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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의 말 바꾸기, 그 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신세경의 말 바꾸기, 그 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빛무리~ 2010. 4. 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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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이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에 대해서 "돌이켜 생각하니 처참했던 결말" 이라고 입장을 밝혔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언뜻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다 했더니, 역시 어린 나이답지 않게 처세술에 능하고 영리하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영리한 처세술이라기 보다는 "그 동안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극 중 자신의 캐릭터가 죽음으로 결말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오히려 신세경이 제안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관계자들은 "그게 말이 되느냐?"며 기막혀 했지만, 김병욱 감독만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감독의 의견과 연기자의 의견이 일치하여 이루어낸 결말이었습니다.

저는 드라마나 시트콤, 대중가요 등도 분명히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쉬운 형태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해서 예술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요. 그런데 예술가가 고집을 잃고 타인의 의견에 휘둘리게 되면 그때부터 그 예술가의 작품은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물론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지적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지요. 개별적 에피소드의 부적절함이라든가, 옥에 티라든가 하는 부분들 말입니다. 하지만 작품의 결말과도 같은 기본적 얼개가 외압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그건 죽도 밥도 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붕킥'을 걸작의 반열에 들지 못하게 한 요소는 결말이 아니라, 작품 중반과 후반의 잘못된 전개였습니다. 감독도 "황정음 관련 에피소드가 더 이상 나오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여러가지 사정상 어쩔 수 없었다" 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 너무 한참을 걸어갔으니, 아마도 고민이 많았겠지요. 기왕 비뚤어진 김에 그냥 가던 길로 계속 나아가서 결말까지 바꾸어 버릴 것인가, 아니면 뒤늦게라도 바로잡아 초심을 이룰 것인가... 김병욱 감독은 후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너무 한참동안 먼 길을 돌아온 탓에, 초심으로 밀어붙인 결말은 생뚱맞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잘못 나아가는 와중에도 틈틈이 암시되었던 원래의 길을 놓치지 않고 주시하던 극소수의 시청자들만이 그 갑작스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나, 그들조차도 일시적으로 멍하게 만들 만큼 충격적인 반전이었지요.
그러므로 과연 '지붕킥'의 결말이 바람직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방향을 지나치게 급선회하여 모든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결말도 작품성에 해를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 들어선 길로 끝까지 밀어붙였다 해서 좋은 작품이 될 리도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중반 이후의 전개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했더라면, 결말이 아무리 비극적이었다 해도 이렇게 많은 원성을 들었을 리는 없겠지요. 반드시 죽음이어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죽음으로 끝났다 해서 그 자체가 부정적 의미의 결말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신세경이 과연 무엇 때문에 생각을 바꾸고 말을 바꾸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잘못 나아가는 길 속에서도 원래의 길을 놓치지 않고 주시하는 시청자들이 있었는데, 왜 연기자 본인이 그 길을 놓쳤겠습니까? 신세경은 겉으로 보기에도 매우 똑똑하고 캐릭터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연기자입니다. 극 중 세경의 캐릭터가 나아가야 할 길은, 다른 누구보다도 그녀가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결말을 스스로 먼저 제안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겠지요.


하지만 후폭풍이 이렇게까지 거세게 몰아칠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에 비해 김병욱 감독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아직 어리고, 이런 경험을 처음 해보는 신세경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빗발치는 비난과 욕설의 홍수 속에, 그녀는 대책없이 내팽개쳐졌습니다. '지붕킥'으로 인해 생애 최대의 인기를 누리며 호감도가 급상승하던 스무살의 그녀는, 바로 그 작품 '지붕킥'으로 인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인터넷에는 온통 '신세경 귀신설'이 나돌았고, 더구나 그녀 스스로 제안한 결말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김병욱 감독보다도 그녀를 향한 테러가 더 심했던 것도 같습니다.


견디지 못한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이제 막 첫걸음을 떼기 시작하는 젊은 연기자에게, 그런 무거운 짐을 끝까지 짊어지고 가라는 강요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를 이해합니다. 조금이라도 대중의 미움을 덜 받을 수만 있다면, 말을 바꾸든 무엇을 바꾸든 그렇게 해야지요. 사실 작품에 한창 몰입해 있었을 때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 돌이켜 보니 처참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를 않습니다. 생각을 바꿀 이유가 있다면, 그저 모질게 그녀를 몰아쳤던 비난의 폭풍 뿐이었습니다.

그녀를 보면서 저는, 대중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지를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그들은 시시각각으로 대중 앞에 자기를 노출시켜야 합니다. 작품 속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사생활조차도 보호받지 못합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은 좋지만, 사랑받기 위해서 자기의 솔직한 내면을 거부하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해야 할 때도 많겠지요. 예술가들은 기본적으로 고집이 센 사람들인데, 원치 않는 말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싫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들이 많이 안스럽습니다.


저는 신세경을 연기자로서 대성할 재목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번 일이 그녀에게는 힘겨운 고비가 되었겠지만, 그로 인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길을 선택한 이상 고난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안에서 여린 뼈가 굳어가다 보면,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면서도 폭풍의 중심에는 서지 않을 수 있는 요령도 생기겠지요. 너를 이해한다고, 그 동안 마음 고생 심했겠다고, 그녀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덧붙이기 : 가족들을 비롯해 남아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죽음으로 결말 지은 것은 나빴다고 하시는 의견들이 있는데 솔직히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세경과 지훈은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엄연히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인데, 마치 의도적으로, 이기적으로 죽음을 선택한 것처럼 생각하고 계시니까요.
그렇게 따지면 해피엔딩이 아닌 모든 작품의 결말은 비난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드라마 속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아야 하고, 아무도 불행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야만 남아있는 사람들이나,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슬퍼하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살아 남은 사람들이 슬퍼하니까, 그런 점을 생각해서라도 죽지 않게 했어야 했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말에 충격받고 우울해지신 분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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