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7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유난히 춥던 어느 겨울 날, 백진희는 치매에 걸려서 길을 잃고 헤메는 할아버지 한 분을 도와드린 적이 있었죠. 그 할아버지는 헤어질 때 그녀의 손에 씨앗을 쥐어 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잘 키워 봐..." 그 선물은 할아버지가 진희에게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녀 혼자 힘으로는 할아버지의 집을 찾아드릴 수가 없어서 윤계상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래서 두 사람은 그 씨앗 화분을 자기들의 공동 소유라 생각하고 이름 한 글자씩을 따서 '진상'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그것은 백진희 혼자만의 것이었습니다. 씨앗이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염려했었지만 다행히 화분에서는 싹이 움텄고, 진희는 그것을 계상과 자기의 사랑의 새싹이라 여기고 무척이나 기뻐합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나는 새싹을 볼 ..
이적의 아내가 될 사람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그래도 82회에서는 다섯 명 중 한 명의 후보가 탈락했네요. 지독히 맛없는 음식을 대접함으로써 이적의 머릿속에 '싱거운 손맛'으로 기억되고 있던 주부 윤유선이 이번 에피소드에는 참여하지 않았거든요. 다행히 막장드라마로 변질될 가능성은 전무해졌습니다. 이적은 돈 잘 버는 의사이며 노래까지 잘하는 멀쩡한 남자인데, 이상하게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캐릭터입니다. 여자를 사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합니다. 먼 훗날 그는 지금의 시절을 돌이켜 보며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나의 젊은 시절은 온통 내 매력을 이상하게 여자들에게 저평가 당하던 시절이었다. 빌어먹을..." 그러던 어느 날, 이적은 다시 한 번 윤계상의 집을 방문하게 됩..
81회에서 제가 주목한 인물은 윤지석(서지석)이었습니다. 그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형 윤계상과 비교하면서 보게 되는데, 예전부터 조금씩 의아하다고 생각하며 주목해 온 부분이 있었지요. 그 의문이 이번의 세뱃돈 에피소드를 통해 약간은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백진희 에피소드에 관한 저의 의견을 잠깐 말해 본다면, 그녀의 순진한 망상과 도끼병이 좀 어이없기는 하지만 비난받을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부분은 전혀 없으니까요. 윤계상이 특별히 자기의 생일을 기억하거나 챙겨줄 이유가 없는데도 혼자 망상에 빠져서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것은, 눈먼 짝사랑에 판단력이 흐려져서이기도 하지만, 평소 지나치게 친절하고 모든 사람을 잘 챙기는 윤계상의 성품에도 원인이 있을 겁니..
참 오랫동안 가슴만 졸이게 하던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 커플이 드디어 78~79회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행복한 연인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동안 김병욱 시트콤에서 중반부쯤에 결성된 커플들은 대부분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그들은 온갖 달콤한 연애 행각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화제의 중심에 놓이지만, 결국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헤어지게 됩니다. '거침킥'의 최민용-서민정 커플이나 '지붕킥'의 이지훈(최다니엘)-황정음 커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윤지석-박하선 커플은 무사히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병욱의 전작에서도 모든 연인들이 쓸쓸한 결말을 맞이했던 것은 아니지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는 청춘 커플이 2쌍 있었는..
120부 예정으로 시작되었으니, 77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점에서는 43회가 남았군요. 아무래도 너무 긴 듯합니다. 100회 정도면 충분할 듯한데 말이죠. 사실 지금까지 달려오는 와중에도 쓸데없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총 80부작 정도로 타이트하게 꾸며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괜히 이런저런 불필요한 사족을 끼워넣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송 여건상 그게 쉽지 않았겠죠. 이런 상태라면 스텐레스 김의 고집과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진정한 걸작은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남은 시간의 많은 부분을 괴로움과 지루함 속에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76~77회를 보면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아, 지붕킥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구..
