 죽는소리 하시네요. 이미 잘 하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인정을 하시던데... 호랑이 밑에서 호랑이 나오지 여우가 나오겠어요?"

이 말을 들었을 때도 약간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좀 미심쩍은 느낌은 들었지만, 어쨌든 이승기의 진행 실력을 칭찬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그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경실의 발언은 제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가... 나중에 (그분이) 돌아오면, 든든하게 잘 지켰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후배가 되기를 바래요.."

이건 듣기에 따라서는 이승기의 존재를 '강호동이 없는 동안 그 자리를 대신 지켜주는 임시직' 정도로 표현했다고 느낄 수도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승기는 이미 명백한 '강심장' MC석의 주인이 되었고, 그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승기는 강호동의 자리를 잠시 빌려서 지키다가 나중에 되돌려 주어야 하는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물론 이 쉽지 않은 일을 잘 해낸다면, 나중에 강호동에게 자랑이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라는 표현은 매우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MC 자리는 원래 유동적인 것이며, 강호동의 소유가 아닌데 왜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걸까요?

저는 그저 평범한 시청자로서 반듯한 청년 이승기를 예뻐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승기의 특별한 개인적 팬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듣기에는 이경실의 발언이 강호동을 감싸기 위해서, 현재 이승기의 위치를 폄하하고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제 느낌이 잘못된 걸까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그가 돌아오면 내가 잘 지켰노라고 말하라" 는 표현이 정말 올바른 것이었을까요? 나중에 강호동이 컴백한다 해도 '강심장'이나 '1박2일'로 다시 합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가 되면 강호동은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맞습니다.

정작 이승기 본인은 조금도 불쾌해하지 않고, 오히려 이경실에게 "어쩜 그렇게 제가 듣고 싶었던 말씀을 명확하게 해주셨을까요?" 라고 감탄까지 하면서 받아들였지만 (이승기의 속마음은 역시 제가 예상하고 있던 그대로더군요. 착한 녀석..;;) 그의 뜻과도 관계없이 이경실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약 일반 회사에서 어떤 정직원이 출산 휴가를 냈다거나 건강 문제로 병가를 냈을 때, 임시직원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3개월이면 3개월, 1년이면 1년이라고 확실하게 정해진 기간이 있고, 그 기간이 지나면 원래의 주인인 정직원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강호동과 이승기의 경우는 그런 게 아니잖습니까? 강호동은 정당한 방식으로 '휴가를 내고 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아무 기한 없이 잠정 은퇴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승기는 그의 자리를 빌려서 임시로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새 주인이 된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강호동 사태'에 있어 시종일관 강호동에게 우호적인 자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강호동의 죄가 크든 작든간에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고, 그 잘못을 변호해 줄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깨끗이 물러나겠다는 자세는 나름대로 보기에 좋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덕지게 계속되는 네티즌의 비난은 가혹하다 생각했습니다. 또한 '1박2일'에서 보여주었던 강호동의 모습을 오랫동안 좋아하고 정들었기 때문에 떠나 보내는 마음은 서글펐고, 그 이별의 아픔을 한 편의 글로 포스팅하기도 했습니다. [관련글 : 1박2일 성시경, 강호동의 인사를 대신하다] 

그런데 이건 아무래도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호동이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춘지 고작 2주 가량이 지났을 뿐인데, 이경실과 조혜련 등의 개그맨 동료들은 벌써부터 너무 지나칠 만큼 강호동을 감싸고 도는군요. 사실 "호랑이 밑에서 호랑이가 나온다"는 식의 표현도, 사석에서라면 모를까 온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 중에 하기에는 적합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불미스런 일을 저질러서 잠정 은퇴하고 자숙 중에 있는 사람을, 방송 중에 '호랑이'라고 표현하면서 높이 떠받드는 태도를 보이는 게 과연 올바른 행동일까요?

이경실이 포문을 열자 질세라 조혜련도 나서서 말했습니다. "강호동씨는 정말 큰 인물이고, 이렇게 또 공부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 그 사람의 인생에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쉬다가 올지는 모르지만, 돌아왔을 때는 감이 많이 떨어져 있을 거예요. 그 때 이승기씨가 많이 도와주세요.."

현재 속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강호동을 대놓고 '큰 인물'이라고 당당히 추켜 올리면서, 나중에 그를 많이 도와주라고 이승기에게 당부까지 하고 있습니다. 사석에서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방송 중에 하기에는 부적절한 발언이었습니다. 만약 외국에 살다 와서 영문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방송을 봤다면, 강호동이 아무 잘못 없이 몸이 아프거나 해서 잠깐 쉬고 있다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는 원래 강호동의 은퇴 선언을 매우 안타까워했던 사람입니다.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방송에서 아예 물러나야 할 정도로까지 무지막지한 잘못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보다 더욱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얼굴에 철판을 깐 채 '나가수' 출연을 계속 강행하고 있는 어떤 가수를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무리 정에 이끌린다 해도 잘잘못은 분명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벌써부터 그런 인식에 너무나 무디어져 버렸습니다. 아직도 남들이 대놓고 그를 방송 중에 '큰 인물'이라 떠받들고 '호랑이'라 부르며 칭송하는데, 그런 와중에 아무리 자숙의 시간을 가진들 뭐하겠습니까? 그 마음속에 손톱 만큼이나마 죄책감과 겸손이 깃들어갈 틈새가 있겠습니까? 무분별한 개그맨 동료들의 뻔뻔스런 옹호 때문에라도, 강호동은 좀 오래~ 쉬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1박2일'에서 강호동과의 이별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냉정하게 보낸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습니다. 그 방송을 보고 나서는 오히려 이별의 슬픔이 진하게 느껴졌고, 벌써부터 강호동이 그리워졌거든요. 그런데 '강심장'을 보고 나서는 마음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져 버렸네요. 남을 위한답시고 하는 말이나 행동이 오히려 그에게 엄청난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 거침없이 말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은 제발 자각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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