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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갓탤' 최성봉 열풍에 가려진 사람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코갓탤' 최성봉 열풍에 가려진 사람들

빛무리~ 2011. 6. 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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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갓 탤런트'의 첫방송을 보고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편집된 방송으로 보니까 망정이지 그 자리에서 직접 그 무대를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수백 팀의 공연을 보아도 건질 것은 별로 없었다는 현실이 편집된 방송으로도 뻔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들 나름대로는 희망과 목적의식을 갖고 도전한 무대이겠지만... 왜 심사위원들 앞에 공연을 중단시키기 위한 빨간버튼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알겠더군요. 그러나 아무리 허접한 무대가 많아도 그 중에 별처럼 빛나는 인재를 한 명이나마 찾아낼 수 있다면 헛수고는 아니겠지요.

3살 때 고아원에 맡겨졌는데 학대를 견디다 못해 5살에 도망쳐 나왔고, 그 이후로는 혼자 껌팔이 등을 하며 살아왔다는 22살 청년, 최성봉의 일대기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참혹한 것이었더군요. 7살 정도라면 몰라도 5살이라 하면, 껌을 팔기는 커녕 수퍼에서 껌을 사 오라는 심부름조차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어린아기인데...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어도 뭔가 더욱 더 기구하고 복잡한 사연이 있을 듯 했습니다. 


저라고 해서 최성봉의 '넬라판타지아'를 들으며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히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생각지도 못한 청아한 목소리와 훌륭한 가창력에 가슴이 울리며 그의 혹독했던 삶이 오버랩되니 저절로 눈물이 나더군요. 그런데 최성봉 자신은 울지 않았건만, 대신 송윤아와 박칼린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제 눈물은 쏙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남자의 자격-하모니'에서처럼 벅찬 감동과 희열 때문에 흘리는 눈물은 얼마든지 좋으나, 힘들었던 과거나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삼아 대놓고 눈물을 짜내는 예능은 이제 싫기 때문입니다.

저도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박칼린과 송윤아를 탓할 수는 없지만, 그녀들은 일개 시청자가 아니라 심사위원이라는 중책을 맡았으니 눈물을 최대한 아끼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최성봉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녀들이 펑펑 울지 않고, 다만 애잔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면 감동이 훨씬 더했을 듯 싶거든요. 심사위원의 눈물이 너무 흔하면 그만큼 감동이 줄어들게 마련이죠.


하여튼 최성봉의 무대가 끝난 후, 그가 내일 아침이면 스타가 되어 있을 것을 저는 직감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제시한 최성봉 때문에 다른 출연자들이 빛을 잃고 묻히게 될 것도 짐작했습니다. 군중심리라는 건 참 희한하게도 한쪽으로만 몰려가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아침 '코갓탤'에 관련된 모든 뉴스와 블로거의 글들은 온통 최성봉의 이름으로만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온통 칭찬 일색인가 싶더니, 오후에는 예고 출신인 최성봉의 학력이 숨겨졌다면서 급격한 논란까지 일어났습니다. 알고 보니 편집상의 실수였지만요. 하여튼 최성봉 한 사람의 존재를 둘러싼 시끄러움 속에 다른 출연자들의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람들을 저는 기억합니다. 물론 지역 예선을 통과했으니 앞으로도 그들의 무대를 더 볼 수 있을 테고 얼마든지 이름을 알릴 기회가 있겠지만, 첫방송에서 보여준 그들의 무대 역시 화제가 되기에 충분할 만큼 너무나 아름다웠거든요.

우선 '진조 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출전한 김헌준, 김헌우 형제의 무대가 그러했습니다. '진조'는 불살라 올라간다는 뜻의 한자어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 형제가 속해서 활동 중인 비보이팀의 이름이더군요. '진조'에는 이미 5000명에 가까운 팬카페 회원이 있다고 합니다. 비보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니 언제나 좁은 폭 안에서 같은 장르끼리만 경쟁해 왔는데, 여러 장르가 함께 모여 재주를 겨루는 무대가 있다면 꼭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그들은 '코갓탤' 출연 이유를 말했습니다.


김헌준과 김헌우의 비보잉 무대는 기술적으로도 훌륭했지만, 절묘하게 주고받으며 일치하는 동작 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형제애가 느껴졌기에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임과 동시에 어렸을 때부터 벌써 13년이나 같은 공부와 같은 연습과 같은 일을 해 왔으니, 그들에게 가족이자 동료이자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서로의 존재는 얼마나 특별할까요? 멋진 춤사위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의 만족스런 웃음과 함께 합격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신이 나서 무대 밖으로 나오는 그들에게 MC 노홍철과 신영일이 축하 인사를 건네자, 김헌준은 "동생이 너무 잘했어요" 라고 대답하더군요.

자기들만의 뚜렷한 색깔을 지닌 비보이팀 '진조'는 각종 세계대회 우승의 경력이 있는데, 여전히 하루에 5시간이 넘는 연습을 계속하면서 끝없는 꿈을 불태우고 있다 하니 정말 대단합니다. 훈훈한 형제의 우애가 부럽고도 보기 좋았던 '진조 브라더스'의 더욱 발전했을 다음 무대가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코갓탤' 1회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보았던 공연은 정신엽이라는 청년의 파이어댄스였습니다. 예술적 표현에 있어서 불이 얼음보다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지요. 사람들은 불을 위험하다고만 생각해서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는데, 잘 이용하면 김연아의 아이스피겨에 못지 않은 파이어피겨로 탄생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는 말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는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듯 정갈한 흰 옷에 하얀 모자를 눈 바로 위까지 푹 눌러 쓰고 정신엽의 파이어댄스는 시작되었습니다. 문득 흘러나오는 몽환적인 음악에 맞춰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양 손에 들고 신들린 듯 돌아가는 춤사위는 보는 사람의 넋을 빼 놓더군요. 흰 옷 입은 청년의 모습은 어느 순간에는 불꽃 속에 갇힌 듯 위태로워 보였고, 어느 순간에는 불꽃을 다스리는 듯 신비롭고 강인해 보였습니다. 왠지 모를 비장미가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파이어댄스를 시작하기 전에 장진 감독이 농담처럼 물었지요. "괜찮으시겠어요?" 정신엽이 "네" 라고 대답하자 장진은 이어서 "저희도 괜찮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네, 물론 괜찮습니다." 그렇게 다짐까지 받고 시작한 공연이지만, 막상 정신엽이 불꽃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무대 밖에서 지켜보던 MC들은 간이 콩알만해지는 모양이었습니다. "저러다가 놓치면 끝이에요, 끝이야..." 노홍철이 중얼거리더군요.

사실 그 자리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노홍철처럼 '혹시라도 실수로 놓쳐서 저 불꽃 덩어리가 내게로 날아오는 건 아닐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을 듯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숨막히는 긴장감과 스릴이 화면을 통해 그대로 전해져 오면서 감동이 배가되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위험한 만큼 더욱 강렬하고 아름다웠음을 부인하지 못하겠네요. 가장 몸 가까이에서 두 개의 불꽃을 다루던 장면에서, 정신엽은 중간에 살짝 찡그리며 얼굴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 찡그리는 표정이 불꽃 뒤로 어슴프레 보이는데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어요.


박칼린은 심사평에서 "새로운 것을 직접 만들고,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성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려는 그 젊은이의 예술혼이 저 역시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자기 몸과 영혼을 불사른다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맞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신엽의 다음 번 무대가 저는 역시 가장 기대되는군요. 부디 끝까지 안전하게, 오래오래 더욱 멋진 모습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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