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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발걸음이 너무 급한 게 아닐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발걸음이 너무 급한 게 아닐까?

빛무리~ 2010. 7. 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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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까지는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성적 소수자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이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소외된 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잔인하게 왜곡되어 있었음을 일깨워 주기에, 모두가 진정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만들어 주기에,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저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했으며, 노년의 나이에도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소외된 자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과감히 재조명하는 김수현 작가의 배포와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태섭의 커밍아웃 이후, 급속도로 진전된 남남커플의 애정 묘사가 이제는 너무 과한 정도까지 치닫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에 반 발짝 앞서 나가면 찬사가 쏟아지지만, 한 발짝 앞서 나가면 비난이 쏟아진다"는 말도 있는데, 그 동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드라마에서 갑자기 민망스러움을 느끼게 된 것은, 반 발짝을 넘어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인 듯 하거든요.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대사는 평범한 남녀 연인들의 대사와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들은 함께 있음에 행복해하고 질투에 아파하면서 알콩달콩 연애를 즐기고 있습니다. 기왕에 우리와 다른 그들의 삶을 인정하기로 했으니, 그들의 사랑하는 마음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는 약간 어색하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너를 처음 보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해. 신문을 읽는 척 했지만, 온 몸으로 나를 의식하면서 손을 가늘게 떨고 있었어." 와 같은 대사는 그 시적인 울림과 더불어 아름답게도 느껴졌습니다. 물론 엄청 닭살스럽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어제 그들의 대사는 거의 노골적으로 남남커플의 잠자리를 암시하고 있어서, 꼭 저렇게까지 묘사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닌데, 그 생소함 때문에 즉시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경수 : 너 불편해 죽겠는지 자꾸만 가장자리로 피하더라.
태섭 : 누구랑 한 침대에서 자본 적이, 난 생전 처음이니까.
경수 : 그래도 침대 밑으로 떨어지진 않더라.
태섭 : 한 번 떨어졌는데?
경수 : 정말? 난 몰랐어.
태섭 : 매일 보너스 받을 생각은 마.
경수 : 알았어, 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였잖아. 

두 남자가 주고받는 대사에 충격을 받은 것은, 저의 인식이 아직까지 완벽히 트이지 못한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소한 것을 티끌만한 거부감도 없이 받아들이고, 완벽한 인식의 전환을 이루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숨에 무조건 밀어 붙이려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생각과 느낌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수현 작가는 이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결혼까지 성사시킴으로써 끝까지 달릴 모양입니다. 태섭의 어머니 민재(김해숙)가 전폭적으로 이들의 사랑을 지원하고 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경수의 어머니(김영란)와 맞대결해서 당당히 승리를 거둔 상황이니, 그들의 결혼에 장애물은 없다고 봐야 할 듯 싶군요.

하지만 저는 그들을 질시하지 않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감싸고 아끼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하는, 그 정도의 선까지만 나아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들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의 인식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무리하게 끝까지 달리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답게 중장년층의 시청률이 꽤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남커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순간시청률이 급격히 곤두박질친다고 하더군요. 젊은 층에서는 그들의 특별한 사랑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짙어가고 있지만, 중장년층에서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임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반드시 태섭과 경수의 사랑에 치중하지 않더라도, 이 드라마에는 수없이 매력적인 커플이 등장하고 있으니 재미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병준(김상중)과 아라(장미희) 커플의 사랑이 아주 역동적으로 꽃피고 있으며, 연주(남상미)의 상처 많은 과거와 불우한 환경을 아무 편견 없이 끌어안는 호섭(이상윤)의 사랑도 그저 아름답기만 합니다.


저의 개인적 의견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없겠지만 그래도 말해 본다면, 이쯤에서 남남커플의 사랑은 더 이상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멈추어졌으면 합니다. 지금까지의 전개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판단되거든요. 한 발짝 나아가는 무모함보다는 반 발짝 나아가는 신중함을 선택하시는 것이 어떠냐고, 김수현 작가에게 건의하고 싶어지는 마음이었습니다.


* 이 글의 내용은 동성애 자체가 잘못되었거나 더러운 것이라는 내용이 아닙니다.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가는 부분에 있어서 너무 급한 것보다는 약간 속도를 늦추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한 발짝보다는 반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낫다"는 말의 뜻을 새겨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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