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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돌아가신 희주 외삼촌이 제 아버지라고요?" 서른 살의 장지완(이재윤)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자신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어머니 윤인숙(김미숙)을 바라봅니다. "희주 외삼촌이 죽고 나서 널 가진 걸 알았어. 그 당시엔 감당하기 벅찬 일이었다. 그래도 널 포기할 수는 없었어... 그 때 내 사정을 알고 지금의 아버지가 나를 감싸안았어... 지완아, 지금 아버지는 세상이 두쪽난 것 같은 심정일 거야. 널 지키고 싶어했어. 끝까지 너한테 아버지이고 싶었던 분이야!" '불굴의 며느리' 후속으로 시작된 '오늘만 같아라'도 초반부터 막장의 향기를 솔솔 풍기는 것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역시 일일연속극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싶어서 그냥 포기하고 볼까 생각중입니다. '하이킥3'가 끝나고 TV를 끄지 않으면 자연스레..
이제 70대에 접어든 원로 작가 박정란이 집필한 드라마 중 저의 머릿속에 아직도 강렬히 남아있는 작품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울 밑에 선 봉선화'입니다. 너무 오래 전에 보았던 것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시대의 아픔 속에 인간의 섬세한 감정이 진하게 녹아들어가 있는 수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주인공 정옥(김미숙)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했으나 그녀의 두 여동생 정애(권기선)과 정임(전인화)의 삶 또한 극도의 애련함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긴 호흡을 지닌 일일드라마였음에도 시놉과 대본이 매우 탄탄하여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고, 인물 하나 하나의 스토리가 굉장히 역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오래 전에 원로 PD 허환 선생님의 드라마 작법 강의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아주 잠깐 박정란 작..
첫방송의 느낌은 예상보다 더 괜찮았습니다. 저는 원작만화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아무 선입견 없이 감상에 임할 수 있었지요. 처음부터 긴장감과 몰입도가 상당하고, 주인공 이윤성 역할을 맡은 이민호는 캐릭터에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더군요. 아직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모르던 17세 소년 시절의 티없는 싱그러움도 잘 나타냈고,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냉혹한 킬러로 훈련받아 변신한 24세 청년의 어두운 카리스마도 제법 그럴듯하게 표현했습니다. 이윤성의 캐릭터는 다중적인 면이 있어서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이만하면 일단 합격점을 주어도 될 듯 싶습니다. 드라마의 시작은 1983년에 일어났던 실화, 아웅산 테러사건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북한은 당시 버마를 방문 중이던 대통령을 노리고 테러를 감행했으나..
'아내의 유혹'과 '천사의 유혹'을 통해 김순옥 작가의 스타일을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품성 있는 드라마가 나올 거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래도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재미는 보장되겠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아쉽게도 4회까지 방송된 지금으로서는 유혹시리즈에 맞먹는 재미조차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무엇보다 제2의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신달래(강민경)의 어색한 연기 때문에 좀처럼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유혹시리즈에는 없었던 이 드라마의 커다란 맹점입니다. 몰입을 좀 해볼까 하면 신달래가 등장해서 손발을 오글거리게 하거든요. 말하자면 대본의 재미는 유혹시리즈에 비견할만한데, 전체적으로 캐스팅의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대본이 막장스러울수록 연기자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
배우 이현진은 1985년생으로 올해 26세이며, 브라운관에 데뷔한 것은 1997년 후반의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을 통해서였습니다. 저는 이제껏 만 3년 동안 그가 출연한 작품을 거의 다 보았군요. 이현진 때문에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본 것은 아니고, 그냥 재미있는 작품을 고르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었지요. 그만큼 이현진은 신인치고 아주 작품 운이 좋은 배우였습니다. 데뷔작인 시트콤 '김치스'는 그 전작인 '거침없이 하이킥'의 명성에 비한다면 미약했으나 그래도 나름대로의 고정팬을 갖고 있는 좋은 작품이었지요. 저는 그 작품을 통해서 엄기준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았습니다. 이현진은 엄기준의 동생 역할이었는데, 대학생이며 동시에 수영선수였기때문에 모델 출신의 멋진 몸매도 항상 뽐낼 수 있었고(당시 신인배우였던..
매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되는 대로 KBS의 일일드라마 '바람불어 좋은날'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세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 김미숙과 이현진의 사랑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서입니다. 드디어 아주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네요. 우선 저의 개인적인 바램을 털어놓는다면, 두 사람이 결혼으로 연결되기를 바라지는 않으나,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는 충분히 아름답게 그려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강희(김미숙)와 장민국(이현진)이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 동안 좀처럼 와닿지 않던 민국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그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지, 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하는지, 그 마음이 가슴 속 깊..
'에덴의 동쪽'이 종영한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송승헌과 연정훈의 어머니로 등장해서 초반 시청률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중견배우 이미숙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했었지요. 그녀의 고민은 "나는 아직도 주인공을 하고 싶은데, 이 사회는 나를 뒤켠으로 물러나라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에덴의 동쪽'에 캐스팅 되었을 때에도 그녀는 본인이 주인공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물론 농담반 진담반의 어조였습니다. 아들들이 주인공이고 자신은 어머니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고 하는데 그 또한 완전히 농담 같지는 않았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요. 나이들고 늙어가는 것은 몸일 뿐 마음이 아니니까요. 한때는 멜로의 여주인공을 도맡아 하던 그녀가, 이제는 자기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