'지붕뚫고 하이킥'의 청순 글래머 신세경이 '하이킥3'에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본인은 벌써 예전부터 출연을 희망해 왔다는데, 김병욱 PD는 그녀를 아무 때나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했던 모양이에요. 그 동안에도 정일우를 비롯해서 전작의 인물들이 적잖이 카메오 출연을 했지만 모두 큰 의미 없는 단발성 에피소드에 그쳤던 반면, 신세경의 경우는 확실히 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러브라인의 윤곽이 거의 잡히고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신세경의 재등장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카메오들은 모두 전작과는 상관없는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복입은 아줌마 윤유선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 고등학생 정일우는, 서..
74회의 내용은 꽤 복잡했습니다. 윤계상, 김지원, 윤지석(서지석), 박하선, 안종석까지 무려 5명의 서로 다른 감정이 불과 23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섬세하게 녹아들어가 있더군요. 무능한 제작진이라면 한 두 명의 감정을 담아내기에도 벅찬 시간인데,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그 캐릭터에 감정을 몰입하다 보면 저마다의 아픔이 느껴져서 가슴이 짠해 올 뿐인데, 묘하게도 방송 후에 뜬 기사에서는 박하선이 어장관리녀가 되었다는 식으로 표현해 놓았더군요. (해당 기사 링크) 기사의 댓글들을 보니, 박하선은 물론이거니와 더 심한 어장관리를 하고 있는 것은 윤계상이라는 의견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어떻게 자로 잰 듯 칼로 자른 듯 분명하기..
아리송한 러브라인으로 사람 애태우는 김병욱의 못된(?) 습관은 여전합니다. 물론 그것도 '하이킥'을 시청하는 독특한 재미 중 하나지만요. 시청자들마다 지지하는 라인이 달라서 괜히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런 부분이 쏙 빠졌다고 가정해 보면 재미가 확 줄어들지 않겠어요? 지나치게 흥분해서 혈압 오르고 건강에 문제 생길 정도만 아니라면, 적당히 애태우면서 즐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ㅎㅎ 73회에서 박하선과 이적의 연결고리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현재 박하선을 사랑하는 윤지석(서지석)에게는 두 명의 강력한 라이벌이 있습니다. 일단은 퇴장했지만 언제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순정남 고영욱과, 보건소 의사인 형 윤계상보다 훨씬 수입이 좋은 대학병원 항문외과 의사 이적입니다. 이적..
윤계상은 선배로부터 한 폭의 그림을 선물 받습니다. 그런데 눈 덮인 풍경 속에 서 있는 소녀의 뒷모습은 김지원을 꼭 닮았네요. (저만 그렇게 느꼈나요? ㅎ) 처음 보는 순간부터 저는 "지원이구나!" 했습니다. 그림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와 느낌이 영락없이 김지원이었거든요. 계상에게 빌린 책을 돌려주러 왔던 지원은 그림을 보고 말합니다. "황량한 풍경이네요... 사람의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대요. 저 여자는...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 같아요." 윤계상은 그림을 보건소 벽에 걸어 놓는데, 백진희는 그림을 보자 왠지 마음이 설렌다면서 좋아합니다. 눈으로 가득한 풍경이라서 좋고, 그림 속의 여자는 프레임 밖의 누군가와 곧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말이죠. 역시 백진희는 밝고 통통 튀는 모..
최근 윤계상을 향한 백진희의 짝사랑이 절정에 이르면서, 그녀의 꿈이나 상상을 현실처럼 표현한 장면들이 자주 나옵니다. 지난 70회와 71회에서 연달아 그와 같은 장면이 방송되었군요. 하지만 그 내포된 의미는 천양지차로 달랐습니다. 70회에서의 상상씬들은 모두 귀여운 해프닝 정도로 단순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71회에서 진희가 꾸는 꿈은 그녀의 짝사랑이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70회의 상상씬에서 윤계상은 백진희에게 느닷없이 터프한 사랑 고백을 하고, 온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결혼 선포까지 합니다. 더 이상 그를 난처하게 할 수 없었던 백진희는 '사랑하기 때문에' 멀리 떠나지만, 윤계상은 머나먼 파리까지 쫓아와서 변치 않는 사랑을 다짐했죠..ㅎㅎ 그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