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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설원랑을 꼭 살려두어야 했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선덕여왕' 설원랑을 꼭 살려두어야 했을까?

빛무리~ 2009. 11. 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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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고현정)이 하차한 후로 서서히 바람이 빠져가는 풍선처럼 안타까운 드라마 '선덕여왕'... 그 중에서도 제가 보기에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설원랑(전노민)입니다.


물론 시위부령이라는 직책을 가졌으면서도 억울하게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야 했던 알천랑(이승효)도 있지만, 적어도 그는 '덤으로 사는 인생'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비담의 난'이 일어나면 유신의 편에 서서 듬직한 역할을 해줄 거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설원랑의 모습은 간신히 숨이 붙어있는 임종 직전의 상태로 수십년을 연명하는 것처럼 답답합니다.

아무리 다시 생각해 봐도 설원은 미실과 함께 떠났어야 했습니다. 후사를 돌보아 달라는 미실의 당부를 거역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살아남았다 해도, 머지않아 미실의 뒤를 따라갔어야 합니다. 저는 설마 미실이 죽은 후, 이렇게 오랫동안 설원랑이 살아남아서 병풍처럼 앉아있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설원랑에게 주어진 책임이 아무리 막중한 것이었다고 해도, 진로를 고민하며 헤매는 비담(김남길)에게 미실의 유언을 전해줌으로써 방향설정을 해주고, 비담이 사량부의 책임자로서 권력의 핵심부에 들어가 자리잡는 모습까지 보았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선덕여왕의 명에 따라 옛 미실의 수하들로 이루어진 사량부가 결성되고 웬만큼 자리를 잡게 되었던 시기에, 그러니까 미실이 떠난 후 불과 몇 개월이 지난 시점에 유서를 남기고 조용히 미실의 뒤를 따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어느 햇살 좋은 날, 다시 한 번 비담을 향해 어머니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애끓는 유서를 남기고 설원랑은 자택의 침상에서 생을 마감했어야 합니다. 훗날 '비담의 난'을 돕는 이들은 하종과 보종 등이 남아 있으니 됐습니다. 제 생각에는 설원만이 아니라 미생(정웅인)까지도 일찌감치 하차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늙수그레한 윗 세대의 인물들이 끈질기게 남아있다가 반란군에 가담하고 게다가 얼마 못 가 처참하게 제압되고... 이건 너무나 모양 빠지는 일이 아닙니까?


그보다 존재감이 강하지 못했던 칠숙과 소화, 석품 등이 벌써 인상적으로 비장한 최후를 맞이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건만, 패기와 독기로 눈을 번뜩거리는 비담의 곁에 지금도 병풍처럼 앉아있는 늙은 설원랑의 모습은 제 마음을 슬프게 합니다. 도대체 어쩌려고 그 멋진 인물을 이렇게 망가뜨리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제 마음속에서 비담 못지않게 애정을 품고 있던 캐릭터가 설원랑이었습니다. 제가 한동안 심혈을 기울여 발행해 온 '선덕여왕 편지' 시리즈는 9월 21일에 올렸던 '설원랑의 편지'를 처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원래는 미실을 깊이 사랑하는 설원랑의 마음에 감정이입을 하다보니 저절로 편지가 떠올라서 자연스럽게 쓰여진 것이었을 뿐, 계속하여 다른 인물들의 편지까지 쓰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하다보니 점점 재미를 붙이게 되었지만요.


이제는 드라마가 막바지에 이르른 만큼, 저의 편지도 그런 듯 합니다. 마지막 편지는 아마도 비담에 의해서 쓰여질 것입니다. 그 대상은 덕만, 즉 선덕여왕(이요원)이 되어야겠지요. 그 이전에 한두 편 정도 더 쓰고 싶기는 한데 어느새 재료를 다 써버린 것인지, 아니면 드라마 자체에 맥이 빠져버려서 그런지 좀처럼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감정이 이입되는 캐릭터도 점점 줄어들고, 그렇습니다.

'설원랑의 편지' 1, 2, 3 편은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아끼는 것일 뿐 아니라, 많은 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비록 드라마에서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나, 제 마음속에 남아있는 설원랑의 이미지는 여전히 편지에 형상화시킨 그대로입니다. 저는 벌써 그의 등을 떠밀어서 미실의 곁으로 보내버렸습니다. 망가뜨리기에는 너무 소중한 캐릭터였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웠던 그의 사랑을 추억이나 하시라고, '설원랑의 편지'를 링크해 둡니다.
좋은 님들,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설원랑의 첫번째 편지
설원랑의 두번째 편지
설원랑의 마지막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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