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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탄생' 지현우와 이보영, 조연에 밀리는 주연들 본문

드라마를 보다

'부자의 탄생' 지현우와 이보영, 조연에 밀리는 주연들

빛무리~ 2010. 3. 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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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드라마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즈음, 괜찮은 작품도 많지만 기대 이하의 작품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3회까지 방송된 '부자의 탄생' 역시 예외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일찌감치 '남자 금잔디'라는 별칭을 얻었던 최석봉(지현우)과 재벌가의 까칠한 상속녀 이신미(이보영)의 캐릭터가 주인공으로서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하고 식상한 설정들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차피 소재와 구성면에서 참신한 드라마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도 있으니 재미있게 잘 만들어만 준다면 고마울 뿐이에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작품의 전망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주연인 지현우와 이보영은 조연인 남궁민과 이시영에 비해 그 캐릭터의 개연성이 현저히 떨어져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첫방송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도 주연인 송일국과 한채영이 조연과 악역들에 밀려서 좀처럼 매력을 드러내지 못하더니, '부자의 탄생'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군요. 송일국과 한채영의 경우는 캐릭터 자체가 너무나 판에 박힌 듯 식상하여 조금도 신선한 기운을 찾아 볼 수 없었던 데에 그 이유가 있다면, 지현우와 이보영의 경우는 행동에 필연적 당위성이 결여된, 설득력 없는 캐릭터로 인해 한계에 부딪힙니다.

1. 최석봉(지현우)


어머니와의 하룻밤 짧은 인연으로 자기의 존재를 만들어 놓고 소식이 끊겨버린 재벌 아버지를 만날 날을 꿈꾸며 혼자서 재벌 후계자 수업중인 인물입니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옥탑방의 방세조차 내지 못하는 처지이면서도 월급을 모아 돔페리뇽 와인을 주문하고, 이가 빠진 싸구려 찻잔에 최고급 다즐링을 마시며, 호텔의 벨맨으로 근무하는 틈틈이 재벌가 사람들의 언행을 보고 익혀 식사할 때의 사소한 동작들까지 연습합니다.

언뜻 보면 매우 노력하는 삶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녀석입니다. 무언가 자기의 적성이나 특기를 살려 자기 힘으로 성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의 모든 관심사는 언젠가 만나게 될 재벌 아버지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직업으로 호텔리어를 선택한 것도 그 분야에서 프로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어떻게든 아버지를 만날 기회를 잡음과 동시에 재벌가 사람들을 흉내내기 위한 것입니다. 만약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또는 그의 아버지가 재벌이 아니라면 그의 모든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최석봉은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구혜선)보다 못합니다. 금잔디는 구준표(이민호)라는 왕자님을 만나면서도 그 화려한 동아줄을 잡고 신분상승을 해보려는 목적 따위는 없었습니다. 가진 것은 쥐뿔도 없으면서 고집스럽게 자기 힘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미련할만큼 억척스런 소녀였지요. 그런데 최석봉은 비록 그 동아줄이 여자가 아니라 아버지로 바뀌긴 했지만 어쨌든 존재하는지 아닌지조차 불확실한 그 동아줄 하나를 믿고, 어려서부터 현재까지 자기의 모든 삶을 그것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래갖고서야 그가 아무리 재벌상속녀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자존심을 세운다 해도, 최석봉이라는 인물은 근본적으로 당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그가 자기 힘으로 꿈을 키우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면서, 가슴 한켠에는 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품고 언젠가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젊은이였다면 이렇게 한심해 보이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멋있는 척 해봐야 고작 부자 아빠를 찾아서 팔자 고치려는 꿈이나 꾸는 청춘에 불과하니 남자주인공으로서 결코 매력있다고 할 수가 없겠네요.

2. 이신미(이보영)


화장품은 샘플만 쓰고, 커피는 자판기 커피만 마시고, 식비를 아끼기 위해 시식코너를 애용하는 짠순이지만, 그녀는 엄연한 재벌가의 상속녀입니다. 그런데 생활 환경에 걸맞지 않게 그녀가 왜 그런 사람이 되었을까요?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지녀 온 트라우마는 가족보다 사업이 우선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입니다. 분명 어머니가 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업상 중요한 계약 체결이 우선이었던 아버지는 어머니의 곁으로 달려오지 않았습니다.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애타게 아버지를 찾던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 본 어린 신미는 깊은 상처를 받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그 변화의 방향이 참으로 기이합니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어요!" 하고 외치며, 일에 파묻혀 사는 아버지와 달리 뜨거운 가슴으로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변화이련만, 이신미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의 질주를 시작합니다. 자기도 아버지처럼, 가정을 이루어봤자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버지보다도 더욱 일에만 파묻혀 인간적인 사랑과 행복은 포기해버린 것입니다. 지금도 그녀는 결혼을 재촉하는 아버지에게, 자기 능력으로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을테니 사위에게 맡기실 생각은 행여 마시라고 냉소를 날리고 있습니다.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뭐 그런가보다 할 수는 있습니다. 사람이 상처를 받고 변화하는 방향이 모두 천편일률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런 방향으로 변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런데 자판기 커피값 몇 백원조차 아까워하며 비서의 주머니를 털어서 얻어 마시는 캐릭터는 정말 인위적이고 억지스럽습니다.

물론 생활 속에서 작은 돈을 아끼고 절약하는 습관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말할 수도 있긴 하지만, 작은 부자는 사람이 만들고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리신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중소기업도 아니고 재벌 상속녀인 이신미가 생활 속에서 몇 백원을 아낀다 하여 그녀의 살림살이에 무슨 변화가 있겠습니까?

