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깊어가는 가을, 진정한 사랑을 위해... 본문
지나치게 그리워하면 안 되겠지요.
그건 미안한 일이지요.
잠들기를 두려워하고 깨어나기를 두려워하면서
이토록 그리워하는 건 죄겠지요.
그래서 난 당신에게 용서를 빌려 합니다.
밤새도록 불안한 꿈 속에 흔들리다가
새벽빛 속에 붉은 눈을 뜨더라도 절대 두려워해선 안 되겠지요.
그런데도 난 그리움이라는 기쁨을 마치 무거운 짐처럼 지고 갑니다.
당신은 한 마디 질책도 없고......
지난 밤에도 꿈을 꾸었습니다.
당신 닮은 한 사람 내 곁에 있는 꿈을.
꿈에서조차 난 당신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늘 닮은 얼굴일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붉게 물든 눈을 힘겹게 떴습니다.
정말 미안한 일이지요.
그래서 지금 용서를 빌려 합니다.
너무 그리워하면 안 되겠지요. 그건 죄겠지요.
*******
제가 대학시절의 어느 날, 단번에 써내려갔던 시입니다.
아무 법칙도 없이 그저 떠오르는 대로 썼으니 이성적으로 따지자면야 완전 엉망이지만
저 자신에게는 꽤나 애착이 가는 작품(?)이지요.
그 당시의 마음이 가장 절실히 담겨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 저와 친하게 지내는 사십대 초반의 지인 한 분이 선 채로 무슨 이야기를 하시다가
갑자기 거짓말처럼 픽 쓰러져 정신을 잃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보았습니다.
다행히도 1분쯤 후에 정신을 차리셨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곧바로 병원에 모셨지만 오늘이 하필 휴일이라서 자세한 검사는 하지 못했네요.
별 일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놀란 마음에 좀처럼 충격이 가시질 않고 계속 염려가 됩니다.
정오쯤에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오후에는 친척 오라버니를 만나뵈었습니다.
저와 육촌이 되시는 그 오라버니는, 이십대 후반까지 사회생활을 하시다가
뒤늦게 성직자의 길로 접어들어 이제는 신부님이 되어 계십니다.
신부 오라버니와 오랜만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일산 호수공원을 거닐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오늘 호수공원에서 제 폰카로 찍은 것입니다. 화질은 좋지 않지만,
제가 오늘 호수공원에서 느꼈던 정취를 그나마 제일 잘 담은 사진인 듯 합니다.
평화로우면서도 스산한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사랑하는 이의 손을 놓고 떠나야 합니다.
또는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 깊어가는 가을에,
과연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은 어떤 길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집착하지 않고, 항상 내가 아닌 그를 바라보며, 평온한 마음으로
과연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
더 늦기 전에, 아무런 조건도 없이, 망설임도 없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조금만 더 용감해질 수 있기를 기원하는 가을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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