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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안내상, 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얄미운 민폐 가장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안내상, 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얄미운 민폐 가장

빛무리~ 2011. 11. 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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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이킥3'를 오래 전부터 학수고대해 왔고, 출발하면서부터는 남다른 애정과 열정으로 시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대 이하의 시청률이나 세간의 이런저런 혹평들도 상관없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줄곧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설명되지 않을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저의 기대와 신뢰도는 그만큼 높았습니다.

화장실이며 엉덩이, 속옷, 노출 등의 소재가 허구헌날 등장하는 것은 충분한 비판의 대상이 될만했고, 저 역시 다른 작품이었다면 어김없이 볼멘소리를 늘어놓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겉으로 보이는 자극적인 장면들 속에 김병욱 PD가 말하고자 하는 날카로운 진실이 숨어 있다고 믿었으며, 눈에 불을 켜고 찾아서라도, 머리에 쥐나도록 생각해서라도 그 숨겨진 주제를 찾아내어 칭찬해 주고 싶었습니다.

요즘 박하선과 고영욱의 러브라인이 많은 사람의 짜증을 자아내고 있지만, 그리고 저 역시 그 어이없는 커플 결성이 몹시 불만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저는 그들의 일시적 연애가 진짜 사랑을 찾아가기 위한 중간 과정에 불과할 것임을 확신하며 애써 좋게 보아주고 있습니다. 박하선의 최종 연인이 윤지석(서지석)이 될 것임은 저의 지난 포스팅에서 수차례 언급했었지요. 그리고 31회에서는 그 동안 꽤나 싫어하던 고영욱 캐릭터에서도 일종의 공감대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명색이 남자친구이면서 그 동안 박하선에게 포장마차 떡볶이 정도밖에 사주지 못했던 고영욱은 큰 맘 먹고 돼지저금통(...;;)을 털어서 그녀를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갑니다. 하지만 그런 장소에 생전 처음으로 가 보았고, 양식을 먹는 것도 처음이라는 티를 톡톡이 내고 말았지요. 스파게티를 먹을 때 왜 젓가락을 주지 않느냐고 항의하거나, 빨간색 피클을 수박이라면서 박하선에게 권하거나, 오일 스파게티(알리오올리오)를 주문해 놓고는 소스가 부족하다며 투덜거리는 등 고영욱의 실수는 끝이 없었습니다. 식사 후 계산을 할 때도 중복할인이 되지 않는다는 보편적 원칙을 모르고 언성을 높이거나, 심지어 500원만 깎아 달라고 생떼를 쓰는 모습도 보아주기 힘들 만큼 찌질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레스토랑 에피소드를 통해서 그가 박하선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요. 물론 시작하는 과정에서는 너무 강압적인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욕심이라고 생각되기도 했으나, 가난한 고시생이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그녀에게 멋진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약간이나마 감동적이더군요. 손수 만든 클립아트 목걸이를 선물하면서, 지금은 이런 것밖에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언젠가는 꼭 진짜 보석으로 바꿔 주겠다고 약속하는 모습도 나름 진실해 보였습니다. 그런 소박한 선물에 고마워하는 박하선의 순수한 모습도 예뻤고... 아, 그래도 여전히 그녀의 진짜 사랑이 윤지석이 될 거라는 저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어쨌든 이제 고영욱의 캐릭터도 100% 밉상만은 아니라서 그럭저럭 봐줄만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애쓰면서 기다려도 개선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최강의 찌질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주인공 가족의 최연장자이면서 윗사람인 안내상이라는 인물입니다. 지금은 가장 역할을 총각인 처남들에게 맡겨둔 채 매일처럼 놀고먹을 뿐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지만, 어쨌든 원칙상으로 아내 윤유선과 아들 안종석(이종석), 딸 안수정(크리스탈)까지만 포함시킨 4인 가족만을 놓고 본다면 안내상이 엄연한 가장입니다. 그런데 어쩌자고 한 집안의 가장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만들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30회를 넘겼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그에게서는 단 한 가지의 장점조차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능력이 없으면 인품이 따뜻하기라도 해야지요. 시즌1과 시즌2에서 힘없는 중년 가장의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정준하와 정보석이 그러한 케이스였습니다. 자기 가족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질 수 없을 만큼 무능하고 그 와중에 가끔씩 사고나 치는 민폐 가장이긴 했으나, 최소한 그들은 착하고 따뜻한 심성을 지녔기 때문에 결코 미워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절대강자인 아버지 이순재의 캐릭터가 위에 떡 버티고 서서 사정없이 그들을 구박해 주었기 때문에, 가엾은 루저로서의 동정표도 얻을 수 있었지요.


