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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를 향한 김범수의 프로포즈가 아름다웠던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이소라를 향한 김범수의 프로포즈가 아름다웠던 이유

빛무리~ 2011. 7. 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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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BS Joy에서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가 화요일 심야에 방송되고 있습니다. 케이블 프로그램을 시간 맞춰서 기억했다가 챙겨본다는 게 제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 띄엄띄엄 보고 있지만, 이번에는 김범수와 이소라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또 다른 분위기에서 다시 한 번 듣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기다렸습니다. '나는 가수다'의 중간평가 무대에서 들었던 그 듀엣의 감동을 좀처럼 잊을 수 없었거든요. '나가수'에서 이소라가 불렀던 노래들이 다 좋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행복을 주는 사람'이 가장 좋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데, 그 무대를 끝으로 그녀가 최하위를 기록하고 하차하게 되었으니 참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김범수의 등장은 다음과 같은 이소라의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분이 프로포즈에 나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병헌씨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제가 요즘 선글라스를 잘 못 끼고 다닙니다. 가끔 이분 닮았다는 소리를 들어서요..;;' 네... 이 정도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진짜로 약간 닮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게 문젭니다. 김범수씨를 박수로 모시겠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이병헌이 메시지를 보낸 걸까요? 아니라면... 저런 농담을 해도 좋은지 허락은 받은 걸까요? ㅎㅎ) 


김범수의 첫 무대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OST였던 '나타나'로 흥겹게 시작되었습니다. "왜 내 눈앞에 나타나~ 왜 네가 자꾸 나타나~" 힘찬 목소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자신만만한 제스처라니... 그야말로 김범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껏 물이 오른 한 그루의 싱싱한 나무 같았습니다. 첫 무대가 끝나자 MC 이소라가 등장하며 감탄했습니다. "와~ 멋있다!" 그러자 김범수는 대답했습니다. "이젠 뭐... 익숙해서요..ㅎㅎ"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좀 가라앉자 김범수는 진지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습니다. "제겐 사실 이 무대가 꿈의 무대예요. 제가 음악을 시작했던 고등학교 때, 프로포즈를 진행하시던 이소라씨를 보면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거든요. 진짜예요." 이소라가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아니라 저한테?" 김범수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진짜라니까요. 방송에서 이렇게 고백한 적은 처음이에요. 저분을 만나려면 내가 가수가 되어서 저 프로에 나가면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게 제가 가수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이유였어요. 모르셨죠? ... 제가 항상 누나 좋아해요, 좋아해요 그랬는데 선배로서만 좋아한 게 아니었어요."


이소라는 정말로 약간은 당황한 것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김범수에게 말하더군요. "굉장히 특이하세요." 저 말은 무슨 뜻일까요? 이소라는 2007년 경부터 폭풍 다이어트에 돌입해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났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풍만한 체격이었습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진행하던 당시는 대략 10여년 전이었죠. 솔직히 개그우먼도 아닌데 연예인치고는 보기드물다 싶을 만큼 뚱뚱한 몸매였던 것을 기억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김범수에게 저렇게 말하지 않았나 싶어요.

김범수가 대답했습니다. "왜요? 이젠 저를 보고도 잘생겼다고 하는 시대인데요. 누나 정말 훌륭하세요. 저는 혼자서 결혼까지도 막 상상하고 그랬었어요. 저런 분이라면..." 이소라의 표정이 확 밝아졌습니다. "와... 이거 프로포즈입니까? 지금도 가능합니까?" 그런데 갑자기 김범수가 시치미를 떼며 말을 바꾸는군요. "아, 근데 그건 주관이 성립되기 이전의 얘기였죠. 고등학교 때는 그렇잖아요. 국어선생님이나 수학선생님을 좋아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 대학 가니까 눈이 또 넓어지고, 그렇더라구요."


