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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동성애자와 결혼하려는 여자의 심리는?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동성애자와 결혼하려는 여자의 심리는?

빛무리~ 2010. 8. 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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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이상우)의 헤어진 아내(송선미)와 그들의 딸인 수나(전민서)가 42회에 등장하면서 또 한 차례의 파란을 예고했습니다. 저는 경수가 아내와 딸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다고, 은연중에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결혼 자체를 원하지도 않았고,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일 자체가 곤욕이었을 테니까... 생겨난 아이의 존재는 더욱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을 것이며, 창살없는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족쇄였을 테니까, 아무리 자식이지만 별로 사랑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가족의 재회 장면은 경수의 마음이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비록 여자로서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경수는 아내를 인간적으로 존중하며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이 자기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서 매일 새벽마다 운동을 나가고 밤에는 일찍 잠들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함께 사는 동안 당신은 정말 좋은 남편이었다고 말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그들의 결혼생활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더군요. 그리고 딸 수나에 대한 경수의 애끓는 부정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까움에 무너지게 했습니다. 마치 잊은 듯 보였지만, 태섭과 사랑하면서도 그의 속마음에는 항상 딸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함께 어우러진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 가족이었는지, 언제나 너무한다고만 생각했던 경수의 어머니마저 약간은 이해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딸과 더불어 겉으로는 아주 행복하게 살아가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와장창 깨부수고 사회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랑을 하겠다며 나섰을 때 얼마나 기막혔을까 싶더군요. 평화롭게 잘 살다가 무슨 날벼락처럼 남편의 커밍아웃을 들은 아내에게는 또 얼마나 고통스런 시간이었을까요? 이제껏 힘들어하는 경수를 지켜보며 안스러운 마음에 그를 이해해 주지 않는 가족들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아내와 딸의 입장이 수면 위로 떠오르니 무조건 경수의 편을 들 수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경수의 아내는 재결합을 원했습니다. 수나를 위해서 돌아와 달라고, 자기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경수는 거부합니다. 이제 자기는 의무나 연민이나 죄책감이나, 세상에 대한 속임수가 아닌, 자기 자신인 채로 살다가 죽고 싶다면서 말이지요. 그러자 아내는 쿨하게 대답합니다. "뭔가 희망을 갖고 물었던 건 아니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얼굴 보면서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나한테도 괜찮은 사람 나타나길 빌어 줘..." 하지만 잠든 딸과 더불어 혼자 남았을 때,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은 괜찮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껍데기만 함께 살아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만, 그토록 딸을 사랑한다면... 딸을 위해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경수 자신이 수천 수만 번을 고민하다가 어렵게 결정을 내렸을텐데 타인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겠으나, 아빠와 떨어지기 싫어서 애처롭게 울어대는 수나의 모습이 너무 딱해서 그냥 해 본 생각입니다.

그런데 경수의 아내는 어떻게 그런 희망을 다시 품게 되었을까요? 남편과 재결합을 하면, 평생 독수공방 신세를 면치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는 원했습니다. 더우기 이제는 남편이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냈기 때문에 함께 산다 해도 외면적으로만 부부일 뿐, 그에게 여자로서 사랑받을 생각은 완전히 접어야 할텐데도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그녀와 비슷한 여성 캐릭터를 몇 번이나 보았었군요. 태섭(송창의)을 잊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간 채영(유민) 역시 언젠가 그와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태섭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지만, 잠시 후에는 "네가 가엾어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 면서 눈물을 흘리던 그녀였습니다. 포기한다고 하면서도 좀처럼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태섭의 주위를 맴돌던 그녀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태섭과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 직전에 차 안에서 불쑥 말했습니다. "태섭아... 뭐 어때... 그냥 하자, 결혼!"

태섭이 놀라서 "응?" 하고 되묻자 금세 웃으며 "아니야, 그냥 해 본 소리야." 라고 얼버무렸지만 그것이 채영의 본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태섭이 받아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니까 그대로 물러났을 뿐이지요.


그리고 몇 개월 전에 종영한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도 그런 여주인공이 있었습니다. 개인(손예진)은 진호(이민호)가 동성애자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으면서도 그와 결혼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내가 해줄게요. 내가 진호씨 방패막이가 되어 줄게요. 나를 여자로 사랑해주지 않아도, 나는 진호씨라면 평생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감동적인 대사였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의 이해를 받지는 못할 듯한 그녀의 선택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재결합을 원하는 경수의 아내를 보면서, 과연 남자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차분히 생각해 보니 이해 못할 것도 없더군요. 상대의 인품을 모르는 상황이라면 물론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겠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꽤 강하게 든 것입니다.

결혼이란 일반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 인식되어 있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남녀의 구분을 떠나서 평생을 함께 살아갈 동반자라고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정말 믿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라면... 서로 인간적으로 배려하고 존중하고 아끼며, 그렇게 친구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란 모두 똑같지 않습니다. 육체적인 사랑을 매우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쪽에는 별로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이렇게들 말합니다. 사람도 동물인데 그 본능을 어떻게 억누르겠냐고, 그것은 말도 안 된다고, 그쪽에 관심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것이며 내숭을 떠는 것이라고, 독신 생활을 하는 성직자들도 겉으로만 아닌 척 할 뿐 자기 나름대로는 다 뒤쪽에서 해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아주 단호한 어조로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성직자들처럼 직업적인 이유 때문에 절제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그냥 그쪽 취향이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전혀 관심이 없다면 말이 안 되겠지만, 그 관심의 정도가 크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쪽 방면의 절제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며, 그냥 편안히 살아갈 수 있어요. 욕구가 해소되지 않으면 매우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입장에서야 절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남자들 중에는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최소한 여자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꽤나 많이 있다는 것을 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동성애자인 남자와 결혼하려는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아마 그런 특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군요. 그렇지 않다면 평생 한 집에 살면서 여자 대접을 못 받을텐데,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해도 그런 결혼을 하려고는 안할 테니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남자와 여자의 관계란 원래 독점적이고 집착적인 것이어서 고통이 따르지요. 그런데 동성애자라도 정말 좋은 사람이기만 하다면, 처음부터 독점할 욕심 없이 친구처럼 지낼 생각으로 결혼을 한다면, 오히려 평화롭고 자유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채영이가 태섭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경험해 본 내 친구가 그러는데,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한테 빼앗기는 것은 너무 아프지만, 다른 남자한테 빼앗기는 것은 별로 아프지 않대." (대충 기억나는 대로 쓴 것이라 정확한 대사는 아닙니다..;;) 그녀는 태섭과 경수의 사랑을 사심없이 축복해 주었고, 그들의 집에 친구로서 자주 들르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태섭이 다른 여자를 사랑해서 그녀를 외면한 거라면,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었겠지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체험합니다. 수일(이민우)의 거짓말과 가벼운 외도로 인해 지혜(우희진)가 큰 상처를 받은 것처럼, 전혀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경우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처음부터 별 기대 없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결혼했다 해서, 막상 눈앞에 그 일이 닥쳤을 때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삶의 가장 큰 고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네요.

그런데 동성애자와 결혼을 한다면 최소한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군요. 채영이가 경수를 편안히 대했듯이, 남편의 애인과 더불어 셋이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 해도 별 거부감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는 늦은 나이까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매우 이상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뭐 속사정이야 어떻게 됐든 간에 결혼이라는 것을 했다면 그런 사회의 불편한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겠지요.


무슨 결론을 내리자는 것은 아니고, 그저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을 뿐입니다. 왜 그녀들은 동성애자와 결혼하려고 했을까...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이제는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군요. 역시 어떤 경우든,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절반 이상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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