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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계백'을 2회까지 시청한 후 깨닫게 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철저히 주인공 '계백'을 살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악역 '미실'이 주인공을 제치고 드라마의 상징이 되어 버렸던 '선덕여왕'과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김근홍 PD는 전작 '선덕여왕'에서 한국 드라마 사상 가장 매력적인 여성 악역을 탄생시키는 영광을 맛보았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존재감이 악역에게 밀리는 바람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을 것입니다. 드라마의 기본 원칙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해서 모든 상황이 돌아가야 하는 것인데, 주인공보다 악역이 부각되면 스토리를 끌고 나가기도 힘들어질 뿐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김근홍 PD는 이번 작품에서 전작의 실..
첫 느낌이 상당히 좋습니다. '계백'은 '선덕여왕' 이후로 주춤했던 사극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삼국통일 후 승자에 의해 기록된 역사는 한때 찬란했던 백제의 영광을 무참히 짓밟았고, 삼천궁녀의 낭설 등으로 갖가지 흠집내기의 표적이 된 의자왕은 우리나라 역대 망국 군주 중에서도 최악의 임금으로 알려졌지만, 숨겨졌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백제의 역사는 최근 재조명을 받고 있는데, 과연 그 시절의 이야기를 얼마나 흥미롭고 공정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퓨전사극 '다모'를 집필하여 드라마 폐인 시대를 이끌었던 정형수 작가와 '주몽', '선덕여왕'을 연출하며 삼국시대 사극의 새 장을 열었던 김근홍 PD가 '계백'에서 손을 잡았습니다. 김근홍 PD의 드라마 배경은 고구려에..
저는 신애라를 오래 전부터 좋아했지만 참 특이하게도 배우가 아닌 그냥 사람으로서 좋아했던 거였습니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이제까지 그녀가 연기를 잘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리고 더욱 미안한 말이지만 최근 '불굴의 며느리'를 보면서 그 느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오래 쉬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욱 어색하더군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일단 사람 자체의 느낌이 좋고, 연기도 아주 발연기 수준은 아니어서 무심히 볼만은 합니다. 아이도 없는 34살의 젊은 과부 오영심이 자기보다 4살밖에 어리지 않은 30살의 문신우를 보고 "총각~ 총각~" 하며 부른다는 것도 황당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남 문신우가 그냥 동네 아줌마 느낌밖에 나지 않을 듯한 오영심에게 별 이유도 없이 홀딱 반해버리는 ..
차인표는 최근 '오늘예보'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소설을 쓴 이유는 바로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어서였다는군요. 6월 14일, 소설 출간과 관련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인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 삶의 메뉴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살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살은 결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세상을 끝까지 살아내는 것,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또 말했습니다. "(연예인들이) TV 프로그램에서 힘들어서 자살하려고 했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랍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공감하지만, 방송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이죠. 자살을 하려고 했다는 것은 살인하려고 했다는 말과 같은 ..
지상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드라마 '대물'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겼습니다. 현실과 아슬아슬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에피소드들은 최고의 스릴을 선사했고, 평범하던 여성의 변화가 시작되는 모습은 앞으로의 기대에 설레게 했습니다. 그러던 '대물'이 불과 3주만에 무너져가고 있군요. 저는 처음부터 현실과 허구의 경계선이 허물어질 경우에 대한 위험을 지적했었지요. ('대물' 현실과의 아슬아슬한 데자뷰, 성공할 수 있을까? ) 그 위태로운 경계선을 삽시간에 허물어뜨린 힘이 내부에서 작용했는지 아니면 외부에서 작용했는지는 모르나, 예상보다 그 때는 너무 빨리 찾아왔습니다. '대물' 7회를 보면서 저는 계속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에 시달렸습니다. 작가와 감독이 바뀐 후에는 계속 그랬지만, 이번에는 ..
개인적으로 중견배우 이재용의 연기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는 명실상부한 정극 배우입니다만, 처음으로 그의 존재가 제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작품은 놀랍게도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 였지요. 작품 자체도 워낙 재미있었고 김영애, 이보희, 이원종 등 쟁쟁한 중견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서 그들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적지 않았는데, 그 중에도 이재용의 독특한 캐릭터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재용은 그 시트콤을 계기로 '쟁반노래방'에도 2차례나 출연했었는데, 연기할 때 못지 않게 실제로도 만만치 않은 예능감을 지닌 것을 보고 새삼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출연작은 워낙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해신', '주몽', '이산' 등의 사극에서 특히 그의 연기가 돋보이더군요. 최근 종영한 '동이..
연기자는 어디까지나 연기로 평가받으면 되는 것일 뿐, 사생활이나 기타 다른 부분과 연관시켜서 좋은 연기를 부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연예인은 연예인일 뿐 공인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것은 '공인'이라는 단어의 범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군요. 공인(公人)의 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자기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대다수 국민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방송 연예 활동을 '공적인 일'이 아니라 무조건 '사적인 일'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자신을 널리 알리고,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입니다. 그들의 노래와 연..
"정통 정치드라마가 아니라 정치를 소재로 한 멜로드라마에 가까우니, 현실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하나의 드라마로 봐 달라."고 했다는 관계자의 말을 미리 접한 후, '대물' 첫방송을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멜로드라마라고 불러도 좋을까 싶은 의문이 들더군요. 약간의 멜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화살표는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으로의 전개를 두고 봐야 알겠지만, 모든 드라마에서 1회의 중요성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1회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갈리니, 그런 차원에서 보면 1회는 엔딩보다도 훨씬 중요하지요. '대물'은 그렇게 중요한 1회에서 멜로가 아닌 시사적인 면을 확연히 앞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이제 바야흐로 수목드라마 대전(?)이 다시 시작되려 합니다. KBS에서는 '제빵왕 김탁구'의 후속으로 '도망자'가 9월 29일부터 방송될 예정이고, SBS에서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후속으로 '대물'이 그보다 일주일 뒤인 10월 6일부터 방송될 예정이지요. 한쪽에는 MBC의 '장난스런 키스'가 있지만, 현재 너무 낮은 시청률로 허덕이고 있는 데다가 마땅한 해결책도 없어 보이네요. 그렇다면 '여친구'가 끝난 후로는 본격적으로 '도망자'와 '대물'의 대결이 될 텐데, 어쩐지 이 새로운 드라마들을 맞이하는 마음이 썩 즐겁지 않습니다. 우선 '도망자'는 로맨틱 코믹 탐정 액션물로 비(정지훈), 이나영, 이정진, 다니엘 헤니 등이 출연합니다. 소재도 약간은 신선하게 느껴지고,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컴백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