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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2' 탈락한 50kg, 그래도 행복했던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2' 탈락한 50kg, 그래도 행복했던 이유

빛무리~ 2012. 3. 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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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50kg의 무대를 보는 순간부터 매우 과감한, 또는 무리한 편곡이라는 느낌이 들었지요. 그들의 원래 스타일과도 맞지 않고 대중의 기호에도 맞지 않을 듯한,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어쩌면 우승이 어렵다는 것을 예감한 나머지, 그럴 바에야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하고 싶었던 음악적 시도나마 원없이 해보고 끝내자 하는 듯한 느낌도 약간 들더군요. 다른 참가자들도 이번 무대에서는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 못한 느낌이 전체적으로 있었지만, 50kg의 탈락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주의 '위탄'에서는 TOP4에 진출한 멘티들이 각자 자신의 멘토와 함께 꾸미는 무대가 방송되었습니다. 모든 무대가 훌륭했지만 그 중에도 역시 압권이었던 것은 이선희 멘토와 구자명, 배수정이 함께 부른 '나 항상 그대를' 이었지요. 두 제자는 몹시 긴장한 티가 역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승의 눈빛과 마주하는 순간 마치 자신을 잊은 것처럼 신들린 열창을 선보이더군요. 구자명과 배수정은 원래 기본 실력도 탄탄한 사람들이지만, 이선희의 세심한 지도를 받아 날마다 일취월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선희... 과연 인간의 목소리는 신비합니다. 사람의 신체 중에 가장 늙지 않는 부분이 목소리라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은 몰랐거든요.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은 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치니, 태어난 후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퇴화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련만, 어찌된 셈인지 이선희의 목소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 20여년 전보다도 더욱 아름다워져 있었습니다. 추억을 떠올리면 제가 생전 처음으로 사람의 노래를 듣고 가슴이 울리는 체험을 했던 계기가 이선희 때문이었는데 말이죠.

제가 아직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이었는데, 이선희가 TV에 나와서 민요 '한오백년'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한 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그것을 듣는 순간 고작 만으로 열 살이나 될까 말까한 꼬맹이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혔습니다. 대략 10년 평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음악을 통한 감동이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으니 지금도 그 때의 감정이 생생히 되살아나는군요. 어린 저를 울렸던 것은 한맺힌 민요의 가사가 아니라 이선희의 목소리에 담긴 영혼이었습니다. 제아무리 조숙했다 한들 그 나이에 야속한 님을 보내는 심정이야 어떻게 알겠어요? 다만 영혼의 울림이 전달되니, 세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그 슬픈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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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노래에 영혼을 담는 이선희의 능력은 여전할 뿐 아니라 그녀의 원숙한 목소리는 강약의 분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올라 있더군요. 예전에는 약간 강맹일변도의 느낌도 있었는데, 이제는 연약함과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을 담아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열정과 감미로움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그저 경이롭다는 말 외에는 달리 할 말도 없군요. 그리고 이선희는 본인의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타인을 가장 빠른 지름길로 인도할 수 있는 특유의 멘토링 실력까지 갖추었으니 그야말로 부러운 사람입니다. 환상의 멘토로서 '위탄' 시즌1에 김태원이 있었다면 시즌2에는 이선희가 있군요. 김태원의 두 제자, 백청강과 이태권이 TOP3에 진출했던 것처럼 이제는 이선희의 두 제자, 구자명과 배수정이 나란히 TOP3에 진출해 있습니다.

이선희와 멘티들의 무대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 이야기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지만, 사실은 제 마음에 더욱 깊은 인상과 감동을 준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TOP3의 문턱에서 탈락한 50kg의 인터뷰 중에 박민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 동안 저는 열등감이 심해서, 가수가 꿈이라는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고 몰래몰래 오디션을 보아 왔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위대한 탄생은 엄청난 기적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의 열등감은 아마도 여윈 체격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자로 태어났더라면 그 가냘픈 몸매와 작은 얼굴은 어딜가나 자랑거리였겠지만, 남자로서는 너무 빈약해 보인다는 점이 콤플렉스였겠죠. 상대적으로 파트너 이찬영은 뚱뚱한 체격이 콤플렉스였을 것입니다. 50kg라는 팀명도 두 사람의 체격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려 하기보다 차라리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극복하는 방식을 택한 듯합니다. 물론 아직도 그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죠.

문득 '슈퍼스타K3'의 우승팀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이 떠올랐습니다. 말기에 접어든 위암의 병세가 극심하여 수술조차 불가능한 상태로 '슈스케'에 참가했던 그는, 신기하게도 오디션이 진행되는 동안 점점 암세포가 줄어들며 체력이 좋아지더니, 결국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태까지 저절로 호전되었죠. 그로써 임윤택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것만큼 좋은 치료약은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증명한 산증인이 되었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위암 4기의 병세에도 가능했던 일이니, 50kg의 발목을 잡고 있던 정신적 위축감과 콤플렉스에도 충분히 효과가 있겠지요?


여기저기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다 보니, 이제 그만 보고 싶다든가 지겹다는 의견들이 많이 보입니다. 솔직히 저도 그렇게 느낄 때가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50kg의 탈락 인터뷰 과정에서 박민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이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고통받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시켜 줄 수만 있다면, 그까짓 식상함은 기꺼이 견딜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끝없는 잔치는 존재하지 않겠지만, 살아있는 동안 저의 두 눈으로 기적을 볼 수만 있다면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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