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불후의 명곡2' 폄하할 수 없는 홍경민의 저력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불후의 명곡2' 폄하할 수 없는 홍경민의 저력

빛무리~ 2011. 10. 9. 06:27
반응형




보컬리스트 특집에 이어 고정 출연 가수들이 교체되면서 '불후의 명곡2'가 점점 더 볼만해지고 있습니다. 명색이 현직 걸그룹의 메인 보컬이라면서 악보의 단 두 마디를 한 호흡으로 불러내지 못하고 한 마디마다 쌕쌕거리며 숨을 쉬던 예전의 '어떤 가수'가 출연할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효린과 지오 등의 실력파도 있긴 했지만, 그렇게 기본 자체가 안 된 형편없는 가창력의 출연자가 한두 명만 끼어 있어도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질이 확 떨어지거든요. 누구라고 콕 집어 말하긴 그렇지만, 하여튼 그 여자 가수의 노래를 듣고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진저리를 치며 '불명2' 시청을 싹 접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때의 '불명2'가 아닙니다. 다른 가수들에 비해 인피니트의 남우현이 한결 뒤처진다는 느낌은 배제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예전 '그 가수' 만큼의 민폐 수준은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수들은 개개인의 호불호는 갈릴 지언정 나름대로의 특색 있는 가창력을 뽐내며 선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숨겨져 있던 보석 '알리'의 재발견은 '불명2'가 이루어낸 위대한 업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알리의 실력은 당장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도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을 만큼 훌륭한데, 다만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짧은 관계로 출연 자체가 민망해서 고사한 듯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알리에게는 '나가수' 대신 '불명2'가 훨씬 유리한 선택이었네요.

알리는 이번 주에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와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이어, 유승준의 '나나나' 역시 알리에 의해 재해석된 노래는 원곡과는 전혀 색다른 매력으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몽환적인 느낌의 독특한 보이스와 쭉쭉 뻗어나가는 시원스런 가창력, 안정된 발음으로 정확하게 전달되는 가사, 게다가 거침없는 댄스와 퍼포먼스까지, 알리의 무대는 거의 완벽했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그녀가 우승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어요. 솔직히 알리가 있는 한 다른 가수들이 우승할 확률은 높지 않을 듯 싶고, 좀 과장스레 표현하면 '불후의 명곡2'는 알리의 '나만 가수다'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개인적 생각이지만, 포맨의 신용재는 좀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노래를 잘 하긴 하는데, 제가 듣기엔 별로 감흥이 없더군요. 지나치게 기교 위주라고나 할까, 하여튼 그 목소리와 창법이 별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노래에는 물론 기교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깊은 소울이 전해지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14명이 경합을 벌였던 보컬리스트 특집에서 신용재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매우 뜻밖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 신용재는 특히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본인이 노래할 순번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엄연히 지난 번 대결의 우승자에게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알리는 "허각이 승리하게 되면, 내가 직접 나가서 동갑내기인 그와 대결해 보고 싶다" 면서 자기 뜻을 분명히 밝힌 이후였습니다. 그런데 신용재가 나서서 다짜고짜 알리에게 순번을 양보해 달라고 청한 것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순전히 자기 자신의 승부욕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주에 허각과의 대결에서 패배한 것이 계속 자존심 상했던 모양이죠. 사실 뭐 그럴 일도 아닌데 말입니다.

알리는 쿨하게 신용재의 청을 받아들여 우승자의 특권을 양보해 주었지만, 저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출연 가수들 중 가장 나이 어린 후배가 너무 대놓고 승부욕을 불태우는 것도 썩 보기에 좋지 않았고, 알리가 이미 스스로 나설 뜻을 밝혔건만 그것을 무시하고, 남의 권리를 다짜고짜 양보해 달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부탁하는 태도 역시 제 생각에는 너무나 철없고 이기적인 것이었습니다. 아직 내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그런 모습을 보고 나니, 왜 그 동안 제가 신용재의 노래에서 전혀 감흥을 못 받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더군요.

알리와 신용재의 이야기를 하다가 벌써 꽤 길어졌지만, 원래 저는 홍경민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었지요. 만약 알리가 없었다면, 이번 주의 우승은 단연 홍경민에게 돌아갔을 것입니다. 뒤쪽에 배정된 순번의 행운도 있기는 했지만, 실력으로도 다른 후배 가수들을 능히 제압할만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록으로 재해석된 홍경민의 '첫인상'은 김건모의 원곡과는 또 다른 강렬한 매력으로 거침없이 무대를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주보다 지난 주의 무대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홍경민이 선택한 '작은 연인들'은 다른 노래들에 비해 임팩트가 크지 않은 '소곡'에 가까워서, 원래 저는 그의 무대에 전혀 기대를 걸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듣다 보니 거짓말처럼 홍경민의 노래에 빨려들고 말았던 것입니다.

무대 아래에서는 김구라, 문희준과 더불어 개그 욕심이나 내면서 헤실헤실 웃고 있었지만, 일단 무대에 올라 노래를 시작하면 홍경민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목소리에 혼을 실었습니다. 그 결과로 지난 주에는 허각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더니, 이번 주에는 신용재에게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로써 무슨 말로도 폄하할 수 없는 홍경민의 진짜 실력이 '불명2'의 무대에서 매번 입증되고 있는 셈입니다.

제가 홍경민의 무대에 처음으로 매료되었던 기억은 2002년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당시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홍경민의 고별(?) 방송이 특별히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마련되었거든요. '흔들린 우정' 등으로 한창 인기를 누리며 스타로서의 삶을 지내다가 2년 동안이나 무대를 떠나게 된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받쳤는지, 홍경민은 무려 1시간 30분 동안이나 잠시도 쉬지 않고 종횡무진 날뛰며(?) 열정의 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홍경민이 그렇게 노래를 잘 하고 무대 매너가 뛰어난 가수인 줄을 몰랐는데, 그 날은 방송을 시청한 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서 잠도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안타깝게도 2년 후에 제대한 홍경민은 예전의 기세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입대 전에는 그 자신이 빛나는 별이었지만, 제대 후에는 다른 샛별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밤하늘로 머물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홍경민은 앙앙불락하지 않고 기꺼이, 쿨하게, 순하게 그와 같은 현실을 받아들였습니다. 존경받아 마땅한 선배의 위치면서도, 언제나 겸손하게 후배들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었습니다. 알리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무대를 보고 나서는 "제가 알리의 동료 가수로서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영광" 이라고까지 극찬했을 정도입니다. 그 말은 알리를 빛나게도 했지만, 그보다 홍경민 자신을 더욱 빛나게 했습니다.

MC 김구라가 홍경민의 실력을 대놓고 폄하하는 듯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능이기 때문임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김구라도 약간 염려스러웠는지 일부러 홍경민에게 전화까지 해서 양해를 구했다고 하더군요. 홍경민은 시원스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이 형, 괜찮아요. 방송 1~2년 합니까... 희준이만 잘 견제해 주세요 ㅎㅎ" 노래보다는 MC 문희준과의 입담 대결에 더 신경이 쓰인다는 농담식의 이야기인데, 이 또한 예능에 임하는 자세로서는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예능에는 이와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매번 홍경민의 무대를 보면, 그 누구보다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충실하게 준비한 무대임을 절실히 느낄 수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유머에 치중하는 듯 보이지만, 가수로서의 본분 또한 절대 잊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노래로 감동을 주고, 유머로 즐거움을 주고, 겸손한 자세로 흐뭇함을 느끼게 해주는 홍경민이 저는 참 좋습니다. 아무쪼록 '불후의 명곡2'에서 그의 모습을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