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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억울한 죽음, 고귀한 희생이 될 수 있을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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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억울한 죽음, 고귀한 희생이 될 수 있을까?

빛무리~ 2014. 11. 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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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신해철이 갑자기 사망한 근본적 원인은 소장의 천공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달 22일, 심정지 상태에 있던 故 신해철의 응급 수술을 진행했던 현대 아산병원의 응급 수술 기록에 따르면, 응급조치를 위해 개복했을 때 소장 아래 7~80cm 지점에 1cm 크기의 천공을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천공 주변에는 복수와 음식물 찌꺼기가 흘러나와 있었고, 그로 인해 내장에는 심각한 염증이 발생해 있었다고 한다. 소장에서 시작된 염증이 심장까지 번진 상태였다는 기록은, 천공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방치되어 있었음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의 의료 과실 여부를 가리는 핵심은 그 천공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를 밝히는 문제로 좁혀졌다.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일단 두 가지로 파악된다. 첫번째는 지난 달 17일, 신해철이 장 유착 증세로 복강경 수술을 받을 당시 의료진의 과실로 천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고, 두번째는 다른 원인으로 이미 존재했던 천공을 장 유착 수술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둘 중 어느 쪽이라 해도 신해철의 죽음이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설령 수술 이전부터 천공이 존재했더라도 수술 과정에서조차 발견하지 못했고, 더욱이 수술 후 여러 차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입퇴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조차 명확한 증세 확인과 치료가 행해지지 않았다면 병원측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신해철의 아내를 비롯한 유족들은 고인을 조용히 떠나보내려 했던 것 같다. 이제 와 아무리 애써도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는 없는 일이니, 진실을 규명한답시고 더욱 큰 맘고생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종신을 비롯한 신해철의 동료 가수들은 사망의 원인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대로 덮어서는 안 된다고 유가족을 설득했다. 최소한 왜 돌아가셔야 했는지는 알고 보내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동료들의 설득에 결국 유가족은 동의했고, 화장을 앞두고 있던 신해철의 유해는 부검이 결정되었다. 그 결정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한 사람들이 어쩌면 있었을 듯 싶다.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는 남편의 장 협착 수술을 집도한 S병원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이에 따라 경찰은 S병원에 압수 수색을 벌여 당시의 의무 기록과 수술 사진 등을 확보해 분석에 착수했다. 시신 부검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장 천공 기록이 아산병원에서 나타난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심정지 상태의 신해철을 응급 수술한 후 병원측에서는 "장이 부어서 심장을 압박했으며, 장의 상태가 악화된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었다. 천공이라는 단어는 등장한 적도 없었다. 환자 개인의 의무 기록을 언론에 밝히는 것이 불법이라면 최소한 가족들은 알고 있어야 했을텐데, 그 동안 윤원희의 인터뷰 내용 등을 살펴보면 가족들도 몰랐던 것 같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신해철의 죽음은 억울하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너무 많다. 결국 유가족은 애간장 끊어지는 슬픔을 억누르며 힘겹게 칼을 뽑아들었고, 세간의 엄청난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숨겨졌던 진실이 차츰 머리를 내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사건 해결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소망해야 할까? 부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더 이상 숨기려 하지 말고, 해명할 것이 있다면 성실히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나 불의의 사고가 존재하지만, 유독 병원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경우는 일반인인 환자들이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온 국민의 시선이 초집중되어 있으니 웬만해서는 무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숨겨졌던 장 천공 기록이 나타난 것을 보면, 그들도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만약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 사고에 대한 병원과 사회의 인식이 조금이나마 개선된다면 신해철의 영혼에 가장 큰 위로가 될텐데... 과연 신해철의 억울한 죽음은 고귀한 희생으로 승화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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