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해피투게더' 조금은 불편했던 짝짓기 방송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해피투게더' 조금은 불편했던 짝짓기 방송

빛무리~ 2010. 7. 30. 06:30
반응형

이번 주 '해피투게더'의 게스트는 모두 미혼의 배우들이었는데, 1979년생의 윤지민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40전후의 나이인 만큼, 조금은 특별한 구성이긴 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모여서 함께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것인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홍보도 전혀 없었습니다. 어쩌면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섭외된 조합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개그맨들도 아닌데 모두 유머감각과 말솜씨가 뛰어나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매우 프로다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웃으면서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연 주인공은 김광규와 조미령 두 사람이었지요.


물론 만만치 않은 입담을 과시하며 쿨하고 귀여운 매력까지 보여준 윤지민을 제외할 수는 없겠으나, 김광규와 조미령 커플(?)에 할애된 비중을 생각해 본다면 주인공 자리는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남자의 자격'에서 한때 에이스로 날아다녔던 김성민의 활약은 의외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저는 계속 웃으면서도 마음 한켠이 아주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주 방송의 컨셉을 그렇게 잡기로 처음부터 모두 합의가 되어 있었던 듯, MC들은 미혼의 게스트들을 향해 '외로움'을 주제로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고, 게스트들도 전혀 거부감을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오버까지 해가면서 재미있는 대답들을 해 주었지만, 과연 그게 속마음에서 내키는 일일까 하는 의문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외로워서 '아무나 만날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라는 OX 퀴즈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무례하고 당혹스러운 질문이라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질문에 있어 그 화살은 은연중에 최고 연장자인 44세의 김광규를 향하고 있었는데,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고 즐겁게 받아 넘긴 김광규의 재치와 아량은 더없이 돋보였지만, 그런 질문들 자체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조미령의 경우는 한층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의 컨셉에 몸바치는 자세를 보여 주었습니다. '추노'에서 맡았던 큰주모의 캐릭터가 그랬듯이, 자기도 실제로 너무 외롭고, 극중에서처럼 실제로도 문을 안 잠그고 잔다는 말 등을 함으로써 외로움을 코믹화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더군요. 그리고 굳이 MC들이 연결시켜 주려고 수고하지 않아도 되게끔, 자기가 먼저 김광규에게 관심을 나타내기까지 했습니다. 평소에 그의 팬이어서 김광규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꺼이 자기도 출연을 결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게스트들의 열성적인 협조 덕분에 방송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김광규와 조미령은 (아마도 초면이 아닐까 싶던데) 목욕탕 마루에서 찜질복 차림으로 탱고 댄스를 선보였으며, 조미령은 "광규 오빠" 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김광규는 슬쩍 말을 놓기 시작했습니다. 둘 다 베테랑 연기자답게 어찌나 천연덕스러운지, 그 장면들을 보면서 웃지 않을 수는 없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진심이 아니라 100% 설정이고 연기였지만, 하여튼 재미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혼기를 놓친(?) 미혼의 게스트들을 불러다 놓고, 일부러 프로그램의 컨셉을 그렇게 잡아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운한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이며 사생활이 아니겠습니까?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함으로 인한 폐해는 언제나 존재해 왔습니다. 이제는 없는 사생활을 만들어내어서 이슈화시키는 지경에 이르렀군요.


그리고 연기파 배우들인 김광규와 조미령은 사전에 합의된 대로 유쾌하게 연기를 한 것뿐이지만, 현실 속에서도 그와 비슷한 상황은 적지 않게 발생을 하고, 모든 사람이 그 두 배우처럼 쿨하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누군가 혼자 사는 꼴을 보기 힘들어 하니까요. 정작 본인들은 별로 적극적이지도 않고 소개를 부탁하지도 않는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누군가와 짝을 지어 주지 못해서 애태우는 경우를 무척 많이 봅니다. 물론 호의에서 비롯된 행동이겠지만,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역시 배려의 대명사인 MC 유재석은, 이미 정해진 프로그램의 컨셉상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이끌고 가면서도, 속으로는 염려가 되었던지 "우리가 너무 이러면 두 분이 부담을 느끼실 수 있거든요" 라는 멘트를 중간 중간에 넣어가며 조심스레 진행을 하더군요. 김광규와 조미령은 아무런 문제 없이 순조롭게 토크와 액션을 주고받으며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지만, 저는 웃으면서도 약간 거북했습니다.


중간에 제 웃음을 싹 사라지게 만든 최악의 멘트는 박명수의 입에서 튀어나왔습니다. 김광규에게 공구상가를 운영하는 작은 형님이 계시는데, 형님도 역시 미혼이라는 말이 나오자, 박명수가 느닷없이 조미령을 향해 "어떠세요? 공구는 마음껏 쓰시겠네" 라고 말을 던졌던 것입니다. 아무리 농담이라 쳐도 거의 망발에 가까운 발언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실컷 김광규와 조미령을 연결시켜서, 마치 당장 두 사람이 결혼이라도 할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서는, 갑자기 김광규의 형님이 어떠냐고 조미령에게 묻는 것은 대체 무슨 태도란 말입니까? 무슨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처럼, 사람을 대충 대충 찍어다 붙이는 그 무례함에는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싱글남녀가 무슨 짝맞추기 퍼즐 조각도 아니고, 그렇게 남들이 심심풀이 땅콩삼아 갖고 놀기 좋은 대상은 아니거든요.


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재미는 있었으나, 그 방향에 있어서는 바람직하지 못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사에 불과한 일을 일부러 소재로 삼아 웃음거리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사생활이 외롭거나 말거나, 사실 타인들이 간섭할 일은 아니지요. 만약 조미령이 실제로 김광규의 팬이어서 가까워지기를 원하는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굳이 방송을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만남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사생활은 그렇게 그들이 알아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제3자들이 지나치게 간섭을 하고 난리를 치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였으며, 심지어 한 여자를 동생한테 찍어 붙였다가 형님한테 찍어 붙였다가, 그런 식으로 장난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인격모독으로까지 느껴졌습니다. 넉살좋게 잘 받아주던 조미령의 얼굴에도 순간 당황하는 기색이 엿보였고, 시청하던 제 입에서는 거친 말이 튀어나올 뻔했습니다. 박명수의 부적절한 멘트가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동안은 잠잠하다 싶더니 역시 그 습관 버리지 못했더군요.


(잠시 후에 다시 생각하니, 김광규의 형님과 연결시키려던 게 아니라 "김광규와 결혼하면 형님이 공구가게를 운영하시니까 공구는 마음껏 쓰겠다" 라는 뜻이었을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작은형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느닷없이 "어떠세요?" 라고 묻는 태도 때문에, 처음 들을 당시의 느낌은 확실히 대충 찍어 붙이며 "형님도 미혼이라는데 형님은 어떠세요? 공구는 마음껏 쓰겠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그리고 만약 후자의 뜻이었다 해도 결코 예의를 갖춘 발언이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게스트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방송이 그래도 재미있고 성공적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김광규와 조미령의 능란한 연기와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러나 만약 좀 미숙한 게스트였다면, 상당히 억지스럽고 거북한 방송이 될 수도 있었던, 작위적인 짝짓기 컨셉이었습니다. '해피투게더'가 연애 버라이어티도 아닌데, 앞으로는 이런 짝짓기 방송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