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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 김탁구 (윤시윤) 나에게 아버지는 그리움이다. 아버지가 없는 줄 알고 어머니와 둘이 살았던 청산에서도 나는 언제나 아버지가 그리웠다. 엄마만 있으면 세상에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었지만, 사람들이 아비 없는 자식이라고 놀려도 괜찮았지만, 가끔씩 다른 녀석들이 아버지의 무등을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누군지도 모르는 아버지가 그리웠다. 내게도 아버지가 있다면 저렇게 해주실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도 아버지가 생겼다. 내 아버지는 그 커다란 공장에서 산처럼 수북히 쏟아져 나오는 빵들의 주인이었고, 대궐같이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임금님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나를 그 집에 남겨두고 홀로 청산으로 돌아갔다. 나는 외로웠다. 이제껏 한 ..
'제빵왕 김탁구' 8회에 엔딩에서 드디어 신유경의 어른 역할을 맡은 유진이 등장했습니다. 여주인공 이영아의 캐릭터가 다분히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이미지를 지녔으므로, 상대적으로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유진의 등장은 상당히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윤미순(이영아)이 철없는 어린애 같다면 신유경은 남모를 비밀을 가슴에 품은, 성숙하고도 신비한 여인의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그런데 그녀의 남모를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김탁구(윤시윤) 한 사람 뿐입니다. 김탁구와 신유경은 유년시절부터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지녔었지요. 김탁구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매일 구타당하며 지내는데다가 작부의 딸이라는 이유로 친구조차 만들지 못하고 따돌림 당하는 신유경을 언제나 가슴 깊이 아끼고 보호하는 흑기사가..
아역들의 명품 연기로 사랑받던 '제빵왕 김탁구'에 드디어 유진(신유경 역)을 제외한 모든 성인 연기자들이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우선 남녀 주인공인 윤시윤과 이영아는 성공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듯 합니다. 이영아는 벌써 괜찮은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던 터이지만, 상대적으로 신인급인 윤시윤에게는 약간의 우려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윤시윤은 상당한 노력파인 것 같습니다. 7회에서 절반 이상의 분량을 홀로 감당하며 종횡무진 열연한 그의 연기는 타고난 끼를 발산한다기 보다는 부단한 노력으로 이루어낸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으니 만큼 최선을 다해 올인하고 있는 듯한데,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는 구마준 역의 주원은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빵왕 김탁구'의 불륜 미화는 나날이 심해져 갑니다. 김미순(전미선)은 할머니(정혜선)이 내미는 돈조차 거절하고 아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는 숭고한 모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구일중(전광렬)은 탁구(오재무)에게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간의 권위 일변도에서 비롯된 비호감을 벗고 호감형 아버지로 돌아섰습니다. 게다가 탁구가 유경(조정은)의 술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맞고 있을 때, 더없이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서 "내가 바로 이 아이의 아버지되는 사람이오" 라고 자신을 밝히고 시원스레 주먹을 날려 상대방을 쓰러뜨림으로써 터프한 면모까지 과시했습니다. 김미순과 구일중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서인숙(전인화)의 캐릭터는 대책없이 망가져 갑니다. 구일중이 빵공장에 마준이와 탁구를 함께 데..
나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탁구 저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나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 날 밤의 기억은 지금도 가끔씩 내 꿈에 나타납니다. 밤이 깊었는데도 미순 언니는 나를 재워주러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언니를 부르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열려있는 아버지의 서재 문틈으로 언니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함께였습니다. 아버지는 미순 언니를 끌어안고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있었는데,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를 모르면서도 왠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대로라면 미순 언니는 내 곁에서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어야 했는데, 왜 나를 버려둔 채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때 할머니가 뒤에서 조용히 나를 잡아 끌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할미랑 자자꾸나." 할머니의 손..
재미가 없었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솔직히 '제빵왕 김탁구' 1회는 통속적이지만 지루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초반의 흥미 유발을 위해 설정된 듯한 주인공의 탄생 비화가 너무도 자극적이고 비윤리적이었기에, 개운한 마음으로 시청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마음을 거북하게 했던 것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고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린 설정이었습니다. 일전에 관람했던 영화 '하녀'에서도 약간 비슷한 불편함을 느꼈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욱 심하군요. 주인공 김탁구의 캐릭터는 씩씩하고 착하고 올바른 청년인데,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일그러져 버렸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제빵 업계의 재벌인 거성家의 며느리 서인숙(전인화)은 단지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어머니 정혜선에게 온갖 인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