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박2일' 복불복에 임하는 그들의 변화된 자세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복불복에 임하는 그들의 변화된 자세

빛무리~ 2009. 12. 21. 11:41
반응형


'1박2일, 제3회 혹한기 대비 캠프'는 저의 마음속에 타오르는 모닥불처럼 뜨거운 열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그들은 스티로폼과 비닐과 종이박스로 지은 집(?) 속에서 새벽내내 흩날리는 눈보라를 맞으며 잠들었지만, 그들을 보고 있는 제 가슴은 왠지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벌써 3년...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그들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저는 느꼈습니다. 초창기 복불복 당시 그들에게서 가장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표정은 당황, 놀람, 충격, 공포 등이었고, 실패한 후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정말로 굶어야 하나?", "정말로 야외에서 자야 하나?", "말도 안 돼!" 하는 식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출연자들의 그런 당황스러운 반응을 시청자들은 재미있게 구경한다는 점에서 리얼 예능의 강점이 살아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1박2일'의 멤버들이 보여준 태도는 감동적일 만큼 힘차고 긍정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제작진이 어떤 게임을 제시하든 군말없이 재깍재깍 받아들여 최선을 다해 임했고, 실패의 결과로 어떤 최악이 상황이 닥치더라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웃어 넘기더군요. 계속된 실패에 약간 허탈해 보이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서로 쳐다보고 "오늘은 뭘 해도 안되는 날인가봐." , "정말 그런가봐. 이런 날이 없었는데, 오늘은 안되는 날인가봐." 하면서 피식 웃을 뿐이었습니다.


캠프 장소로 제일 먼저 끌려오는 바람에 점심조차 굶었던 은지원과 이승기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제작진의 배려로 그들은 라면 한 개씩이라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묻지도 않고 강호동이 그들의 몫인 라면 2개를 걸고 다시 복불복을 제안하여 실패함으로써 그나마 먹지 못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은초딩과 허당승기의 얼굴에서는 단 한 줄기의 불만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은지원은 처음부터 "주신다고 해도 우리 둘이서만 절대 그거 못 먹어요." 라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고, 막내 승기도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요즘 '1박2일'에서 단연 눈에 띄는 멤버는 은지원입니다. 이미 저는 두 차례에 걸쳐 그에 관한 포스팅을 했었지요..[은초딩 은지원이 달라지고 있다(10월 12일), 우리 은초딩, 언제 이렇게 컸을까(12월 6일)]
그런데 그야말로 '달리는 말에 채찍질'이라도 한 것처럼, 은지원의 멈추지 않는 가파른 성장세는 무서울 지경입니다. 이번 혹한기 캠프에서 그가 보여준 성숙한 모습은, 이제 더이상 그를 은초딩이라고 부르면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계속 실패하는 복불복 게임으로 식재료를 얻지 못하게 되자, 그 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김치를 확보하기 위해 강호동은 미션에 실패할 때마다 한 명의 멤버가 옷 한 벌씩을 탈의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해당 멤버는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려 했으나 선뜻 은지원이 나서서 "내가 벗을게요" 하며 고된 역할을 자청했습니다. 멤버들의 계속되는 실수로, 나중에는 박스 속에 숨어서 내복까지 모두 벗어야 하는 처참한 상황에 직면했으나 역시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성공하여 김치를 확보하게 되자 내복바람으로 통춤을 추는 서비스까지 선보였습니다.

은지원만이 아니라 모든 멤버들이 보여준 긍정의 힘은 놀라웠습니다. 그토록 힘들게 확보한 김치와 이어서 획득에 성공했던 밀가루, 이 두 가지 식재료를 걸고 감행했던 복불복의 실패는 3~4시간에 걸친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감을 의미했습니다. 물론 방송분량은 확보되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먹을 것을 얻기 위한 노력도 적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런데도 누구 하나 "이건 말도 안 돼" 라고 불복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별다른 충격도 받지 않은 듯 담담하기 이를데 없더군요. 강추위 속에서 뱃속은 텅텅 빈 채로 뭐가 그리 좋은지 모두 싱글벙글 웃으며, 목소리와 동작을 합쳐 '1박~2일~'을 외칠 뿐이었습니다.

'1박2일' 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워낙 연기자들을 고생시키는 데다가 이번에는 특별히 '혹한기 대비 캠프' 라는 제목까지 붙었으니, 출발할 때부터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왔던 것 같습니다. 지난 3년간의 산전수전 공중전은 그들의 몸과 마음을 이토록 강하게 단련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샤방샤방 꽃미남 왕자님일 뿐이었던 이승기도 이제는 한결 그을린 피부에 때때로 거친 남자의 향기까지 내뿜는 강인한 청년으로 변모되었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합류하던 시절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더군요. 하얗고 보송보송한 얼굴이 어찌나 귀여운지...ㅎㅎ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망가진 피부가 속상할지도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금의 모습이 훨씬 더 멋있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는 아기 같았는데 이제는 너무 남자답거든요.

원래부터 야생의 아이콘과도 같았던 강호동은 지금도 가장 강한 모습으로 맏형의 자리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으며, 한동안 적응하지 못하고 힘겨운 기색이 역력하던 둘째 형 김C도 이제는 완벽히 적응하여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동생들을 감싸주고 있습니다. 멤버들의 몰래카메라에 당해 두 번이나 찬물을 뒤집어쓰고도 사람좋게 웃는 이수근의 희생정신 또한 차마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며, 한쪽에서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주고 있는 MC몽의 듬직한 모습 또한 이제는 까불이 원숭이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멤버들이 그렇게 진지함과 강인함, 그리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니, 뭔가 예능적인 재미는 예전보다 덜한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이미 '1박2일' 이라는 프로그램은 어떤 틀 안에 가두어 놓기에는 너무 커버린 듯한 느낌이 있지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억지 웃음을 조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가감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썰렁한 상황에서는 썰렁한 모습을 그냥 보여줍니다. 그러면 우리 시청자들은 마치 우리가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스스로 썰렁함을 느낍니다. 이토록 리얼한 느낌을 전해주는 프로그램은 결코 흔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갑작스런 악천후로 인해 밤새 내리던 비는 함박눈으로 바뀌었고, 캠프장소인 산으로 차가 들어올 수 없게 되었으므로, 하산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암담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기상미션은 취소되고, 얼음구덩이에서 잠들었던 멤버들은 일제히 잠에서 깨어나 하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멤버들은 한없이 긍정적이고 씩씩한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근심걱정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상황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즐기는 것 같더군요.


쌓인 눈에 발목이 파묻힐 정도의 악조건 속에서 걸어내려올 수밖에 없었는데도 그들은 웃고만 있었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도구를 이용하여 눈썰매를 즐기며, 아이들처럼 신나게 뛰어노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저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도 고맙고, 예쁘고, 감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