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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오늘 포스팅은 제목부터 비속어가 난무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의 통통 튀는 개성과 특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저 두 가지인 듯 싶어서요. 인터넷 검색으로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호구(虎口)'는 명사로서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군요. 그리고 '싸가지'는 원래 '싹수'의 비속어로서 올바른 언어로 사용하려면 '싹수가 없다'라고 서술어와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싸가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독립적인 단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네요. 대충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예의와 염치가 없는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하이킥3'의 캐릭터상으로 보면, ..
이제껏 윤계상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죠. 몇 번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 머릿속에 생각나는 장면들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번째는 김지원과 함께 돌보아 드리던 독거노인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습니다. 두번째는 김지원이 어린 시절에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녀를 닮은 그림 속의 여자를 보았을 때였죠. 그리고 이번에 91회에서 김지원에게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을 털어놓으며 흘리는 눈물이 세번째입니다. 이처럼 윤계상의 눈물은 모두 김지원과 연결되어 있는데, 기본적으로 눈물은 슬픔을 의미하며, 인간의 감정 중에 가장 순도 높은 감정이 바로 슬픔이라고 하지요. 드라마 '49일'에서 죽은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매개체도 역시 눈물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김지원은 ..
저는 안내상과 윤유선을 볼 때마다 자주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결혼 22년차... 티격태격하면서 정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 불편합니다. 이상주의자이며 동시에 현실주의자인 김병욱은 이들을 통해서 가장 거북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생의 가장 큰 고통은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이나 비극이 아닙니다. 날마다 변함없이 계속되는 구질구질한 일상입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구질구질함이란 결코 경제적인 이유로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리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사람을 한평생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삶은 구질구질하다고밖에 표현할..
81회에서 제가 주목한 인물은 윤지석(서지석)이었습니다. 그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형 윤계상과 비교하면서 보게 되는데, 예전부터 조금씩 의아하다고 생각하며 주목해 온 부분이 있었지요. 그 의문이 이번의 세뱃돈 에피소드를 통해 약간은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백진희 에피소드에 관한 저의 의견을 잠깐 말해 본다면, 그녀의 순진한 망상과 도끼병이 좀 어이없기는 하지만 비난받을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부분은 전혀 없으니까요. 윤계상이 특별히 자기의 생일을 기억하거나 챙겨줄 이유가 없는데도 혼자 망상에 빠져서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것은, 눈먼 짝사랑에 판단력이 흐려져서이기도 하지만, 평소 지나치게 친절하고 모든 사람을 잘 챙기는 윤계상의 성품에도 원인이 있을 겁니..
120부 예정으로 시작되었으니, 77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점에서는 43회가 남았군요. 아무래도 너무 긴 듯합니다. 100회 정도면 충분할 듯한데 말이죠. 사실 지금까지 달려오는 와중에도 쓸데없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총 80부작 정도로 타이트하게 꾸며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괜히 이런저런 불필요한 사족을 끼워넣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송 여건상 그게 쉽지 않았겠죠. 이런 상태라면 스텐레스 김의 고집과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진정한 걸작은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남은 시간의 많은 부분을 괴로움과 지루함 속에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76~77회를 보면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아, 지붕킥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구..
'지붕뚫고 하이킥'의 청순 글래머 신세경이 '하이킥3'에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본인은 벌써 예전부터 출연을 희망해 왔다는데, 김병욱 PD는 그녀를 아무 때나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했던 모양이에요. 그 동안에도 정일우를 비롯해서 전작의 인물들이 적잖이 카메오 출연을 했지만 모두 큰 의미 없는 단발성 에피소드에 그쳤던 반면, 신세경의 경우는 확실히 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러브라인의 윤곽이 거의 잡히고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신세경의 재등장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카메오들은 모두 전작과는 상관없는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복입은 아줌마 윤유선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 고등학생 정일우는, 서..
아리송한 러브라인으로 사람 애태우는 김병욱의 못된(?) 습관은 여전합니다. 물론 그것도 '하이킥'을 시청하는 독특한 재미 중 하나지만요. 시청자들마다 지지하는 라인이 달라서 괜히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런 부분이 쏙 빠졌다고 가정해 보면 재미가 확 줄어들지 않겠어요? 지나치게 흥분해서 혈압 오르고 건강에 문제 생길 정도만 아니라면, 적당히 애태우면서 즐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ㅎㅎ 73회에서 박하선과 이적의 연결고리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현재 박하선을 사랑하는 윤지석(서지석)에게는 두 명의 강력한 라이벌이 있습니다. 일단은 퇴장했지만 언제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순정남 고영욱과, 보건소 의사인 형 윤계상보다 훨씬 수입이 좋은 대학병원 항문외과 의사 이적입니다. 이적..
제가 워낙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결심한 바가 있어 되도록 불평이나 쓴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붕킥' 리뷰를 쓸 때는 불평도 엄청 많이 쏟아냈었지만, 종영하고 나니까 후회스럽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어차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을텐데,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되도록 좋은 점만 보아 주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김병욱 시트콤들에 순위를 매겨 본다면 '하이킥3'는 최하위권에 해당될 것입니다. 물론 개별적인 회차나 장면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윤계상과 김지원이 함께 돌보아 드리던 독거노인 할머니가 세상을..
예전의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하이킥3'의 백진희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을 그대로 이어받은 캐릭터입니다. 그녀들은 전형적인 88만원 세대, 가난한 청춘이지만 언제나 밝은 얼굴로 힘차게 살아가는 아가씨들이죠. 그런데 제가 '지붕킥'에 빠져있을 당시 리뷰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시겠지만, 저는 그 예쁘고 사랑스런 황정음을 무척이나 싫어했더랬습니다. 초반에 어필되었던 된장녀스런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쇼핑 중독으로 인해 스스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씀씀이를 자랑하던 황정음은, 하다못해 신세경의 식모살이 첫 월급 50만원을 빌려다가 자기 카드값을 메꾸고는 그것을 갚지 못해서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만행까지 저질렀습니다. 매달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는 그녀에게 저승사자나 다..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예비 커플(?), 윤계상과 김지원의 에피소드가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62회에서 이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코믹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군요. 영화의 제목은 '노량진의 중심에서 길을 묻다' 이며, 극본 따위는 없고, 제작과 총연출은 강승윤이 맡았습니다. 자기가 직접 영화를 찍어 보겠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식구들의 일상을 아무 가감없이 그대로 찍어놓은 것이니, 사실은 영화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안내상이 혼자 밥먹는 장면이 15분, 윤유선이 혼자 설거지하는 장면이 15분, 뭐 이런 식입니다. 통로로 사용되는 땅굴 속에 임시 극장을 설립하고, 종석이네 가족들과 옆집 식구들까지 불러모아 시사회를 가졌지만, 관람객들은 모두 하품하면서 중간에 나가 버렸지요. 하지만 그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