'순풍 산부인과'의 박영규는 이제 보니 고시생 고영욱과 약간 흡사했습니다. 무능함, 찌질함, 치사함 등의 비호감적 요소들로 똘똘 뭉친 캐릭터였지만, 그래도 틈틈이 진실한 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시청자로부터 외면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걸핏하면 남들에게 얻어먹으려고 하는 찌질한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자기 모습이 얼마나 못났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에 대해 무척 미안해하고 있으며, 어떻게든 잘 해주고 싶은데 능력이 안되는 자신이 답답해서 가끔은 한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그런 진실한 모습을 가끔 한 번씩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공감을 형성하기는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안내상은 기본적으로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민폐스런 모습으로 전락했는지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사업체 사장이었던 그는, 친구(우현)에게 사기를 당해서 폭삭 망하기는 했지만 머지않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매일 큰소리를 치는 중입니다. 망한 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 우현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릴 수 있으며, 수십년간 회사를 운영해 왔던 자신의 사업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아직도 충만한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그런가요?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올라가기는 쉽지 않은 법이죠. 안내상도 이제는 현실을 인식하고,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안내상은 좀처럼 겸허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자기의 직계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젊은 처남들의 생활까지 곤경에 빠뜨린 것은 분명 그 자신의 엄청난 책임이건만,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기색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아내에게는 계란 프라이를 내놓으라는 둥 갈치구이는 왜 없냐는 둥 아침 저녁으로 반찬 투정이나 하고, 현재 6인 가족의 생활비 한 푼 보태지 못하는 주제에 홈쇼핑에서 선전하는 운동기구를 사주지 않는다고 큰처남 윤계상에게 "날 무시하는 거냐?" 면서 버럭버럭 화를 내기나 합니다.

이 정도 뻔뻔함만으로도 후려치고 싶을 지경인데, 걸핏하면 아내에게 손찌검이라도 하려는 듯한 시늉을 하니 당장이라도 빚쟁이들에게 넘겨서 감옥에 처넣고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확, 마~!" 하면서 손을 치켜드는 안내상의 동작을 옆집 줄리엔이 재미있다고 따라하면서 코믹한 장면으로 바꾸어 놓긴 했지만, 사실은 진짜 때리지 않았어도 그런 시늉을 하는 것만으로 절반의 폭력이라 할 수 있지요. 결코 미화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저는 기다렸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캐릭터인데 설마 계속 이 상태로 내버려둘까? 머지않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야. 그에게서도 장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이런 생각으로 남들이 다 욕해도 저는 욕하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게 말하는데 굳이 내가 입을 열어서 똑같은 소리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김병욱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명실상부한 캐릭터 창조의 귀재이니까요. 그리고 현재 안내상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나름대로의 개성과 매력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봤자 안내상에게는 눈꼽만한 개선의 기미도 보이질 않습니다. 30회에서는 말도 없이 옆집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가 놓고서는 오히려 "빌려간 것뿐인데 뭐가 잘못이냐"며 백진희에게 큰소리를 쳤습니다. 사람이 없으면 메모라도 해놓고 가져오든가, 아니면 나중에 사람이 있을 때 다시 왔어야지요. 아무리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라도 남의 집 물건에 말도 없이 손을 댄다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훔쳐갔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는 게 마땅합니다. 그렇게 자기 쪽에서 명백한 잘못을 해놓고도 오히려 옆집 사람들에게 '입가(入家)심사' 따위를 벌이는 모습은 정말 울화통이 터져서 못 봐줄 지경이더군요.



31회에서도 안내상의 민폐 행각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걸핏하면 외국인 줄리엔이 그의 희생양이 되는군요. 지난 번에는 그의 할아버지가 만든 빵을 맛보고는 베이커리 사업을 한다면서 그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무리하게 졸라대더니만, 이번에는 싫다는 줄리엔을 억지로 연습시켜 외국인 노래자랑에 내보냅니다. 1등 상금 200만원을 노리고 한 짓이었습니다.

솔직히 줄리엔이 1등을 한다 해도 그 상금은 줄리엔의 것인데 왜 옆집 아저씨가 눈을 휘번덕거립니까? 자신만의 요리 비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본인의 선택에 맡겨야 하는데, 왜 남의 집 할아버지에게 밤낮없이 전화를 걸어서 괴롭혀 댑니까? 정말이지 화면 속으로 주먹을 뻗어서 호되게 때려주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착하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고, 능력도 없고 뻔뻔하고, 하는 일마다 민폐 투성이인 가장 안내상... 도대체 이 캐릭터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병욱 PD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그를 응원하는 마음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도무지 나아질 듯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안내상의 캐릭터는 조금씩 저를 지치게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런 인물을 본 적은 없는데... 제가 모를 뿐, 현실 속에도 저렇게까지 얄밉고 민폐스런 가장이 많이 존재하는 건가요? 항상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잔인할 만큼 생생히 그려내는 김병욱의 특성상,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참... 세상 어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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