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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의 벅찬 나날들, 정말 괜찮은 걸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이승기의 벅찬 나날들, 정말 괜찮은 걸까?

빛무리~ 2011. 10. 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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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 답사여행' 편에서 이승기의 '너우동' 쇼를 보는 동안 저는 거의 웃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보통 입수라고 해봤자 물에 첨벙 들어갔다가 곧바로 나오는 게 보통이었죠. 밖에 나오면 곧바로 코디들이 달려들어 커다란 수건 등으로 몸을 감싸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승기의 '너우동'은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상체의 맨살을 드러내 놓고 찬물을 끼얹어 가며 한참이나 연기를 하는데, 그 몸에서 아지랑이처럼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을 보니 살짝 울컥하는 마음까지 생겨났습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감기에 걸리기 딱 좋은 상황이었으니까요.

강호동의 잠정 은퇴 후, 이승기는 갑작스레 '1박2일'과 '강심장'의 메인 MC가 되었습니다. 예능 스케줄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협동하며 보좌하는 역할과 홀로 맨 앞에서 이끌어가는 역할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심적 부담은 물론이거니와 육체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 가중되었을 것입니다.

'1박2일'의 오프닝 멘트에서 힘차게 "1박~"을 선창하는 것은 언제나 강호동의 몫이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이승기가 이어받았습니다. '강심장'의 상황은 좀 더 심각합니다. 둘이 나눠서 하던 것을 혼자 도맡아야 하니까요. 게스트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할 때마다 이승기 혼자서 있는 힘껏 그 이름을 외치는 모습은 보기가 힘들 정도로 안스럽습니다.

게다가 요즘 이승기는 '연애시대'로 컴백하여 가수 활동까지 재개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무리하여 성대가 상하지 않을까 염려되는 시기인데, 그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목청 높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니지 않을 수 없는 입장입니다. 2주에 한 번씩 반복되는 고된 여행과 야외취침도 물론 예외는 없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꺽꺽거리며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악화되었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체력 관리를 하고 있는 건지 이승기의 팔팔한 모습은 정말 신기할 지경입니다.

과중한 책임감 때문인지 '강심장'에서 요즘 이승기는 안 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 현진영의 노래와 춤을 시간들여 연습해서 공연하기도 하고, 각종 선글라스며 독특한 의상이며 무슨 소품이 등장할 때마다 자기 몸에 착용하고 막간 쇼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게스트가 선물이라고 내민 고무줄 반바지도 절대 그냥 집어넣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즉시 옷 위에 겹쳐 입고 패션쇼처럼 으쓱거리며 포즈를 잡아 줍니다.

강호동과 함께 있을 때는 아무리 맹활약을 하더라도 이승기의 망가진 모습은 별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이승기는 너무 망가지고 있습니다. 높이뛰기 장면에서의 '셀프 패대기' 정도는 예전에도 '허당승기' 컨셉으로 자주 보던 것이라 특별히 신기할 건 없었지만, 시키지도 않았는데 5:5 가르마의 순수 머리형으로 현장에 나타난 것이며, 은지원과 더불어 연출했던 '아톰 헤어쇼' 라든가, 특히 이번에 '너우동' 쇼는 어느 정도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질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벌인 일이었을 겁니다. 

'1박2일 -  답사여행'에서 멤버들은 무려 9시간에 걸쳐 경주 남산을 종주하며 신라의 문화재를 감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승기는 복불복에 패배하여 저녁을 굶었고, 치렁치렁한 한복 치마를 입고 상체는 드러낸 채 찬물에 목욕을 하며 너우동을 찍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유홍준 교수를 모시고 방 안에 모여 문화재에 관한 강의(?)를 들었는데, 이승기의 머리카락은 아직도 촉촉히 젖어 있더군요..;; 그 후 이승기는 잠도 따뜻한 방에서가 아니라 싸늘한 야외에서 자야 했습니다. 설상가상 그 다음날의 촬영을 두고 진행된 복불복에서도 최악의 심야 코스에 당첨되어, 어디선가 꼬박 하루를 더 보낸 뒤 다시 경주의 감실부처를 찾아가야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강호동에게 닥친 위기가 이승기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합니다. 이번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로 이 시대 최고의 MC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승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해주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왜 보면 볼수록 잘나간다 싶어서 흐뭇하기보다는, 너무 힘들겠다 싶어서 안스럽게만 보이고 마음이 아파오는 건지 모르겠군요. 

마지막 복불복에서 심야코스인 감실부처 답사에 당첨되었을 때, 이승기는 절망한 듯 벌렁 넘어졌다가 일어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요번 연말이 안 좋나봐... 2011년이 나랑 안 맞아..." 단순히 그 상황을 두고 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감당하기 벅찬 스케줄로 자신의 모든 것을 쥐어짜내야만 했던 최근의 힘겨움들이 쌓이고 쌓여서, 저도 모르게 한숨 섞인 소리를 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두 군데서나 부담백배의 자리를 승낙하긴 했지만, 본인이 느끼기에도 현재의 상황이 그리 행복하고 좋지만은 않은 듯한데, 그의 벅찬 나날들...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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