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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등짝에 스매싱' 김병욱의 귀환을 격하게 반기며...

빛무리~ 2017.12.04 21:02

'감자별2013QR3' 이후 갑작스런 김병욱 감독의 은퇴 선언은 가히 청천벽력이었다. 그의 작품이 방송되는 동안에는 온 마음을 기울여 열렬히 시청하고, 한 작품이 끝나면 또 그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오려나 학수고대하며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온 나에게, 이제 더 이상 웃음과 눈물과 감동이 공존하는 그의 시트콤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은 단순히 아쉽다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상실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상업주의 만연한 이 시대에,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과 신념을 고집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겹고도 외로운 일일 터였다. 어쩌면 이제 지칠 때도 되었다 싶었고, 만약에라도 험한 방송가에서 더 버티다가 그만의 고유한 색깔이 변질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쯤에서 영원한 레전드로 남아주는 것이 낫겠다 싶기도 했다. '스텐레스김' 이라는 별명 그대로 끝까지 변함없기를 나는 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떠났던 그가 3년여 만에 다시 돌아왔다. 감독이 아니라 크리에이터라는 포지션이지만 결국 은퇴 선언을 번복한 셈인데, 돌아와 준 것이 그저 반갑고 고마운 나는 번복을 탓하기보다 성급했던 은퇴 선언을 탓하고 싶다. 이제 두 번 다시 은퇴 선언은 하지 않기를, 그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면 몇 년이라도 기다릴 테니 충분히 쉰 후에는 꼭 이번처럼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랄 뿐이다. 


 김병욱의 새로운 작품에는 '너의 등짝에 스매싱'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원래는 '닭치고 스매싱'이라는 제목이었는데, 박자가 정확히 떨어지는 것보다는 엇박자가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너의 등짝에 스매싱'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기획 의도가 적혀 있다. "삶의 목표와 실낱같은 희망마저 포기해 버린 누군가의 등짝에 스매싱을 날리며... 잠시나마 웃고 공감하고 위로가 되길 바란다." 


'스매싱'은 '하이킥'과 비슷한 의미로 해석된다. 갑갑한 현실 속에서 거침없이, 지붕뚫고 하이킥을 날렸던 것처럼, 김병욱의 거침없는 스매싱은 또 한 번 우리의 꽉 막힌 가슴 속을 시원하게 뚫어줄 것이다. 어쩌면 전설의 '하이킥' 시리즈를 잇는 '스매싱' 시리즈가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 물론 김칫국 원샷이지만 - 벌써부터 기쁨과 설렘이 벅차게 밀리든다. 

또한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는 예전 김병욱 시트콤에 출연했던 중견 배우들이 합류하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과거 '순풍 산부인과'와 '똑바로 살아라'에서 찌질남의 대명사 같은 활약을 보여주던 박영규가 이번에는 몰락한 자영업자로서 사돈집에 얹혀 사는 가난한 가장 역할로 돌아왔다. 뜻하지 않은 사돈과의 동거로 '오 마이 갓'을 외치게 될 사람은 바로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오케이~"를 외치던 박해미다. 


'순풍 산부인과'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연이어 활약하며 시트콤의 젊은 황제로 군림하던 권오중이 이제는 중년의 모습으로 다시 찾아와 예전과는 다른 감성의 웃음과 슬픔을 전달해 줄 예정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신지를 짝사랑하는 이형사 역할을 비롯해 다양한 감초 연기로 재미를 더해주던 윤서현의 존재 역시 든든함을 더해 준다. 


그리고 황우슬혜, 엄현경, 줄리안, 장도연, 김나영, 이현진 등 김병욱과 첫 호흡을 맞추게 될 젊은 배우들에게도 기대가 크다. 김병욱에게는 이제껏 인정받지 못하던 신인 배우의 연기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신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병욱의 작품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인기를 얻었던 배우들이 그 다음 작품에서는 이상할 만큼 부족한 연기로 주저앉는 모습을 적잖이 보기는 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스스로 연마한다면 새로운 매력을 어필하며 배우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김병욱 시트콤에는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보고 싶지 않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결말 부분에 잔뜩 우울한 분위기를 깔아 놓는 경우가 많으니, 웃으며 보면서도 나중에 슬퍼질까봐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정말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지붕뚫고 하이킥'의 엔딩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 특유의 슬픈 정서가 좋았다. 시트콤이라 해서 무조건 밝음과 웃음으로만 일관해야 하는 것일까? 오히려 웃음 속에 우울한 빛깔이 스며듦으로써 현실 감각이 예리하게 살아나며 공감을 높이는 게 아닐까? 


다수 대중이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 아무리 잘난 작가 및 감독이라 해도 보통은 자기 고집을 꺾게 마련이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아야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심지어 어느 작가는 자기 소신대로 써 냈던 과거의 작품을 반성한다는 인터뷰까지 하곤 한다. 대중의 취향에 맞추지 못했다면 그건 자신의 잘못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스텐레스김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을 것이고, 은퇴 선언을 했던 이유 중 하나도 그게 아닐까 싶었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 제작 발표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그와 같은 질문이 등장했다. 과거 연출 작품에서는 우울한 분위기가 깔려 있었는데? 라는 질문에 김병욱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했다. 

"우리는 팀의 정신이라는 게 있다. 코미디임에도 약간의 우울함이 있는 것은, 싫어하셔도 어쩔 수 없는 우리 팀의 정신이며 색깔이다. 하지만 우리 식의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으니, 우리는 처음부터 지녀왔던 그 품질을 유지하고 싶다. 우리의 코미디를 찾는 분이 있는 한, 그걸 유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잘 하는 걸 하면, 원하는 분들이 보면 된다."


역시 멋진 김병욱, 내가 존경하는 스텐레스김, 나는 그의 한결같은 단단함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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