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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도롱 또똣' 유연석 강소라의 기분좋게 따뜻한 사랑이야기 본문

드라마를 보다

'맨도롱 또똣' 유연석 강소라의 기분좋게 따뜻한 사랑이야기

빛무리~ 2015. 5. 1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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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의 신작드라마 '맨도롱 또똣'은 그 독특한 제목에서부터 관심이 끌리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제주도 개츠비'라는 제목이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은 '기분좋게 따뜻한' 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인 '맨도롱 또똣'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기분좋게 따뜻한... 어쩐지 그 제목만으로도 어떤 느낌의 드라마인지 알 수 있을 듯하다. 벌써 몇 주 전부터 이 작품을 기다려 온 이유는 나도 좀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서'였다. 꽃 피는 춘삼월 이 좋은 시절에 (양력으로는 요즘이 5월이지만 음력으로는 3월이다) 어울리지 않게, 특별히 우울할 일도 없는데 수시로 서늘한 우울감에 빠지는 요즘은 나도 좀 '기분좋게 따뜻한' 느낌에 빠져보고 싶었다. 



영화나 드라마에 관한 내 취향은 원래 애틋하고 절절하고 우수어린 멜로 쪽이지만 요즘은 그런 것들 모두 칙칙하게 느껴진다. 서글프게 울고 짜고 추적추적 비나 내리는 그런 분위기, 요즘은 사양하고 싶다. 정말 상큼하고 발랄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이 그리웠다. 그런 의미에서 홍자매의 로맨틱 코미디는 요즘의 내 기분을 가장 잘 맞춰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제발 너무 유치하거나 허황되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 기대와 우려 속에 '맨도롱 또똣'의 첫방송을 시청했는데, 느낌이 아주 좋다. 유쾌한 로망을 표현하면서도 지나치게 허황되지 않고, 쉬운 듯 가벼운 듯 하면서도 지나치게 유치하지는 않다. 이만하면 합격이다. 


여주인공 이정주 역에는 '못난이 주의보'와 '미생'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신세대 여배우들 중 가장 높은 호감도를 자랑하는 강소라가 낙점되었다. 남주인공 백건우 역을 거머쥔 유연석 또한 '응답하라 1994'와 '꽃보다 청춘'을 통해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수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캐스팅이 매우 다행스러운 것은 결코 이 시대의 핫한 스타여서가 아니라, 단지 인기에만 편승한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직 연기파 배우라고까지 할만큼은 아니어도 둘 다 썩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라는 점에서, 그들의 상큼한 이미지와 더불어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캐스팅이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맨도롱 또똣'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촬영되는 드라마이다. 검은 빛 윤기 흐르는 준마(駿馬)를 타고 제주의 푸른 초원을 시원스레 내달리는 백건우의 모습으로 첫 장면은 시작된다. 척 봐도 엄청난 부잣집 도련님인데, 마침 그 날은 백건우의 생일이란다. 이 녀석 분위기가 참 묘한 것이, 시크하면서도 어둡지 않고 무심한 듯하지만 은근히 사려깊다. 그러니 살짝 잘난척을 해도 밉지 않고, 못난 꼴을 좀 보여도 씩 웃으며 넘어가 줄 것 같은, 아주 편안한 매력의 왕자님이다. 처음 만나던 날의 그 모습을 이정주가 10년 동안이나 잊지 못한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2005년 당시 19세였던 이정주는 무려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 제주로 날아왔다. 목적은 단 하나, 엄마를 찾기 위해서였다. 빛바랜 사진 속에서 죽은 아빠(선우재덕)의 곁에 다정한 포즈로 서 있는 백세영(이휘향)의 모습을 발견한 정주는 백세영이 자신의 친엄마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유명 재벌가의 딸인 백세영은 아버지가 각기 다른 자식을 셋이나 두었는데, 그 중 막내아들이 백건우다. 맏아들 송정근(이성재)은 첫번째 정략 결혼에서 태어났고, 딸 차희라(옥지영)는 영화배우와의 두번째 결혼에서 태어났는데, 오직 백건우만은 아버지가 밝혀지지 않은 혼외 자식이다. 


백건우의 미니홈피를 통해 그의 생년월일과 자신의 생년월일이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낸 이정주의 확신은 더욱 커진다. "그래, 백건우와 나는 쌍둥이야. 엄마 아빠가 헤어질 때, 건우와 나를 한 명씩 데려왔던 거야!" 아빠가 죽은 후 고모네 집에 얹혀살며 가난과 눈칫밥에 허덕여야 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백건우의 생일 파티가 제주도에서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정주는 그 날짜에 맞춰 제주로 날아가는데, 엄마보다 한 발 앞서 만나게 된 쌍둥이 백건우는 훤칠한 키와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 자기와 꼭 닮은 것만 같다. 부모님(?)이 찍혀 있는 빛바랜 사진을 내밀자 백건우도 반신반의하며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고 제안하는데...