나름대로는 독특한 인물상을 탄생시켜 보려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우러나지 않고 억지로 만들어낸 티가 역력한 이신미의 캐릭터는 실패작입니다. 살아 숨쉬는 인간이 아니라 생명 없는 조각상과도 같습니다. 이보영의 나쁘지 않은 연기력이 실패한 캐릭터에 갇혀 버렸네요.

3. 부태희(이시영)


이신미의 오성그룹과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이는 부호그룹의 상속녀입니다. 그녀는 이신미를 향한 뿌리깊은 질투심을 품고 있는데 그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꾸미지 않아도 저절로 기품이 우러나는 이신미의 우아한 매력 때문이며, 둘째,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추운석이 이신미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호그룹의 회장은 어린 아들(부태희의 남동생)에게 매일 산수 공부만 가르칩니다. 다른 공부는 못해도 상관없으나 계산을 틀리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자기도 어려서 다른 공부는 못했지만 산수는 잘했다고, 어린 아들을 향해 자랑스레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설정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부태희의 집안은 일종의 벼락부자로서 재벌가 사람들이 보통 지녔다고 인식되어 있는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돈을 버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상류사회에 걸맞는 교양은 지니지 못한 것입니다.


게다가 부태희는 학창시절, 체질적인 비만으로 고생하는 바람에 외모 컴플렉스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외모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있지요. 그런데 외모에 전혀 무관심한 이신미의 타고난 미모가 자꾸만 거슬립니다. 옷 사 입는데 돈도 안 쓰면서 왠지 자기보다 더 나아 보입니다. 게다가 자기가 원하는 남자 추운석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패배감은 미치도록 불타오릅니다.

아버지를 닮아 사업 수완은 나쁘지 않으나 다른 분야에서는 머리가 나쁜 부태희는 어떻게 해야 사랑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서 애만 태우고 있지요. 이렇게 부태희의 캐릭터는 다소 식상한 면은 있지만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확보하여 공감에 성공했습니다.

4. 추운석(남궁민)


오성그룹과 부호그룹만은 못해도 그 역시 재벌가의 아들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100위권 밖을 머물며 재계의 변방에서 온갖 멸시와 수모를 받아 왔지요.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후계자로서 추운석의 가슴에는 분노와 복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차가운 칼날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라 해야겠네요. 어쩌면 그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오성과 부호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신미를 향한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으나, 그의 내심은 사랑보다는 야심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이회장의 외동딸인 그녀를 얻는다면 훨씬 쉽게 오성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며, 게다가 이신미는 똑부러지는 사업 수완과 매사에 검소한 생활 습관까지 겸비했으니 사업 파트너요 동반자로서 더 바랄 것 없는 최고의 상대겠지요.


부태희가 오랫동안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받아줄 마음은 없습니다. 그녀는 돈은 많지만 컴플렉스 덩어리이며 우아하지도 않고 낭비벽도 있으며 게다가 무엇보다 남동생이 있습니다. 추운석으로서는 이신미를 포기하고 부태희를 선택할 이유가 없지요. 지금은 이신미가 자기를 튕기고 있으나 결국은 받아들이게 될 거라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벨보이 최석봉이라는 자가 복병처럼 나타나 속을 썩이게 되겠지요.
추운석의 캐릭터 역시 약간은 식상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신선합니다. 남궁민은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는 아니지만 기묘하도록 슬픈 눈빛과 독특한 분위기를 지녔지요. 주인공인 최석봉과 대칭점에 서 있으니 결국은 악역으로 돌변해 가겠지만, 오히려 최석봉의 존재감이 대책없이 묻혀버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최석봉의 캐릭터는 워낙 얄팍하고 깊이가 없으니, 추운석이 뿜어내는 강렬한 비극적 아우라를 당해내기 힘들 것입니다. 지현우라는 연기자의 개인적 팬이라면 몰라도, 일반 시청자들은 훨씬 애틋한 마음으로 추운석을 바라보게 될 거예요.

5. 한소정(신다은)


조연도 아니고 약간 비중있는 단역에 불과하지만, 이신미의 비서로 등장하는 신다은의 매력은 심지어 이보영을 능가할 지경입니다. 이유없는 구두쇠이며 오만한 까칠녀 이신미의 캐릭터가 호감보다는 비호감으로 다가오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곁에서 한없는 따뜻함을 발산하며 약자를 보호하려 하는 비서 한소정의 부드러운 매력이 제대로 어필해 버린 것입니다.

그 목적이 순수했든 아니든간에 어쨌든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건만, 최석봉을 대하는 이신미의 차가운 태도는 아무래도 지나치다 싶었습니다. 최석봉의 캐릭터도 별로 호감형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자인데, 조그만 배려심도 없이 짓밟으려 하니 거부감이 일더군요. 그렇게 냉혹한 이신미의 곁에서 늘 약자를 불쌍히 여기고 편을 들어주며 대신 변명을 해주는 한소정의 모습은 엄마 같기도 하고 누나 같기도 합니다. 요즈음 하도 강한 여성 캐릭터들만 수두룩해서 오히려 그런 모습이 돋보이는 건지...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히 할 말 다 하는, 밝고 당찬 모습까지 겸비해서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너무 예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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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드라마를 시청할 때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어야 가장 재미있는데, 이번에도 그 즐거움은 포기해야 할까요? 조연이나 단역을 사랑하다 보면 나중에 상처받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할 수 없지요. 추운석과 한소정 때문에라도 저는 '부자의 탄생'을 계속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두 사람이 참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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