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탁구 (21)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서인숙과 한승재를 제치고 구일중이 최고의 악역이라는 제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올렸던 포스팅 '나쁜 아버지 구일중, 비극을 부르다' 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반대 의견을 접했었지요. 그러나 19회를 시청한 후 저는 원래의 생각을 더욱 굳혔을 뿐 아니라, 구일중은 '나쁜 아버지'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악역으로 규정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인물임을 깨달았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가 드러나 있는 함정이라면, 구일중은 교묘히 숨겨져 있는 함정입니다. 어느 것이 더 위험한지를 극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예시입니다. 물론 서인숙과 한승재의 악행을 합리화하거나 감싸 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착한 척 하는' 구일중의 행각을 볼 때마다 제 가슴 속에서 치밀..
구일중은 참으로 나쁜 아버지입니다. 14년만에 재회한 아들 탁구(윤시윤)와 끌어안고 폭풍 눈물을 흘리는 전광렬의 연기는 더할 수 없는 명품이었으나, 그 순간에도 제 마음은 차갑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오히려 속으로 "탁구야, 속지 마!" 라고 되뇌었다죠. 탁구의 인생 중 12년을 허비하게 만든 장본인은 사실 조진구(박성웅)가 아니라 구일중이었습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장 자애로운 아버지인 척하고 탁구를 끌어안고 있으니 제 눈에는 가증스럽게만 보였습니다. 그는 탁구를 사랑했다기보다는 욕심을 냈던 것입니다. 천부적인 후각을 타고나서 제빵 사업에 큰 도움이 될만한 아들 탁구를 온전히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모자간에 생이별을 시키려 했던 것이지요. 아무래도 후계자 자리에 앉힐 장남이..
팔봉 선생의 인증서를 받기 위한 경합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1단계 시험의 결과부터 말해 본다면 양미순(이영아)과 김탁구(윤시윤)는 통과, 고재복은 탈락, 그리고 구마준(주원)은 '일단 보류' 였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가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누가 통과하고 누가 탈락하느냐보다, 경합의 과제였던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빵'이 과연 어떤 빵이겠느냐 하는 점이었지요. 현실이라면 탈락할 수밖에 없을 주인공 김탁구는 극적으로 통과하게 될 것이고, 현실적으로 통과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구마준은 오히려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임을, 드라마의 법칙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시청자라면 누구나 예측 가능했으니까요. 김탁구가 혼자 중얼거렸던 "배고플 때 먹는 빵이 가장 배부른 빵이잖아!" 라는 대사에 착안하여 어떻게든 팔봉..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방송 전에는 K방송사의 '버리는 카드' 라는 말까지 돌았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별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시선을 끌만한 톱스타가 존재하지 않았지요. 타이틀롤을 맡은 윤시윤은 이제 겨우 시트콤에서 '그 집 손자'인 고등학생 역할을 해본 것이 연기 경력의 전부일 만큼 신인이고, 뮤지컬배우 출신의 주원은 아예 브라운관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며, 이영아는 너무 오랜만의 컴백이고, 유진은 히트작 하나 없는 무관의 요정이었습니다. 특히 라이벌 구도의 두 남자 주연이 너무 신인급이라,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실험적인 작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러나 '제빵왕 김탁구'는 아마도 천운을..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시대이지만, 여전히 가수 출신 연기자를 보는 시선은 전체적으로 곱지만은 않습니다. 가수 활동을 통해 얻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남의 밥상에 너무 쉽게 숟가락을 올려놓는 듯한 느낌, 그래서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연기 공부를 하며 오랫동안 꿈을 키워 온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듯한 느낌이 그 못마땅한 시선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사실 완전히 부인할 수도 없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진은 이제 그런 시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990년대 말의 인기 걸그룹 SES 출신의 그녀는 이미 연기 활동을 시작한지가 거의 10년이 가까워지고 있으며, 그 동안 꽤 많은 작품에 주연으로 등장하여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 주었으나, 시..
