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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결말, 지훈과 세경이 함께한 최후의 의미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결말, 지훈과 세경이 함께한 최후의 의미

빛무리~ 2010. 3. 1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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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우리의 그 어떤 예측도 김병욱 피디의 잔인함을 따라잡지 못했네요. 비극일 거라는, 확실하고도 조심스런 예상이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일이 다 꿈이며 허상일 거라는 예측은 있었지만, 설마 현실 속에서 지훈과 세경이 느닷없이 함께 죽음을 맞이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던 지훈(최다니엘)의 관점은 끝까지 명확히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각이야말로 알 수 없는 이 비극적 결말의 키포인트입니다.

모든 일은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듯 싶었습니다. 세경과 신애의 아빠가 그녀들을 데리러 찾아왔고, 순재옹네 가족들은 이제 그들을 손님으로 맞이하여 극진히 대접합니다. 해리와 신애는 눈물로 이별을 하고, 준혁은 세경의 당부대로 공항에 마중나가지 않고, 역시 눈물을 흘리며 학교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순재옹이 내어준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던 중, 세경과 신애 자매는 마지막으로 지훈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병원을 찾지만, 지훈은 잠시 자리를 비운 터였습니다. 기다리실 아빠를 염려하는 신애를 먼저 아빠와 함께 공항으로 가 있으라며 보내고, 세경은 홀로 남아 지훈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결국 지훈을 만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지훈은, 대전으로 내려간 정음을 만나러 가는 길에 세경을 공항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제안하여 동행하게 됩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지훈에 대한 세경의 사랑이...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절대 아니었습니다.


어제, 상상 속의 벚꽃 흩날리던 윤중로에서 준혁과 나누었던 키스는, 설마 설마 했는데...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 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에 해당되는 마지막 선물일 뿐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고마움의 감정이 너무 크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항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세경은 그 동안 못 다한 말들을 잔잔한 어조로 모두 지훈에게 고백합니다. 마지막이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지요. 다시 만날 기약이 있었다면, 차마 말하지 못했을 세경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고백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돌아보던 지훈...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눈물과 빗물에 가리워 눈앞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지붕킥'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지금까지 방송되어 오면서 수시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 주던 프로그램이었지만, 결말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보다 더 중요할 거라고 우리는 생각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지정커플도 준세커플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살아남은 준혁과 정음이 커플이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세커플을 통해서였던 게 아닐까요?

저는 '운명'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지훈과 세경은 누가 보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커플이었습니다. 물론 지훈과 정음도 그러했지만, 그래도 정음의 경우는 세경보다 조금은 더 가능성이 있었지요. 세경의 짝사랑은 오직 그녀의 꿈일 뿐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게다가 지훈의 마음 또한 그녀에게 오는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었습니다. 정음과의 사랑이 결코 거짓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운명도 아니고 인연도 아니었던 것이지요. 세경을 향한 준혁의 짝사랑 또한, 아픔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하면 고리타분할 수도 있겠네요. 무슨 청실홍실도 아니고... 원래부터 정해진 사랑의 운명이 있다는 것... 그 운명은 너무 강해서, 사람의 의지로는 결코 끊을 수도 없고, 살아서 이루어지지 못할 바에는 죽음이라도 함께 한다는 것... 그런 전설이나 동화를 예로 들지 않고서야 어찌 이 결말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중간부터 왠지 심상치 않았습니다. 신애는 해리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고, 세경은 아빠와 둘이 옷방에 누웠는데... 언제나처럼 밤늦게 귀가한 지훈은 혹시라도 세경이 부엌에 서 있을까 하고 바라보지만 그녀의 모습이 없자,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싶었던 것인지 그녀가 잠들었을 옷방 문앞에 한참 서서 머뭇거립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 순간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세경은 벌떡 일어나 앉아,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이 마지막회인데, 먼 훗날을 위한 암시일 리는 없었습니다. 지훈과 세경 사이에 무언가 연결된 끈이 있음을 나타내는 듯하여 참 이상했습니다. 어제 지훈의 조카인 준혁과 키스까지 나눈 세경인데, 설마 지훈과 연결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초창기부터 거의 막판에 이르기까지 확고한 지세라인이었던 저조차, 이제는 그들의 사랑을 완전히 포기한 상태였던 겁니다.