이소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짓습니다. "예전에는 누나가 이 무대의 기둥이시고 주인공이라고 그러더니, 떨어지고 나니까 아무것도 없네요.." 이건 아마도 '나가수' 이야기겠죠? 그런데 김범수는 좀전에 안면몰수를 해놓고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그 전으로 돌아갔습니다. "중간평가 때 그 무대 정말 좋았잖아요. 사실 이소라씨와 정식으로 듀엣을 해보는 게 저의 두번째 꿈이었거든요."

그 말을 듣고 이소라가 묻습니다. "저도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중간평가 때 '행복을 주는 사람' 듀엣했던 장면을 제가 그 이후에 상당히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땅을 보면서 노래하고 있는데, 김범수씨는 유난히 제 얼굴을 보면서 웃으면서 노래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범수가 이 날 굉장히 기분이 좋았나? ... 그런데 볼수록 범수씨가 웃는 모습이 노래가 좋거나 음이 잘 맞아서 웃는 게 아니라 굉장히 깊이 웃는 거였어요."


김범수가 중간에 치고 들어오며 대답했습니다. "그래요, 그게 제 마음이 담긴 거라니까요. 그 순간이 제게는 꿈만 같은 순간이었으니까요." 이소라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내가 이 나이 되어도 이런 오해를 하고 있구나. 그냥 웃는 건가? 그런데 너무 많이 웃는 거 아냐? 혹시 날 좋아하나? 그랬거든요." 김범수가 또 말합니다. "아니,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한 번쯤은 눈을 마주쳐 주시겠지 했는데, 한 번도 안 쳐다보시더라구요."

이소라는 확답을 듣고 싶은 듯 다시 물었습니다. "제가 물어본 건, 그 때 왜 그렇게 웃으셨냐니까요?" 김범수가 말했습니다. "그런 게 짝사랑인가봐요. 짝사랑이라는 건 내가 좋아하는지를 상대방은 모르는 거잖아요." 그 대답을 듣고 이소라가 말했습니다. "이제 설명은 됐습니다. 제가 혼자 알아서 생각하겠습니다. 범수가 나를 좋아했구나, 좋아하고 있구나..." 김범수가 말했습니다. "너무 깊이 빠지지는 마시구요..ㅎㅎ"


둘이 한바탕 웃고 나서 '행복을 주는 사람'의 듀엣 무대가 다시 펼쳐졌습니다. 역시 환상의 하모니였습니다. 그런데 이소라는 여전히 한 번도 김범수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더군요. 정식으로 듀엣을 했던 김현철과도 단 한 번 눈을 마주친 적이 없다는데, 그녀의 스타일이 그런가봅니다. 무대가 끝나고 나서 김범수는 그것 때문에 약간 서운한 기색을 비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웃었습니다.

게스트 김범수를 향한  MC 이소라의 마지막 멘트는 이러했습니다. "김범수씨,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좋은 말씀들, 제 마음에 담아두고 더욱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자 김범수도 웃음기를 싹 빼고 진심을 담아서 인사하더군요. "그 때 그 영광, 예전의 프로포즈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훌륭한 라이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주시기를 한 사람의 팬으로서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소라가 답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오늘 기운을 많이 얻고 갑니다."



사실 이소라는 최근 '나가수'를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들 때문에 무척이나 심신이 고달팠을 것입니다. 몸고생 마음고생이 장난 아니었지요. 김범수는 그런 그녀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녀의 팬이었다는 말은 아마도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이성으로서 좋아했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진심일 수 있습니다. 뭐 서른을 넘긴 지금까지 그녀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요 ㅎㅎ 방송에 나와서 일부러 저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고백을 한 것은... 이소라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받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않더라도, 아주 오래 전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버린 일일지라도, 누군가에게 깊은 사랑을 받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행복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소라를 선배로서 누나로서 깊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범수의 마음은 그의 태도에서 충분히 드러났습니다. 이소라의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고맙고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우리 가는 길에 아침 햇살 비치면 행복하다고 말해 주겠네.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두 사람의 목소리로 울려퍼지는 이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는 그대로 두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나누는 선후배로서 지극히 인간적인 두 사람의 사랑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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