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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오디션' 추억이 아닌, 꿈을 먹고 사는 사람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기적의 오디션' 추억이 아닌, 꿈을 먹고 사는 사람들

빛무리~ 2011. 6. 2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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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명실상부한 오디션 예능의 시대입니다. 케이블에서 시작된 '슈퍼스타K' 시리즈의 성공이 그 도화선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가장 간편한 형식으로 승부를 가늠할 수 있는 '노래' 위주의 오디션이 먼저 붐을 이루어 '위대한 탄생'의 스타들을 배출해냈지요. 그 범위는 기성 가수들에게까지 넓혀져 '나는 가수다' 열풍을 몰고 왔으며, 인기 최고의 아이돌 가수들조차도 그 물결에 휩쓸려 '불후의 명곡2' 등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일반인으로서 도전하기 쉽지 않은 피겨스케이팅조차 김연아의 깃발 아래 모여 '키스앤크라이'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분야의 한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재능을 뽐낼 수 있는 '코리아 갓 탤런트'와 같은 프로그램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제 또 하나의 색다른 오디션 예능이 선을 보였군요. 배우 지망생들에게 가장 탐나는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기적의 오디션'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있어서도 매우 흥미로운 이유는 연기 분야에서 처음 접하는 공개 오디션이라, 말로만 듣던 배우들의 캐스팅 현장을 거의 흡사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또한 김갑수, 이미숙, 이범수, 이재용 등의 베테랑 연기자와 곽경택 영화감독까지 합류해서 이루어진 막강 심사위원단의 포스 또한 눈길을 돌릴 수 없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기적의 오디션' 1회를 시청하며 느낀 것은 '연기'라는 꿈이 다른 분야에 비해 무척 '시간에 자유로운 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도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고, 뒤늦게 배웠어도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고 취미생활에 그칠 뿐입니다. 중년을 넘긴 나이에 피겨 선수로 데뷔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가수로 데뷔한다 해도 거의 트로트 분야로 한정되지 않겠습니까? 발라드 앨범을 내고 싶어도 제작자가 나서지 않을 것이며, 낸다고 해도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 직업으로 삼기는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연기는 좀 달랐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는 각양각색의 캐릭터가 언제나 필요하기 때문에, 나이나 외모에 관계없이 그 관문은 다른 분야에 비해 더 넓게 열려 있다고 볼 수 있겠더군요. 물론 젊고 잘생긴 배우들이 거의 주연을 꿰차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조연이라 해도 연기력만 받쳐준다면 미친 존재감으로 얼마든지 명성을 얻을 수 있고, 더구나 요즘은 중년 이후의 삶을 그려낸 작품들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으니, 연기는 뒤늦게 시작해도 얼마든지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35세의 허성태씨는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의 직원이지만 그 안정적 생활을 포기하고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다시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아내의 든든한 지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더군요. 이대로 꿈을 포기하면 당신은 내 남편 아니라고,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현실과 돈에 얽매여서 계속 남 눈치 보며 살지 말라고, 나도 직장 있으니까 염려 말고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라고 등 떠미는 아내에게 힘입어, 그는 현실의 노예가 되는 게 아니라 꿈을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합니다.

이러한 허성태씨의 모습을 보고 특별 심사위원 이재용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런 줄 몰랐는데 제가 아주 좋아하는 명품 연기자 이재용 역시 한때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더군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곽경택 감독을 만나게 되어, 그의 권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뒤늦게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재용 본인이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아주 좋은 예'가 되어 주고 있었던 셈입니다.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 허성태씨는 합격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제가 특히 인상적으로 지켜 본 또 한 사람은 41세의 고영일씨였습니다. 그는 1988년에 패션모델로 데뷔했고, 1990년대에는 그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2004년에 자궁암 판정을 받은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모델 활동을 그만둔 후로는 다른 사업에 종사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는 완쾌되신 어머니의 응원을 받으며 멀어졌던 꿈에 다시 도전하려고 합니다. 현재 어머니가 아주 건강해 보이시니 아들 입장에서 지난 시간의 선택이 후회스럽지는 않겠다 싶은데, 그래도 어머니는 고영일씨와 같은 시기에 모델 활동을 했던 차승원과 비교하면서, 내 아들도 충분히 그렇게 잘 될 수 있었는데 엄마 때문에 기회를 놓친 것 같다고 마음아파 하시더군요.

심사위원들 앞에서 고영일씨가 한 말이 저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저는 예전에 모델로서 최고의 자리까지 갔던 사람이지만, 지난 추억이나 기억을 먹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 나이가 50이 되든 60이 되든 꿈을 계속 간직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추억이 아니라, 꿈을 먹고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참으로 뿌듯한 '기적의 오디션'이었습니다. 제 눈에는 다른 오디션에서보다 심사위원들도 가장 행복해 보였습니다. 꿈을 불태우는 누군가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속삭여 줄 수 있는 것은, 그 자체가 기쁨이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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