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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면 누구나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아무 준비도 없는 상태로 낯선 문화와 급격히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19세기 조선에는 서양을 비롯한 외국 문명들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고,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조선인들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별다른 거부감 없이 남의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모방하는 일본인들과 달리, 조선인들은 독창적인 만큼 고집이 세고 남의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뜨거운 불과 차디찬 물이 만나는 것처럼, 전통적인 우리 고유의 패러다임과 새로운 서양의 패러다임이 격렬하게 부딪쳤고, 사람들은 마치 한 몸으로 두 인생을 겪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힘겨운 시간들을 감내해야만 했다. 드라마 '조선총잡이'는 바로 그 시대를 살아간 우리 선조들의 이야..
열심히 챙겨보던 드라마는 아니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종영을 앞둔 시점에서 생각하니 크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장희빈의 이야기는 이제껏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즐겨 차용되었지만, 등장인물들은 언제나 구태의연하고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죠. 그나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야심찬 변화의 시도가 좀 있기도 했습니다. 김혜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7대 장희빈(2002년)의 경우, 초반에는 전형적인 악녀가 아니라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문제는 시청률 부진이었습니다. 어차피 뻔한 내용인 줄을 다 알면서 또 '장희빈 드라마'를 선택한 시청자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악녀 장희빈'과 '선녀(善女) 인현왕후'의 첨예한 대결을 지켜보다가, 장희빈이 천벌을 받고 인..
여주인공 최동이의 식상함에 비해, 숙종(지진희)의 캐릭터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제껏 드라마에서 그려진 숙종 임금의 모습은 여인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바람둥이 내지는 나약한 남자의 모습으로 보일 때가 많았지요. 물론 역사를 조금만 아는 시청자라면 그것이 결코 숙종의 진면목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으나, 주로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대립을 중심으로 다루어졌던 그 시대 배경의 사극에서, 남주인공인 숙종은 진실과 상관없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동이'에서는 무엇보다 숙종의 캐릭터에 정성을 기울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까지와는 아주 다른 모습의, 서늘하고도 색다른 매력의 숙종을 탄생시켰군요. 현명하고 강한 군주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통쾌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