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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신동엽, 눈물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승승장구' 신동엽, 눈물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다

빛무리~ 2011. 5. 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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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개그맨 신동엽을 굉장히 좋아했더랬습니다. 바로 '쟁반노래방'을 진행하던 시절이었죠. 그 때는 누가 저에게 좋아하는 연예인을 물어보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신동엽이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온통 짖궂고 깐죽대는 이미지만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해피투게더'를 보면 볼수록 굉장히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했거든요. 그는 보조 MC 이효리와 수많은 게스트들을 언제나 편안하고 능란하게 조율함으로써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안정되게 하는 든든한 리더쉽을 보여주었고, 가볍게 스치는 장면들에서 섬세한 배려심을 드러냈습니다. 마치 요즘의 유재석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 이후로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점점 활동이 뜸해지고 위상이 예전같지 않으나 저는 아직도 신동엽에 대한 호감을 버리지 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의 진솔한 모습을 '승승장구'에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MC일 때와 게스트일 때는 다르더군요. 리더쉽과 배려심 등은 MC에게 필요한 것일 뿐, 게스트는 일회성의 재미를 뽑아내면 되는 거니까요. 신동엽에 비하면 김승우를 비롯한 '승승장구'의 4MC는 완전히 아마추어 수준인지라, 시종일관 엄청난 입담을 뽐내며 틈틈이 짖궂은 공격까지 감행하는 신동엽에게 대책없이 말려들더군요.

제가 좋아했던 모습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재미는 있었습니다. 한 시간 내내 어찌나 웃었는지 얼굴이 아플 지경이었어요. 자신을 위한 멍석만 깔려 있으면 혼자서 하루종일이라도 사람들을 웃길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신동엽은 타고난 입담가이며 재주꾼이었습니다. 

사실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는 저절로 가슴이 아파질 만큼 슬픈 이야기였는데도 그 특유의 입담으로 어찌나 재미있게 풀어가는지 슬픔마저 웃음으로 승화될 지경이었습니다. 특히 MC 중의 막내 이기광은 한 번 웃음이 터지자 좀처럼 멈추지를 못해서, 진지한 이야기 와중에도 계속 숨죽여 웃느라 곤욕을 치르더군요. 신동엽은 그런 모습을 놓치지 않고 "너 계속 웃고 있지?" 하더니 이어서 "우리 형이 귀가 안 들린다고~ 기광아" 하면서 짖궂은 멘트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얼굴을 가리고 어쩔 줄 모르는 기광이는 또 어찌나 귀엽던지! ㅎㅎ

신동엽의 어머니는 아주 오랫동안 몸이 아파서 고생을 하셨답니다. 어린 시절부터 신동엽과 그 형제들은 집에 가서 "엄마, 밥 줘!" 라고 소리쳐 본 적이 없다는군요. 오히려 투병 중인 어머니를 깨우기라도 할까봐 조심조심 부엌에 들어가서 음식들을 찾아 먹고는 했답니다. 그러다가 결국 신동엽이 22살 되던 1992년에 그 동안 앓고 있던 간염이 간암으로 발전하여 시한부 선고를 받으시고, 3년 후인 1995년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신동엽이 1992년쯤에 데뷔했지요. 타고난 재주꾼답게 그는 등장하자마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타가 되었습니다. TV에 신동엽이 나오면 그의 어머니는 같은 입원실의 동료들에게 "내 아들"이라며 자랑하셨고, 그가 병원에 찾아가면 모든 분들이 반가워하고 좋아해 주셨답니다. 어머니가 원래 6개월 시한부를 받으셨는데 3년을 더 사실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그런 즐거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그는 말하더군요.

하필이면 그가 해외에 나가 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은 한으로 남았습니다. 그가 귀국하자마자 공항에 모여 있던 기자들이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데 '어머니가 정말로 돌아가셨구나!' 하고 실감이 나더라는군요. 그 순간 '내가 너무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아닐까? 좀 더 슬퍼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휙 스쳐 지나갔고, 그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카메라를 인식하며 이미지 관리를 하려는 자신이 무척이나 미웠다고 합니다.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웃길 수 있는 사람은 신동엽 외에는 없지 않을까 싶군요. 문상객 중에는 자연히 개그맨들을 비롯한 연예인이 많았는데, 선배 개그맨 최병서가 하필 상주들과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앉아서 들어오는 문상객마다 성대모사를 하더라는 겁니다. 어찌나 똑같은지 들으면서 저절로 웃음이 터지려고 하는데 절대 웃으면 안되는 상황이라 고통스러웠다지요.

게다가 신동엽의 작은형은 운동선수 출신이라 허벅지가 무척 단단하고 굵은데, 손님들과의 맞절 와중에 바지가 부욱~ 하고 찢어져 버렸답니다. 목례를 하려다가 황급히 절로 바꾸는 바람에 넘어질 뻔하는 사람도 있고... 장례식장이 거의 숨죽인 웃음으로 초토화될 지경이었다나요. 생각해 보니 장례식이라고 반드시 엄숙해야만 할 필요는 없을 듯도 하더군요. 이 세상 고통을 떠나서 좋은 곳으로 가시는 길, 편안하게 웃으면서 보내드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듯.

세상에 많이 알려진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신동엽의 큰형님은 청각장애인이랍니다. 그래서 모든 가족들은 수화가 일상화되었다고 합니다. 큰형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다른 식구들끼리 대화를 할 때도, 목소리만으로 이야기를 하면 옆에 있는 큰형이 무슨 얘긴지 궁금해할까봐서 수화를 함께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습관이 되어서 심지어는 큰형이 그 자리에 없는데도 다른 식구들끼리 수화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큰형이 소외감을 느낄까봐 배려하는 식구들의 마음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집에서는 절대 음악도 듣지 않았고, TV의 코미디 프로그램도 시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큰형 앞에서 다른 식구들끼리만 배꼽 빠져라 웃고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신동엽의 아버지는 교육공무원이셨는데 큰형이 농아학교에 들어가자 자원해서 특수학교 교사가 되어 그 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하셨답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지극한 사랑과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큰형이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자 아버지는 다시 일반학교 교사로 돌아오셨답니다.

신동엽은 "우리 식구들 중에 큰형이 제일 잘 생겼고 가장 웃기고 재미있다"고 말했습니다. 수화를 하는 사람들은 말의 억양이나 음색 등으로 표현되는 감정을 모두 표정으로 대신하기 때문에, 표정이 굉장히 다양하다는군요. 몸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니까 손짓도 크고 화려하고요. 자기가 개그맨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큰형의 영향이 컸다고 신동엽은 말했습니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신동엽은 아프신 어머니와 듣지 못하는 형과 함께 살면서, 일찍부터 섬세한 배려심을 키울 수밖에 없었겠더군요. 더불어 일찍 철이 들기도 했고요.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면 절대 웃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슴아픈 이야기인데, 신동엽의 토크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웃음이 넘쳤습니다. 정말 놀라운 재주였어요.

이번 주에는 가족 이야기와 더불어 신동엽의 성공 신화를 주로 이야기했는데, 다음 주에는 데뷔 후의 좋지 않았던 일들 위주로 다루어질 모양입니다. 과연 힘겨웠던 추억들을 또 어떤 식으로 포장하여 웃음을 이끌어낼지, 신동엽의 활약이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저는 이번 '승승장구' 출연을 계기로 신동엽을 더욱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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