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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사실 이강석(서지석)과 정윤서(소이현)는 커플이 아닙니다. 이강석은 나진진(배두나)과, 정윤서는 하동아(이천희)와 커플이죠.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시적으로나마 자기들끼리 커플이 될 것 같은 낌새를 풍기고 있습니다. 자기의 진정한 삶과 행복을 포기해 버린 젊은이들만이 할 수 있는 선택, 오직 부모의 결정에 따라 아무런 감정도 없이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소개로 만나자마자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들은 재벌가의 서자와 서녀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풍족하게 자라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만, 그들의 마음이 누구보다 공허한 까닭은 이쪽에도 저쪽에도 완벽히 녹아들 수 없는 서글픈 교집합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단..
'민들레가족'의 후속으로 방송되는 주말드라마의 제목이 '글로리아'라는 것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성가(聖歌)의 제목이었습니다. 'gloria'는 라틴어로 '영광'이라는 뜻을 지녔고, 가톨릭의 대표적인 미사곡 중 하나입니다. 저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이지만 TV 드라마의 제목으로 접하니 좀 신기하더군요. 주인공 나진진은 앞으로 변두리 나이트클럽의 가수로 활동하게 될 것이며, 그녀가 사용하게 될 무대명이 바로 '글로리아'입니다.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름이지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주인공에게 작가가 굳이 '글로리아'라는 이름을 지어 준 뜻을 저는 이미 알 것 같습니다. '글로리아'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척박한 삶을 견디어내고 있습니다. 나진진(배두나)은 나이 서른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나..
'구미호 여우누이뎐' 2회는 숨가쁘게 달렸던 1회에 비해 약간 평이한 전개를 보였지만,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연이와 초옥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정규 도령이 등장했군요. 고을 현감의 자제인 조정규는 수려한 외모로 뭇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의외로 순진하고 허당스런 면이 있어서 무척 귀여웠습니다. 윤두수(장현성)의 금지옥엽인 초옥(서신애)의 끊임없는 연서는 귀찮아 하면서도, 반딧불이를 잡으러 나갔다가 마주친 천민 소녀 연이(김유정)의 자태에 한 눈에 반해버린 정규는, 그녀 앞에서 한껏 폼을 잡고 외나무 다리를 건너다가 발을 헛디디며 개울에 풍덩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모양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녀 연이의 따뜻하고 순수한 반응은 정규 도령의 뻘쭘함을 단숨에 녹여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