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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처음부터 1~2회 연속 방송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을 만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걸고 있는 방송사의 기대감이 큰 모양입니다. 더구나 같은 날 시작되는 '아이리스2'는 무려 17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니만큼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겠지요. 다행히 첫 방송 후의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이른바 감성멜로 전문 콤비라 불리는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의 만남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깔끔한 짜임새와 감각적인 대사를 자랑하는 노희경 작가의 대본은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에 이어 그녀와 세번째 호흡을 맞추는 김규태 PD의 영상미 또한 여지없이 빛을 발했습니다. 주연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누구 한 사람 삐걱거림 없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배..
최근 드라마와 예능을 통틀어 제 마음을 확 사로잡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좀 허전했는데, 고맙게도 오래 전에 종영된 '순풍 산부인과'를 다시 볼 수 있는 경로를 발견했습니다. 무려 13년 전의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지금 보아도 여전히 세련된 웃음과 재미를 주는군요. 무려 340회나 되는 대장정 속에 등장인물들의 교체도 많았고 중간의 흔들림도 있었지만, 이쯤되면 가히 명작이라 일컬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김병욱 시트콤 매니아로서 언젠가부터 고작 120부 정도로 너무 짧아져 버린 분량이 새삼 아쉬워지더군요. '순풍 산부인과'를 보면서 때로는 감개무량했고, 때로는 신기했고, 때로는 서글펐습니다. 쌍절곤을 돌리는 수간호사 김정희와 우락부락한 얼굴에 소심한 성격을 지닌 남자 간호사 표인봉은 처음..
누구인들 쉬운 길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누구인들 모두가 칭찬하고 박수갈채 치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쉬운 선택을 한 사람들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나 자신부터가 그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좋은 작품과 인기 많은 작품이 꼭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진정한 명작 예술품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작품이 같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문외한도 다 아는 원칙을 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다수에게 칭찬받고 시청률을 높이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김병욱 PD가 모를 리는 없습니다. '하이킥3'는 유난히 초반부터 대중의 관심이 높았고, 또 그만큼 질책도 심한 작품입니다. 김병욱은 언제나 그렇듯 자기 고집대..
앞으로 2개월하고 12일이 더 지나서 9월 19일이 되면, 김병욱 감독의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이 첫방송됩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이 2009년 9월에 시작되었으니, 꼭 2년만의 재회(?)로군요. 저는 벌써부터 반갑습니다. 저절로 신명이 나서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반갑습니다..ㅎㅎ 그런데 오늘은 가수 이적이 '하이킥3'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금상첨화로군요.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담담히 털어놓는 인생 스토리를 듣고 '말하는 대로'와 같은 명곡을 탄생시킨 이적이라면, 스토리의 전개와 캐릭터의 특성을 깊이 파악하여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들로 재미와 감동을 더해 줄 거라 믿습니다. 더구나 이적의 역할은 음악감독에서 그치지 않고 고정출연과 내레이션까지 겸..
기다리고 있던 '지붕뚫고 하이킥' 첫방송이 전파를 탔다. 이순재 옹을 제외하고는 그간 시트콤을 통해 낯익은 얼굴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는 터라 약간 허전한 마음을 안고 시청했는데, 의외로 1회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물론 카메오였지만 말이다. 반가운 얼굴 첫번째는 '똑바로 살아라'에서 노주현의 머리 나쁜 아들로 나왔던 노형욱 군이었다.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이름은 김형욱이었는데, 워낙 노형욱이라는 이름으로 인지도가 생기다보니 아예 이름을 노형욱으로(예명) 바꾼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친구도 85년생이니까 벌써 25세의 어른인데 아직도 집안의 골칫덩이였던 막내 형욱이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맨날 샐샐거리고 웃기만 하던 둘째누..
나는 시트콤을 매우 좋아한다. 일반 드라마보다도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더 좋아하는 장르가 시트콤이다. 그런데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자칫 잘못 만들면 웃기지도 못하고 감동도 주지 못한 채 딱한 모양새로 주저앉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김병욱 PD의 작품은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다. 김병욱의 시트콤은 언제나 꽉 짜여진 구성과 독특한 인물들의 확실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니까 자연스럽게 웃음이 발생한다. 또 김병욱 시트콤의 특징 중 하나는 웃음과 동시에 슬픔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 내내 유쾌하게 진행되던 시트콤을 몇 번씩이나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1. 순풍 산부인과 (SBS 1998~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