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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의 통찰력은 '나가수'에 대한 열정... 눈물겹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김경호의 통찰력은 '나가수'에 대한 열정... 눈물겹다

빛무리~ 2011. 9. 26.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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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 김경호가 섭외만 들어오면 언제든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의사가 있노라고 밝힌지는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바로 '위대한 탄생' 시즌1의 파이널 무대에서였지요. 백청강의 롤모델로서 그 자리에 참가했던 김경호는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가창력으로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솔직히 김경호 덕분에 그 자리에 모였던 모든 참가자들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절절히 실감하며 주저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섬세한 감성의 전달을 중요시하는 발라드 장르보다, 역동적인 몸의 움직임을 중요시하는 댄스 장르보다, 그들이 선택한 록 장르에서는 폭발적인 성량과 가창력 위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 차이가 더욱 극명히 드러났습니다.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타고난 목소리와 매력 외에 가창력 면에서는 높이 평가하기 어려웠던 셰인이, 멘토 신승훈과 듀엣을 해도 크게 밀리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이유 또한 장르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셰인의 노래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보면 지적당할 점 투성이였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감성의 전달 면에서는 언제나 최고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었으니까요. 하지만 김경호와 함께 록을 부를 때 백청강의 목소리는 완전히 파묻혀서... 솔직히 거의 들리지도 않더군요.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었을 때는 모두들 아마추어인 참가자들의 노래를 들으며 감탄했었지만, 명실상부 프로 중의 프로인 김경호가 등장하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음 샤우팅의 진수를 발산하면서, 청중은 모두 넋이 나가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때까지 '위대한 탄생'의 애청자들은 모두 아마추어 참가자들의 물렁하고 퍼석한 노래 실력에 귀가 익숙해져 있었는데, 그 와중에 독야청청 20년 경력 프로가수의 쫀득한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이니 귀가 확 트일 수밖에 없었지요. 금상첨화, 매혹적인 긴 머리카락과 긴 다리 등의 외모도 확연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인터넷에서는 김경호의 '나가수' 출연을 청원하는 댓글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나가수'의 다른 문제를 다루었을 뿐 김경호와는 전혀 무관한 기사에도 "나쁜 PD야, 김경호 출연시키라는데 왜 안하냐? 이렇게 다들 김경호 보고싶다는데, 김경호 본인도 섭외만 들어오면 즉시 나오겠다고 했는데, 왜 섭외도 안하냐?" 이런 류의 댓글이 최다 추천수를 기록하곤 했습니다. 내심 저도 김경호의 출연을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어서 살짝 거부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쨌든 드디어 모두가 염원하던 그 김경호가 '나가수' 무대에 섰습니다.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첫 무대를 장식했던 '모두 다 사랑하리'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수준의 감동에는 훨씬 못 미쳤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그랬습니다. 청중평가단도 그렇게 느꼈는지, 처음 나오는 가수는 무조건 1위를 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번에는 4위에 그쳤습니다. 김경호 자신이 그 순위에 기꺼이 동의하는 모습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고대하던 김경호였지만 첫 무대에 대한 느낌은 그냥 여기까지였습니다.

그리고 2차 경연을 위한 중간평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중간평가는 좀 색다르고 심각했습니다. 바로 가왕 조용필이 참관하는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참가 가수들에게 주어진 이번 주의 미션은 조용필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고, 그 소식을 들은 조용필은 후배 가수들을 위하여 수십년만에 직접 방송국까지 발걸음을 해주었던 것입니다. 후배 가수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경외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새삼 조용필의 노래 중에 얼마나 명곡이 많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전혀 거드름 없이 겸손하고 담담한 조용필의 태도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조용필은 시종일관 후배들이 부르는 자신의 노래를 진지하게 귀담아 들었으며, 원곡자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도 섬세한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그의 조언은 모든 가수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을 것입니다. 특히 장혜진은 곡의 해석을 좀 잘못된 방향으로 한 듯 싶었는데, 조용필의 조언이 없었다면 필히 이번 주에 탈락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대선배 조용필의 담담한 카리스마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즈카페'와 '가시나무'에 이어서 이번 주에도 독창적인 곡 해석으로 섬뜩할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자우림의 '꿈'이었습니다. "더 이상은 순진하게 살지 않겠다니까요!"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그녀는 순진하지 않기 위해 중간평가에서 자신의 모습을 많이 감췄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이 정도의 반향이라면 본무대에서는 어떨지 상상만 해도 전율이 감돕니다. 초반부터 왜 김윤아가 만화 속의 빨간머리 앤처럼 촌스러운 분장을 하고 나왔는지 의아했는데, 노래의 컨셉이 '시골에서 큰 꿈을 품고 갓 상경한 소녀'의 모습을 그릴 거라고 하니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여튼 무척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김경호의 통찰력이었습니다. 김경호는 중간평가에서 자신의 순위가 3위 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매니저 정성호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로 도착한 숫자는 과연 '3'이었습니다.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소스라치게 놀란 정성호는 "형, 대체 어떻게 알았어요?" 라고 물었는데, 김경호는 "그냥 느낌이 왔어" 라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말했습니다. "내가 1위랑 2위도 맞혀볼까? 1위는 자우림, 2위는 인순이 선배님.."

