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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우직한 엄태웅이 나는 참 좋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우직한 엄태웅이 나는 참 좋다

빛무리~ 2011. 7. 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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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200회 특집은 고창에서의 농활 체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잔치 음식을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놓은 것을 보고 좋아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안해하던 멤버들의 우려가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다른 회차보다 훨씬 더 고된 노동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벅찬 일거리가 주어졌을 때 투덜거리는 멤버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모두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일 돕기에 임하는 것을 보니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릅니다.

나영석 PD는 분명히 게임에 이겨서 늦게 출발할수록 더 쉬운 일거리가 주어진다고 했는데, 상황을 보니 전혀 그렇지도 않더군요. 옥수수 쪽은 일거리가 많았지만 김종민과 이승기가 함께 갔기 때문에 그런대로 할만해 보였고, 수박 쪽은 무게가 장난 아니었지만 천하장사 강호동의 힘 덕분에 크게 힘들어 보이진 않았는데, 가장 힘들어 보이는 사람은 감자를 캐는 은지원이었습니다. 은지원은 게임도 잘 해서 이수근을 제외하고는 가장 늦게 출발했는데도,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작업량을 배정받아야 했거든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은지원은 중간에 "나 연예계 은퇴할래~" 하고 중얼거리기까지 하더군요. 

왜 그토록 불공평한 상황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우리는 또 하나의 흐뭇한 구경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복분자 밭에서 자신에게 배정된 일을 눈부신 속도로 가장 먼저 마친 엄태웅이, 곧장 숙소로 돌아가 쉬지 않고 은지원을 도와주러 왔던 것입니다. 왜 쉬러 가지 않았냐고 PD가 묻자, 복분자 즙을 마셨더니 힘이 뻗쳐서 그런다고 엄태웅은 대답하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복분자 즙을 마셨어도 평소 하지 않던 농사일을 한 뒤인데 왜 피곤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의 일을 마쳤으면 일단 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엄태웅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장 힘든 일을 하고 있는 동료를 돕겠다고 스스로 찾아왔습니다.

월등한 체력의 엄태웅이 가세함으로써 일의 속도는 2배 이상 빨라졌습니다. 감자 상자를 트럭에 실을 때도 엄태웅은 자기가 더 힘든 위치를 맡겠다고 자청했습니다. 지칠대로 지친 은지원을 격려하기 위해 일부러 가져온 복분자 즙을 따라 주기도 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께도 모두 한 잔씩 대접한 것은 물론입니다. 그렇게 협동 작업으로 간신히 일을 마친 후 은지원은 진심으로 엄태웅에게 고마워하며, 형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해낼 수 없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엄태웅은 "나도 이거 아니었으면 힘이 남아돌아서 큰일날 뻔했어" 라고 대답하더군요. 엄태웅은 은지원과 함께 모든 멤버들 중 가장 늦게서야 베이스캠프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렇게 우직한 엄태웅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 재치와 말솜씨가 다소 부족하여 예능의 적응 기간이 길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가끔은 있는 듯 없는 듯 무존재감일 때도 있지만,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새로운 병풍 캐릭터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는 화려한 꽃들 사이에 듬직한 아름드리 나무처럼 서 있는 엄태웅이 참 좋습니다. 꾀돌이, 욕심쟁이, 악동 캐릭터는 벌써 기존의 '1박2일' 내부에 모두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태웅과 같은 듬직한 순둥이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지난 주의 일도 떠오릅니다. "내 마음은 이런데 네 마음은 어떠니?" 라는 제목으로 주어졌던 심리게임이 있었죠.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동료의 이름을 적으라는 그 미션을 받아들고, 다른 멤버들은 모두 머리를 굴리며 "누가 내 이름을 적을 것인가?"를 고민했는데, 꾀를 부릴 줄 모르는 엄태웅은 펜뚜껑을 굴려 가면서 고민하다가 실제로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이수근의 이름을 적었던 것입니다. 조금만 더 요령이 있었다면 당연히 확률이 가장 높은 강호동의 이름을 썼을 텐데 말이죠.

그래 놓고 나서는 서운해하는 강호동 앞에서 얼마나 진심으로 미안해하던지, 그 표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습니다. 강호동이 "너 이제 나한테 문자하지 마!" 이런 식으로 구박할 때 어쩔 줄 모르고 얼굴이 새빨개져서 난처하게 웃고만 있었지요. 분명히 그건 실제 상황이 아니고 예능일 뿐인데도 엄태웅의 표정은 너무 진실해 보여서 안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벌어진 '갯벌 3종 경기'에서 강호동과 한팀이 된 엄태웅은 어떻게든 승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자기가 강호동의 이름을 쓰지 않아서 밤샘 촬영 면제권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해 계속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코끼리코 10바퀴를 돌고 나서 3단 멀리뛰기를 할 때, 엄태웅은 유난히 어지럼증에 약한지 수차례나 갯벌에 우당탕 뒹굴었지만 결국 불타는 투지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어서 양동이 쓰고 닭싸움을 할 때도 엄태웅은 혼자서 이수근과 이승기를 물리쳤습니다. 강호동은 멀리뛰기에서도 실격을 당했으며 닭싸움에는 아예 출전조차 하지 않았지만, 엄태웅의 활약에 힘입어 뒤늦게나마 잠자리에 들 수가 있었지요. 강호동이 기뻐하며 "태웅아, 사랑한다~" 하고 팔을 벌리자 엄태웅은 "저는 항상 사랑했어요~" 라고 외치며 강호동의 품에 달려들더군요. 활짝 웃는 그 얼굴에는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홀가분함이 생생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언젠가 점심식사 메뉴 중 하나였던 봄동 무침을 획득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108배를 하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미션을 부여받았음에도 오히려 다행이라는 듯 "이건 별로 걱정도 안 됐어" 하며 기분좋게 미소짓던 얼굴... 그 때는 아직 '1박2일'에 합류한지 얼마 안 된 때였는데, 108배를 하면서 속으로 빌었던 엄태웅의 소원은 "내가 말문 좀 트였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자신의 예능감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의 부담이 컸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엄태웅은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은 최선을 다해서 수행합니다. 체력이 워낙 좋으니 몸을 쓰는 미션에서는 월등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누구나 그 등걸에 기대어 쉬어갈 수 있을 듯한 큰 나무의 이미지... 말수는 적어도 착하고 편안해서 부담없이 다가설 수 있는 옆집 형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에서 엄태웅의 연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의 카리스마를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양면성이 참으로 멋지지 않습니까? 최근 '무한도전'에서 정재형이 큰 인기를 얻은 이유도 "오홍홍홍~" 웃을 때의 허당스런 모습과 피아노 치며 '순정마초'를 부를 때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양면성 때문이었죠.

강호동은 비록 동생이지만 엄태웅을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둔 사람으로서, 굳이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인데 과감히 용기를 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엄태웅은 나이 어린 신인도 아니고, 인지도가 낮은 무명 연예인도 아니니까요. 계속 연기 활동에만 전념해도 충분히 명성을 누릴 수 있으며, 어쩌면 그 편이 더 유리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무척 힘들 것을 알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것을 보면, 그는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가슴 속에 불 같은 열정을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열정이 때를 만나 제대로 폭발하면 엄태웅은 굉장한 존재감의 예능인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멀지 않았을 거라고 예상되는 그 때를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엄태웅이 데려왔던 강아지 '백통이'도 너무 귀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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