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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58회, 달콤한 팬서비스를 만끽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선덕여왕' 58회, 달콤한 팬서비스를 만끽하다

빛무리~ 2009. 12. 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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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방송된 '선덕여왕' 57회에서 비담과 선덕여왕의 멜로가 예상치 못한 급진전을 보이면서 수많은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다지 당혹스럽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제 올렸던 '비담에게 보내는 선덕여왕의 편지' 에서 이미 저의 견해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듯이, 비담을 향한 여왕의 마음은 결코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제껏 덕만은 한 번도 비담에게 이성적으로 끌리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노오란 들꽃을 건네며 수줍게 웃는 비담에게 화답하듯 미소를 보이며 "너는 나를 여자로 대해 주는구나" 하고 기뻐하기도 했고, 미실의 죽음 후 방황하는 비담의 뒤를 쫓아가 어미 잃은 새를 감싸듯이 그를 포근히 안아주기도 했지만,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운 감정이거나, 또는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계획적 행동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덕만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는 남자는 언제나 김유신 한 사람뿐이었지요.

저는 수많은 '비담팬' 중 한 명입니다만, 제가 사랑하는 캐릭터라고 해서 무조건 그 인물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팬은 아닙니다.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게 행복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불행해지거나 파멸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는 팬입니다. 어차피 비담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행을 운명으로 타고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와는 달리, 자기가 사랑하는 캐릭터가 무조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팬들이 아주 많이 있는 것 같더군요. 억지스럽든 아니든간에 말입니다. 미실과 더불어 '선덕여왕' 시청률의 양대 공신이라 할 수 있는 비담... 그의 팬들에 대해 아무래도 제작진은 작은 팬서비스나마 베풀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종방도 멀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비담의 운명 자체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비담의 난'은 예정되어 있고, 비담의 최후는 비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애타는 사랑이 너무 가엾어지지 않게, 짧은 시간이나마 선덕여왕으로부터 진실한 사랑을 받도록 해주는 것도 괜찮겠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요? 선덕여왕이 단 한 번도 비담을 남자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적인 도구로만 생각하고 이용하려 한 것뿐이라면, 평생을 다 바쳐 목숨 걸고 그녀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비담의 사랑은 잔인할 만큼 가엾어지게 되지요.


제 판단에 뜬금없는 '당나라 사신' 에피소드는 비담과 더불어 알천춘추의 팬들을 위해 제작진이 마음먹고 준비한 팬서비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나름대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57회를 시청한 후 저의 예상은, 위기에 빠진 서라벌을 지키기 위해 갑작스런 사탕발림으로 비담의 마음을 자기 곁에 꽉 묶어두었던 선덕여왕이, 김유신이 전쟁에서 승리하여 위기를 넘기게 되면, 곧바로 비담에게 맡겼던 모든 것을 빼앗아 유신에게 주며 그를 차갑게 배신할 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비담은 그녀의 냉혹함에 바닥까지 추락하여 난을 일으키게 되지 않을까 싶었지요. 그러나 저의 예상과는 달리, 팬들에게는 달콤한 선물상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담과 덕만의 '침실에서 토닥토닥' 장면은, 오래 전 설원랑과 미실의 '발 씻겨 주기' 장면 이후 '선덕여왕' 최고의 오싹한 닭살 멜로씬이라고 할만하더군요. 여왕이 전격적으로 국혼을 발표했지만 아직 혼인은 치르지 않았건만, 벌써 남편이라도 된 듯 아무렇지도 않게 여왕의 침실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와... 여왕이 하얀 속옷(?)만 입고 머리도 풀어헤친 채 앉아 있건만, 놀라거나 민망해하지도 않고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아 침대로 이끌어다가 강제로(?) 눕혀 버리고... 아기 재우듯이 토닥토닥 거리며 "잠드실 때까지 이러고 있겠습니다." 하며 부드럽게 닭살 멘트도 한 번 날려 주시고...


바로 좀전에 조카 춘추를 불러다가 비밀 칙서를 남기며 "(나의 사후 비담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비담을 척살하라!" 하고 서릿발 같은 얼굴로 명령하던 냉혹한 여왕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비담을 달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내가 반말하는 것이 싫으냐? 존대를 할까?" 하고 다소곳한 자세를 보여주시고... 그의 토닥이는 손길에 편안히 몸을 맡기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도란도란 들려 주시고...  이렇게 잠시나마 선덕여왕은 비담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주는 듯한 모습을 연출합니다.

이렇게 되면 비담은 일단, 사랑의 보답을 받은 셈이므로 그 누구보다 행복한 남자가 되었습니다. 그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팬들의 소망도 일단은 충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참 공감할 수 없고 생뚱맞은 애정씬이었습니다. (물론 부러움과 시샘의 감정이 조금도 개입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제껏 한 번도 비담에게 이성적 호감을 보이기는 커녕 진실한 믿음을 준 적조차 없었던 선덕여왕이, 급작스레 그와 혼인을 결심하고, 삽시간에 몸과 마음을 다 맡기며 '그의 여자'가 되어버리는 모양새가 어찌나 당혹스럽던지요.


