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남자의 자격' 이경규 몰카, 나는 불편했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 이경규 몰카, 나는 불편했다

빛무리~ 2010. 4. 12. 06:28
반응형


'남자의 자격'에서 드디어 대한민국 예능계의 20년 숙원(?)을 풀었습니다. 예능의 대부이며 눈치 100단의 베테랑인 이경규, 몰래카메라의 상징인 그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지요. 사실 이 말은 그들이 스스로 한 말이고, 저는 그게 뭐 20년 숙원이라고까지 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언제나 속이는 쪽이었던 사람이 속는 모습을 보는 것도 약간 신선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유쾌함보다 불편함이 더 큰 방송이었습니다.


화면에서 오버스럽게 표현된 것처럼 이경규를 속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즐겁고 통쾌했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별로 못 느끼겠더군요. 그의 나이가 이제 51세인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하루를 꼬박 굶는 미션이 과연 건강에 무리를 가져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부터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마라톤이나 지리산 등반 역시 출연자들의 건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미션이었으나 그래도 그때는 모두 함께 했으니까 문제가 달랐지요. 자칫 위장을 상하게 될지도 모르는 무리한 미션을 주어놓고, 오직 이경규만을 속여넘긴 채 그보다 훨씬 젊은 동생들은 포식을 하면서 무려 24시간을 지내는 모습이, 솔직히 보기 좋았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저는 미션이 종료될 시점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몰래카메라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길고도 길었던 이경규의 억울한 시간이 끝나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점점 눈이 퀭해지는 이경규의 얼굴을 보면서 저는 자꾸만 그의 딸 예림이가 생각나더군요. 한두시간도 아니고 하루종일 혼자 속으면서 굶고 있는 아빠를 보면, 아무리 예능이지만 속이 상할 것 같았어요. 글쎄... 아직 그런 마음을 갖기에는 너무 어릴까요?

불편했던 시간이 끝나고 멤버들은 축포를 터뜨리듯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들과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였지만 이경규도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그리고는 24시간 내내 먹지도 못한 채 움켜쥐고만 있었던 반 조각의 빵을 꺼내어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생각지도 않은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입에 털어넣어도 부족할 것 같은 그 작은 빵조각을 이경규는 일일이 조금씩 떼어내서 동생들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마음 속 깊이,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없다면 그럴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배터지게 아침식사를 하고 나온 동생들이었지만, 맏형의 그 마음은 충분히 전달되었겠지요?

미션 수행 중간에 이정진이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주었었지요. 매일 천식약을 복용하고 있는 그인데, 아무런 배려심도 없이 제작진에서 단식을 강요하는 바람에, 빈속에 약을 먹는다면서 찡그리고 입속에 약을 털어넣던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 그 방송은 시정조치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공복에 먹어도 되는 약이 있으나, 대부분의 약은 식후에 먹도록 권고되어 있는데 그런 약을 공복에 먹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아무리 방송도 중요하지만 출연자에게 그런 강요까지 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이정진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던 이경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저러면 안되는데... 싶었겠지만 갑자기 나서서 제작진을 탓하거나 뭐라고 할 수도 없었겠지요. 미리 알았더라면 어떻게든 다른 조치를 취했겠지만, 미션이 벌써 반나절이나 진행된 상황에서 이정진만 빠지라고 할 수도 없었을 테구요. 팀의 리더로서 그 순간 이경규의 심기가 상당히 복잡했을 거라고 짐작됩니다.

몰래카메라였음이 밝혀지고 나서 이경규는 이정진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외칩니다. "너 천식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민을 했는데~!!!" 저는 그 장면에서는 눈물마저 울컥하더군요. 사람의 진심이 전해질 때면 언제나 깊은 감동이 밀려옵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이번 회의 주인공은 단연 이경규였습니다. 끝까지 굶주림을 참아낸 책임감과, 중간에 스탭이 남겨둔 반 잔의 커피를 마셨다는 이유로 동생들에게 한없이 미안해하던 그 마음 또한 감동적이었습니다. 과연 아직까지 명실상부한 예능의 대부로서 동년배 중 유일하게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를 알만하더군요.

그러나 철저한 책임감보다도 더욱 인상적이었던 점은 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형의 모습을 재삼 확인시켜 준 일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제껏 이경규의 그런 모습에 저는 수시로 감동을 받아 왔었네요. 마라톤에서 아무리 말려도 끝까지 달리겠다고 고집부리는 이윤석을 위해 마지막까지 함께 해 주던 모습... 김국진을 전투기에 태워 보내며 가슴이 찡하다고 눈시울을 붉히던 모습... 눈 덮인 지리산에서 허약한 김태원의 등을 밀어주며 함께 올라가자고 격려하던 모습...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이렇게 녹슬지 않은 이경규의 저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좋았으나, 이제 몰카는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서로를 아껴주며 힘을 합해서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구도이기 때문에, 한 사람만을 따돌리는(?) 이런 포맷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재미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서 별로 즐겁지 않았습니다. 부디 훈훈한 감동과 더불어 유쾌한 웃음이 공존하는, 가장 '남자의 자격'다운 프로그램으로 계속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