'제빵왕 김탁구' 11회는 주인공들에게 있어 삶의 전환점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김탁구(윤시윤)와 구마준(주원)이 정면승부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제빵인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지요. (관련글 : 구마준이 김탁구에게 이길 수 없는 이유) 이 젊은이들의 대결에서 이미 승자와 패자는 정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뻔한 듯한 구도임에도 결코 뻔하지 않게 끌고 가는 작가의 능력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가 충분히 흥미로울 거라고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팔봉 선생의 손녀 양미순(이영아)은 역시 할아버지를 닮아 사람 보는 눈이 날카롭더군요. 처음에는 구마준의 고상한 허우대에 반해서 호감을 가졌지만 차츰 그의 표리부동한 실체를 깨달으면서 마음이 멀어지는 모양입니다. 구..
구마준은 어려서부터 비겁했습니다. 느닷없이 집안에 끼어들어온 김탁구의 존재가 탐탁치 않은 마음이야 당연한 것이겠으나, 그를 정당하게 상대하지 않았습니다. 누나 자경의 샤프펜슬을 가져다가 탁구의 책상 서랍에 넣어두는 치졸한 방법으로 도둑 누명을 씌웠으며, 엄마를 찾으러 가는 탁구와 동행하여 집을 나갔다가 돌아와서도 자기가 훔친 엄마의 패물을 "탁구가 시켜서 그랬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자기 출생의 어두운 비밀을 알기 전에도, 알고 난 후에도 마준의 비겁한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기가 가진 것들의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 위기의식을 느껴서인지, 구일중의 인정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노력하게 되었다는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출생의 비밀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나쁜 남자'에서는 몇 가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그저 재미삼아서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통점 1. 재벌가에서 쫓겨난 아들, 그 복수와 야망 이 두 드라마에는 한국 드라마의 고정적 소재인 재벌가가 등장하며, 한편에서는 그 재벌가를 향해 복수와 야망을 불태우는 남자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린 시절 한때 그 재벌가의 아들이었으나, 비참하게 쫓겨났던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쁜 남자'의 설정상 심건욱(김남길)은 처음부터 복수를 목적으로 해신그룹에 접근한 것이지만, 그 기반(복수의 이유)이 약함으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야망의 사나이로만 비춰지는군요. 그리고 '제빵왕 김탁구'의 탁구(윤시윤)는 비교적 순수한 인물로서 오직 잃어버린 어머니를 ..
'제빵왕 김탁구' 8회에 엔딩에서 드디어 신유경의 어른 역할을 맡은 유진이 등장했습니다. 여주인공 이영아의 캐릭터가 다분히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이미지를 지녔으므로, 상대적으로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유진의 등장은 상당히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윤미순(이영아)이 철없는 어린애 같다면 신유경은 남모를 비밀을 가슴에 품은, 성숙하고도 신비한 여인의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그런데 그녀의 남모를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김탁구(윤시윤) 한 사람 뿐입니다. 김탁구와 신유경은 유년시절부터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지녔었지요. 김탁구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매일 구타당하며 지내는데다가 작부의 딸이라는 이유로 친구조차 만들지 못하고 따돌림 당하는 신유경을 언제나 가슴 깊이 아끼고 보호하는 흑기사가..
'제빵왕 김탁구' 2회를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2003년 '대장금' 이후로 참 오랜만에 보는 아역 탤런트 조정은 양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고기를 씹을 때 입에서 홍시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물으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그 유명한 대사를 깜찍하게 읊어대던 꼬맹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한 폭 수채화에 담아도 좋을 듯한 사춘기의 미소녀가 되어 있더군요. 목소리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세월이 이렇게 흘렀군요. 2002년 영화 '집으로'에서 보았던 꼬마 유승호 군도 지금은 어느 새 국민남동생이며 잠시 후면 국민연하남 대열에 동참할테니까요. 그런데 유승호는 여기저기에서 소식도 자주 들었고, 그 성장 과정을 쭉 지켜 본 느낌이라서 낯설다고 생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