과연 그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습니다. 제작진도 놀라워서 나중에 그에게 추가 인터뷰를 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헉~ 저 오늘 왜 이러죠?" 김경호 자신도 놀랄 뿐이었습니다. 내친김에 7위까지 맞혀 보라는 제작진의 요구에 김경호는 거절하지도 않고 선뜻 대답했습니다. "이것까지 맞추면 어떡하지... 장혜진 선배님일 것 같아요" ... 역시 딩동댕이었습니다.

처음 느낌에는 '이건 기적이다!' 싶었습니다. 5월 초에 제가 '임재범의 세 가지 기적' 이라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정도면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다 싶었던 겁니다. 그런데 잠시 냉정을 되찾고 생각을 가다듬으니, 이것은 기적이 아니라 김경호 자신의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임재범이 '빈 잔'을 부르기 전에 흰 공 안에 들어 있는 경연 순서를 알아맞힌 것은 전혀 예측의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졌기에 우연 또는 기적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지만, 김경호가 중간평가의 순위를 알아맞힌 것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노래를 듣고 나서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한 거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경호의 개인적 예측이 결과와 너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점은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는 그 동안 김경호가 '나가수' 출연을 얼마나 염원해 왔는지, 그 간절한 마음으로 얼마나 열심히 시청하며 분석해 왔는지를 증명해 주었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나가수'의 순위를, 진정한 음악성이나 가창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 날의 무대에서 누가 더 청중의 호응을 끌어냈느냐"에 해당되는 문제일 뿐입니다. 그런데 얼핏 단순해 보이는 이것이 직접 마주하다 보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죠. 대표적으로 자우림이 대중의 호응보다 자신들의 색깔을 고집하는 데 집중하다가 탈락할 뻔한 이후로 심기일전하여 대반전을 이룬 케이스로 현존하고 있지요. 하여튼 그만큼 '나가수'는 '나가수'만의 분명한 색깔이 있습니다. 누가 그것을 더 빨리, 더 정확히 파악하고, 더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가수의 운명은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신입 김경호는 기존 가수들 중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나가수'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중간평가의 순위긴 했지만, 그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가 '나가수'의 특성을 제대로 꿰뚫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어떻게 하면 탈락하지 않고 청중평가단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머릿속으로는 벌써 다 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어차피 출연 가수들은 각자의 색채가 다를 뿐 실력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사람들이니, 그 중의 승리는 현실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적응하는 사람에게 돌아갈테니까요.

'준비 안 된 대통령'보다는 '준비된 대통령'이 낫다면서요? 그 어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작정 뛰어든 사람보다는, 미리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며 현실을 파악해 둔 사람이 훨씬 유리하겠지요. 김경호는 자신이 '나가수' 출연을 희망한다고 벌써 몇 개월 전부터 말했고, 수많은 네티즌들이 자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꼭 출연 제의가 오리라고 이미 예측하고 있었겠지요. 그 날을 대비하여 김경호는 '나가수'를 꼬박꼬박 시청하며 꼼꼼히 분석해 왔던 것이 분명합니다. 노래의 스타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인터뷰라든가 순위발표 후의 반응에 이르기까지 모두 말입니다.

돌이켜 보니 김경호는 '나가수'에 출연하며 최고의 모습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태도는 언제나 소탈하고 솔직하면서도 겸손했습니다.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떠는 모습 또한, 너무나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자우림의 초반 태도에 비해 훨씬 더 유리한 것이었습니다. 첫 무대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붓지 않은 것도 이제 와 생각하니 매우 효과적인 책략(?)이었습니다. 4위라는 순위가 기대이하였을 수도 있는데, 더없이 기뻐하면서 "적응 잘 하라고 격려해 주신 것 같습니다" 하면서, 긴 머리카락 날리도록 꾸벅꾸벅 감사하다고 인사하던 모습도 극도의 호감이었습니다. 

그런 면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가식이 아니라 진솔함 그 자체였습니다. 다만 '나가수' 무대에서는 일부러 강한 척 꾸며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김경호는 미리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오히려 약한 면을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시청자와 청중평가단은 음악가의 오만한 자존심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저렇게 노래 잘 하고 대단한 가수들도 사실상은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나약하고 평범한 인간이라는 자각에서 오는 만족입니다. 그러니 최소한 '나가수' 무대에서는 자기의 약한 모습을 숨길 필요가 없어요.

김경호는 이미 이런 사실들을 모두 자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준비된 가수'로서의 자격이 충분합니다. 김경호 화이팅! 저는 그의 순수한 열정을 지지하며, 그를 명예졸업까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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