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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강호동의 협상, 이젠 추락의 지름길이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강호동의 협상, 이젠 추락의 지름길이다

빛무리~ 2010. 7. 1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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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 제2차 혹서기 캠프'를 시청하면서 저는 처음으로 '1박2일'에 위기가 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김C의 하차 이후, 예전같지 않다는 말들이 많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거든요. 변화에 따른 잠시의 진통일 뿐 머지않아 다시 안정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한 이웃 블로거님이 요즘의 '1박2일'을 두고 '배부른 돼지'라는 표현을 하셨을 때 그 정도는 아닌데 좀 과하다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러나 이번 주의 방송을 보고는 그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강호동은 이제 고생을 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고생을 할만큼 한 다음에야 등장하던 '협상' 카드를, 아예 처음부터 꺼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베이스캠프까지 타고 갈 차량을 정하는 게임은 이를테면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부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제작진은 출발 전부터 미리 식사를 하라고 일정량의 용돈까지 쥐어 주었던지라 그들은 든든하게 배도 부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강호동은 좋은 차를 타고 편하게 가겠다는 욕심을 드러내며, 초반부터 '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아니, 그의 태도는 협상이라기보다 협박이며 강요라고 할만했습니다.


차를 손으로 밀어서 앞부분의 화살표가 정확히 동그라미 안에 위치하게 하는 것, 그 게임의 무리함을 주장하면서 "제작진이 성공할 수 있다면 받아들이겠다"고 강짜를 부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은 무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2회 시도만에 그들은 스스로 성공을 이루어냈거든요.

원래대로라면 주어진 횟수 내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5명은 냉방이 안 되는 좁은 승용차를 이용하고 나머지 한 명은 낙오되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강호동이 제안한 협상 덕분에 그들은 수차례의 기회를 더 제공받을 수 있었고, 제작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여 시원하고 안락한 승합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멤버들이 고생하지 않는다 해서 무조건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복불복의 운이 좋아서였거나, 멤버들의 열렬한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였다면 얼마든지 재미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억지스런 협상으로 획득한 승합차는 개운치 못한 불쾌감을 안겨 주었고, 이렇게 자기들 마음대로 할 거라면 방송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었습니다. 그 안에 아무리 곰돌이 인형이 많이 들어차서 약간의 부담을 주었다 해도, 그 정도를 고생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하지만 강호동의 비호 아래 '군기 빠진' 멤버들은 그 인형마저 빼 달라고 투정할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 중간 지점에서 단체복을 걸고 벌어진 넌센스 퀴즈에서는 그 지겨운 협상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멤버들은 2개의 문제에 모두 답을 맞히지 못해서 시원한 모시옷과 정장을 놓치고 두꺼운 동물옷을 입어야 했습니다. 원래 그것이 제작진의 의도였겠지요. 동물옷을 입혀 놓으니 확실히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상황이 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만약 모시옷이나 정장을 입었다면 방송이 얼마나 더 썰렁했을지 상상만 해도 무섭습니다.


그러나 중식 복불복에서 강호동은 다시금 '협상'을 들고 나왔습니다. 중화요릿집에서 1명이 5분 안에 짬뽕 1그릇을 국물 한 방울 남기거나 튀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으면, 멤버들이 원하는 음식을 모두 주문해 주겠다는 제작진의 제안은,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매우 너그러운 것이었습니다. 물론 통과해야 하는 미션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에 실패하면 아마도 그 다음의 미션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원하는 음식을 다 주겠다"의 미션에 실패했다 해서 곧바로 '아예 자장면 한 그릇도 안 줄테니 모두 굶어라"는 극단적인 결과가 닥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중간 단계가 있겠지요. 그 다음의 미션에 성공하면 자장면 3그릇만, 그것에 실패하고 3번째에 성공하면 1그릇만... 이런 식으로 줄여 나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습니까?

예전의 방식대로라면 멤버들은 두번째나 세번째 미션에 간신히 성공했을 것이고, 적은 양이나마 얻어낸 음식에 감사하며 그것을 나누어 먹든지, 아니면 그 음식을 두고 또 자기들끼리 간단한 복불복을 해서 승자와 패자를 정했을 것입니다. 패자에게는 1젓가락의 음식을 나누어 주는 댓가로 무언가 재미있는 요구를 해서 웃음을 주었겠지요.