그런데... 김병욱 피디는 언제나 그랬습니다. 현실이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임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곤 했지요. 아무리 원하고 꿈을 꾸어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임을, 정말 잔인하게 보여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이번에는, 자기도 모르는 묘한 사랑의 감정을, 늦게 깨달은 사랑의 감정을 극대화하여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김피디가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사람의 감정은, 끝까지 감추어졌던 지훈의 감정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세경의 감정은 아주 명확하게 처리되었으니까요. 다 지난 일이라고 하면서도, 지훈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잠시만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세경이었습니다. 그녀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말했죠. 그녀의 사랑이 끝났다고... 저는 아주 늦게까지 부인하고 있었지만, 결국 저도 그녀의 사랑이 끝났다고, 체념하고 말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세경 쪽이 명확하다면, 자기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묘한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쪽은 지훈이라는 말이 됩니다. 그럼 정음은? 글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제 와서 보면 아무리 잔인하더라도, 지훈의 방황이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방황이라는 게 원래 그래요. 세월이 지나고 나서 추억하면 흔들림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진실이었던 겁니다. 정음을 사랑한 마음도 그 순간에는 진실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방황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정음으로서도 억울하다고까지 할 건 없습니다. 살아남은 그녀도 이제 다른 좋은 누군가를 만나 새출발을 하겠지요. 그러면... 추억 속에만 남은 지훈과의 사랑을, 평생의 짝을 만나기 위한 방황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운명이 누구에게 가장 잔인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지훈에게 그러했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지훈에 비하면 세경은 행복한 운명이었어요. 자기의 감정을 명확히 알고 있었으며, 속시원하게 그의 앞에서 고백까지 하고 삶을 마쳤으니까요. 하지만 지훈은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에야 깨달았겠지요? 늦어도 너무 늦었다 할까요, 아니면 차라리 시간을 정확히 맞추었다 할까요? 차창이 흐려질 정도로 퍼붓는 빗속에, 그녀의 고백을 듣고, 애틋한 눈물까지 흘리면서 그녀를 돌아보던 마지막 모습이... 너무 아프게 가슴에 새겨집니다.

이순재와 김자옥, 오현경과 정보석만이 컬러로 처리되고 나머지 인물들은 흑백으로 처리되었던 지붕킥 포스터가 의미하는 것은, 결말에서 현실적으로 행복해지는 커플과, 그렇지 못하고 이별해야만 했던 사람들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순재와 자옥은 노년의 달콤한 로맨스를 이루었고, 보석과 현경은 늦둥이를 낳아 알콩달콩 살아가겠지요. 보석은 장인의 회사도 물려받을 것이구요.


하지만 청춘남녀 커플들은 광수와 인나까지 모두 결별하고 말았으며, 줄리엔도 혼자 남겨졌고, 해리 역시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던 친구 신애와 이별해야 했습니다. '지붕킥'은 이제껏 어떤 시트콤에서도 본 적 없는, 많은 줄기의 비극을 남기고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과연 '지붕뚫고 하이킥'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원래 이 시트콤의 주인공은 세경이었습니다. 그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녀의 성장을 통해 세상과 다른 이들의 성장 또한 그려내는 작품이었지요... 이제 그녀의 마지막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실 속에서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슬픔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였던 그녀... 세경을 이렇게라도 가장 행복한 순간에 머물게 해 주었으니, 우리는 평생 고달펐던 그녀의 마지막 행복을 위해... 아쉽더라도 이 슬픈 결말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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