 

우연처럼 리조트 바닥에 떨어져 있던 사진을 보게 된 백세영은 아무 관심 없다는 듯 '모르는 사람'이라고 딱 잘라 말하며 그것을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무심하고 단호한 백세영의 모습을 숨어서 본 이정주는 절망한다. 아무리 헤어졌어도 자식까지 낳았던 연인이라면 결코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해였구나. 백세영은 내 엄마가 아니고, 백건우도 내 쌍둥이 형제가 아니구나!" 아픈 눈물을 삼키며 돌아서는 이정주에게 백건우는 자신의 생일 케이크와 선물을 나눠준다. "오늘 너도 생일이라며!" 따뜻한 배려와 쿨한 매너를 겸비한 소년에게 소녀의 마음이 덜컹 흔들린다. "너, 내가 꼬시면 넘어올래?" 


"어쩌냐? 난 이제 곧 유학 가는데..." 하지만 백건우도 이정주의 당찬 성품이 꽤 마음에 들었던지, 유학을 다녀와서 혹시 또 만나게 된다면 기회를 주겠노라고 선뜻 말한다. "너, 내가 한 방에 호로록 넘어가게 멋진 사람으로 커라!" 그러자 이정주가 말한다. "그럼 넌 개망나니로 커라. (응?) 아무도 탐내지 않는 개망나니가 되라고... 그래야 내 차례까지 기회가 올 거 아냐. 그러니까 꼭 막 살아라!" 농담인 듯 진담인 듯 그녀의 거친 막말(?)에도 당황하지 않고 백건우는 씨익 웃는다. "그래, 너 생각해서 성의껏 막 살아볼게!" 그렇게 헤어지고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긴 세월 동안 가슴 속에 서로 다른 추억을 새긴 채, 두 사람은 운명처럼 재회한다. 


10년 후, 이정주는 7년 동안 다닌 직장에서 정리해고될 위기에 처했고, 애써 모은 돈으로 아파트를 마련하려던 계획은 사촌동생 정민(고경표)이가 뒤통수를 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었다. 정주는 회사 일로 바쁜 나머지 대신 아파트를 계약해 달라며 정민에게 돈을 맡겼지만, 정민은 옳타꾸나 제주도에 날아와 카페를 차리겠다며 그 돈으로 폐허가 된 집터를 사들인 것이다. 정민이를 잡겠다고 급히 제주도에 내려왔지만, 그 곳에서 정주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일본 연수 중인 줄만 알았던 애인(이중문)이 그녀 몰래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 중인 광경을 속절없이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절망에 빠진 그 때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오는데, 설상가상 일방적인 해고 통보다. 순식간에 집도 사랑도 직장도 모두 잃었으니,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텅 빈 그녀의 옆자리에 왠지 서광이 비치는 듯한 느낌은? 바로 순백의 왕자님 백건우다! 두 사람은 제주로 날아오는 비행기에서 10년만에 다시 만났다. 정주에게 애인이 있었던 것처럼, 건우에게도 마음에 둔 여자가 있었다. 얼마든지 서울 강남에 초호화 레스토랑을 차릴 수 있었던 백건우가 머나먼 섬 제주도에 작은 레스토랑 '맨도롱 또똣'을 차리게 된 것도 사실은 그 여자 때문이었다. 


짝사랑하는 목지원(서이안)이 제주도에 있어서, 오직 그녀 곁에 있고 싶어서 백건우는 화려한 도시를 버리고 내려왔다. 그러나 목지원은 '맨도롱 또똣'이 오픈하기도 전에 뉴욕으로 떠나 버렸고, 백건우에게 남은 것은 무료하고 무의미한 섬 생활 뿐이었다. 미국에서 결혼한다더니 깨지고 돌아온 후에도 백건우의 마음을 흔드는 목지원의 어장관리는 계속되고, 상처만 주는 짝사랑에 조금씩 지쳐갈 때쯤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투명한 이정주가 백건우의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정말이지 기막힌 타이밍이다. 기분 좋게 따뜻하면서도 상큼한 그들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는 듯한데... 



한 가지 염려스런 부분은 빛바랜 사진의 정체다. 그 사진 속 여인은 백세영이 분명했는데... 설마 백건우와 이정주가 진짜 쌍둥이 남매는 아니겠지? 만약 이정주가 백세영의 친딸이라면 오히려 백건우가 친아들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라도 남매간의 사랑이라는 칙칙한 비극만은 피해가야 한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출생의 비밀 따위가 끼어들지 않는 것인데, 첫 회부터 커다란 떡밥을 던져놓았으니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회수하는 과정에서 산뜻한 분위기가 지저분해지지나 않을까, 무엇보다 그게 걱정된다. 하지만 일단은 느낌 좋으니까, 모처럼 느낌 좋은 드라마를 만났으니까, 이 느낌 그대로 믿고 가보려 한다. 기분 좋게,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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