그러나 '짬뽕 먹기' 미션에 실패한 강호동은 느닷없이 이명한 PD를 지목하며 "감독님이 시도해서 성공할 수 있으면 승복하겠지만, 실패한다면 그럴 수 없다"는 식으로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엄연히 연기자가 할 일과 제작진이 할 일은 다릅니다. 연기자가 하는 일을 모두 제작진이 할 수 있어야 한다면, 드라마 PD는 본인 자신이 연기의 달인이 되어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왜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초반부터 강짜를 부리며, 제작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몇 주 전,
산나물 향이 가득하던 그 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이렇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는 모든 멤버들이 미션 수행을 위해 산꼭대기까지 달려갔다 오느라고 숨이 턱에 차 있었거든요. 몇 차례나 오락가락 최선을 다했으나 실패하면서 "아무래도 이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한 미션을 제시한 제작진에게 나중에야 화살을 돌렸던 것입니다. 그 때는 충분히 이해할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짬뽕 먹기' 미션이 그렇게까지 무리한 것으로는 여겨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고생한 사람은 강호동 한 명뿐, 나머지 5명은 옆에서 소리지르며 응원한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습니다. 이건 방송이 아니라 정말로 자기들끼리 놀러 간 것 같았어요.

그런데도 강호동이 제작진 측에 밀어붙인 협상의 결과로 그들은, 출발할 무렵에 먹었던 라면이 이제 간신히 소화되었을 법한 시간에, 아무 노력도 없이 편안하게 자장면과 짬뽕과 기타등등의 기름진 중화요리를 공짜로 받아서 배터지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제2노조 파업의 결과로 제작진의 상당수가 바뀌는 바람에 기획 자체가 미숙했던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차량에다가는 '혹서기 실전캠프'라고 큼직하게 써붙이고는, PD 본인이 자꾸만 '혹서기 대비캠프'라고 말하는 바람에 저는 이번 주 방송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하여튼 '혹서기 캠프'라면 그 말대로 가혹하게 개고생을 시켜야 마땅하건만, 왜 그렇게 먹이고 먹이고 또 먹이는 겁니까?

출발할 때 먹고, 중화요릿집에서 점심도 실컷 먹었는데, 그 다음에 제기차기 게임을 해서 진 팀이 받는 벌칙은 왜 또 '간식 사오기' 입니까? 이긴 팀은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다가, 진 팀이 사 온 간식을 또 다함께 나눠 먹더군요. 자장면 짬뽕 먹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금방 순대 등의 간식까지 다 먹고 나면 위장이 좁은 사람은 넘쳐서 토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물론 '1박2일'의 멤버들 중에 그럴 사람은 없겠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이번 주 방송은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어요. 완전 '놀고 있네' 판이었거든요.


이러한 제작진의 허술한 준비성도 커다란 문제였지만, 제가 보기에 그보다 10배나 더 큰 문제는 강호동의 '협상'이었습니다. 아니, 협상의 탈을 쓴 억지와 강짜였습니다. 제작진의 말을 받아들이기는 커녕 툭하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성질을 폭발시켰으며 (아무리 오버 연기였다고 하더라도), 심지어는 이명한 PD를 향해 "갑자기 나와서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소리치기까지 했습니다.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강호동이 저런 사람이었나 싶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감독을 무시하면서 무슨 방송을 하겠다는 거지요?

게다가 동생들이 승합차를 밀어서 제자리로 갖다놓으려 하자 "얘들아, 밀지 마, 왜 우리가 밀어" 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소품을 다시 원위치 시키는 것은 스탭들의 일이라고 볼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엄연히 자기들의 일인 미션 수행을 스탭들도 똑같이 하라고 우기는 것입니까? 그리고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동료로서 "왜 우리가 밀어" 라는 발언은 제작진을 '허드렛일 하는 사람들'로 폄하한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아주 심하게 듣기 거북했어요.


강호동과 비슷한 나이로서 언제나 조용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중심을 잡아주던 김C의 존재가 없으니, 남아있는 동생들 중에는 아무래도 강호동의 폭주를 막을 사람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송을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강호동이 지금 보여주는 이런 태도를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면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고 결국은 외면당하게 될 거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요?

이제 협상을 멈출 때가 되었습니다. 최소한 남발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대로 나아간다면 강호동의 '협상'은 '1박2일'이 추락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아직도 일요 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니 만큼, 그 높은 곳에서 뚝 떨어지게 되면 심하게 부서지고 아플 거예요. '1박2일'을 사랑하는 많은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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