어쨌든 '비담의 난'은 일어나야 합니다. 바로 그 난의 견인차가 되어 주기 위해 갑자기 당나라 사신이 등장했습니다. 비담의 수하들인 미생과 염종, 하종 등은 자기들의 수장인 비담이 여왕에게 홀릭하여 자기들의 미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에 분개합니다. 그리하여 비담을 자기들과 공동운명체로 엮기 위하여, 비담의 이름으로 당나라 사신과 뒷거래를 합니다.

현재 신라의 실세는 상대등 비담이니,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여왕 앞에서 멘트를 쳐 주면 당나라의 청병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지요. 멍청한 당나라 사신은 실세가 누구인지 제대로 조사해보지도 않고 단박에 훌렁 넘어가, 여왕 앞에 서자마자 "여자가 왕이라서 주변국이 신라를 얕보니... 어쩌고..." 하면서 거침없는 망발을 합니다.


분노한 여왕은 즉각 사신들을 감금하고 진상 조사를 시작하는데, 염종이 당나라 사신과의 비밀 연락 도구로서 자신있게 내놓았던 비장의 카드 '오우선'(까마귀 깃털로 만든 부채)은 또 즉시 춘추에 의해 비밀을 간파당하고, 그들의 음모는 여왕 앞에 낱낱이 드러나고 맙니다. 문제는 그 모든 음모가 비담의 이름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이지요. 정작 비담은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것은 변명거리도 되지 못합니다. 이렇게 해서, 선덕여왕은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되고... 다음 회에서 비담은 억울하게 오해를 받고 내쳐지겠지요.

역시 불쌍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왕에게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채, 그녀의 냉혹한 뜻에 따라 내쳐지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편입니다. 결국 비담이 짧은 행복을 누리면서, 팬들의 작은 소망도 이루어지기는 했는데, 그 덕분에 또 선덕여왕만 일관성 없고 이상한 여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더불어 '당나라 사신' 에피소드는 알천과 춘추의 팬들에게도 모처럼 선물을 안겨 주었습니다. 김유신이 마치 백의종군하는 이순신 장군처럼 묵직한 포스를 자랑하며 전장을 누비는 동안, 그리고 비담이 멜로의 주인공이 되어 여왕과 달달한 사랑을 나누는 동안, 춥게도 병풍으로 전락해 있던 알천과 춘추가 발칙한 당나라 사신들을 만나 드디어 물 만난 고기처럼 활동을 시작했군요.

사신들의 불경한 언사에 분개한 여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가장 먼저 큰 소리로 그 이름을 외쳐 부릅니다. "시위부령 알천!" 그녀의 부름에 마치 짱가처럼 멋지게 들어서는 알천랑, 오랜만에 늠름한 포스가 장난 아닙니다. 주군을 모욕한 사신들을 향해 거침없는 분노의 눈빛도 작렬해 주시고, 단호하게 그들을 포박하여 조원전에 가두고는 물샐틈없는 방비로 개미새끼 한 마리 드나들지 못하게 합니다.


미생과 염종 등이 아무리 몸달아 사신들과 접촉하려 하지만, 알천의 빈틈없는 일처리 앞에 그들의 허술한 연락책은 그 즉시 덜미가 잡히고 맙니다. 까마귀 깃털 부채는 어느새 알천랑 손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대사도 없고, 매회 한 번이나 얼굴을 비출까 말까 했던 알천랑이 모처럼 이렇게 대활약을 보여주니 속이 다 시원하더랍니다. ^^

한편 춘추는 그 동안도 수시로 선덕여왕과 대면하며 어린 나이답지 않은 통찰력으로 조언을 해주기는 했었지만, 이상할 만큼 존재감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까마귀 부채의 비밀을 단번에 풀어내며 해박한 지식과 비상한 머리를 다시금 과시함으로써, 현재 머리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선덕여왕'의 무주공산에 유일한 제갈량으로서 포스를 과시합니다.


첩자의 이름을 가리키는 흑(黑)자가 부수라는 것도, 백제의 유군을 이끄는 빨간모자의 장수가 두 사람이라는 것도, 평범한 머리로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풀기에 어렵지 않은 문제였건만, 그거 하나를 제때에 풀어내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니, 그에 비해 훨씬 난이도가 높은 오우선의 비밀을 단박에 풀어낸 김춘추는 반짝반짝 빛나더군요. 덕분에 귀여운 승호군도 58회에서는 안스럽지 않았습니다.

기왕에 주어진 팬서비스이니 저는 그냥 만끽하기로 했습니다. 생뚱맞은 애정라인으로 인해, 선덕여왕 덕만의 캐릭터가 다시금 심하게 널을 뛰기는 했지만 그거야 하루이틀의 문제도 아니었으니까요.
낭도 시절부터 공주 시절을 지나 여왕이 되어서까지, 그녀의 캐릭터는 항상 변신(?)하느라 바쁩니다. 멍 때리다가, 갑자기 기운이 팔팔했다가, 지겹게 울다가, 냉정했다가, 매달리다가... 여지껏 그래 왔으니 한 번쯤 더 희생한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듯 합니다.


이 팬서비스 덕분에 우리 비담도, 알천도, 춘추도 덜 불쌍하게, 화려하게 살아났으니까요. 저도 이번에는 너무 개연성에 집착하며 따지기보다는 그냥 기분좋게 보아주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는지 모르겠군요. 이제 종영을 2주 앞둔 '선덕여왕'의 마지막 선물상자를 달콤하게 받으셨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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