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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 의연하고 유쾌한 당신, 멋지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영석 PD, 의연하고 유쾌한 당신, 멋지군!

빛무리~ 2011. 8. 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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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설레발로 인한 피해자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지만, 어찌된 셈인지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많아져만 가는 듯합니다. 많아질 뿐 아니라 그들이 퍼뜨리는 루머의 내용도 점점 더 자극적이고 독해져만 갑니다. 어차피 아니라는 게 금방 드러날 텐데도, 그들은 대체 뭘 믿고 그러는지 확인되지 이야기들을 겁도 없이 진실인 양 써갈겨 댑니다. 자기가 올린 뉴스 때문에 온 세상이 발칵 뒤집히고 난리가 난 후, 바로 다음 날 그게 아니라는 진실이 밝혀져도 인터넷 찌라시 기자들에게 있어 사과나 해명 따위는 없습니다. 심지어 해당 기사를 내리거나 정정하지도 않고 내버려 둡니다.

대체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나요? 마땅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누군가는 벌을 받아야 할 일이 아닙니까? 루머를 퍼뜨리는 것은 엄연한 사회적 범죄인데, 아무도 제재를 가하지 않으니 그들은 점점 더 몰염치해지고 죄책감 따위는 불살라 버린지 오래입니다. 그런 류의 악독한 기사들 중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것은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에서 하차할 당시 그를 난동범으로 몰았던 기사입니다. 마치 숨겨진 진실이라도 파헤치듯 뻔뻔한 어조로 써갈겼던 그 기사는 심지어 수개월이 지난 아직까지도 그대로 있습니다.

어제 이른 아침, 나영석 PD가 '1박2일'을 떠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뻔뻔하기 짝이 없는 확정적 어조의 뉴스였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나약해서, 인터넷 뉴스 중 50% 이상은 믿을만한 게 못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단 그 소식을 접하니 충격을 받게 되더군요. 강호동이 떠난다고 했을 때보다 충격은 훨씬 더 컸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본 나영석 PD의 느낌은 '그럴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저의 느낌일 뿐 아무런 근거는 없습니다. 강호동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에 믿을 수 있었는데, 나영석 PD는 '결코 그럴 수 없는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에 그 뉴스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강호동의 인품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저 사람마다 지닌 개성의 문제일 뿐이죠..)

나영석 PD의 이적설을 사실로 간주한 블로거들의 많은 글이 오전 내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는 가만히 침묵을 지키며...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떠나지 않는다고 나영석 PD가 입장을 밝혀 주기를, 그러한 내용의 기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른 새벽부터 온 세상이 떠들썩한데, 오전이 다 지나가고 해가 중천에 떠오르도록 나영석 PD의 입장에서 쓰여진 반박 기사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제 마음은 점점 더 참담한 슬픔에 젖어 갔습니다. "설마 진짜로 떠난단 말인가? 나의 안목이 별로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사람에 대한 느낌은 너무나 확실했는데 설마 틀렸단 말인가?"

다행히 틀리지 않았습니다. 오후에는 드디어 제가 기다리던 기사를 접할 수 있었거든요. 나영석 PD는 '1박2일'이 폐지되지 않는 한 끝까지 프로그램을 지키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런데 왜 몇 시간 동안이나 여기저기서 입방아를 찧도록 내버려 둔 후에 뒤늦게 해명을 했던 걸까요? 무려 30억이나 받으며 이적한다는 뉴스의 내용 때문에 갖은 욕설과 비아냥을 바가지로 얻어 먹으면서 말입니다. '무한도전' 김태호PD의 이적 루머가 돌았을 때 그가 즉시 트위터를 통해 아니라고 해명했던 것에 비하면, 나영석 PD의 행보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알고 보니 KBS 예능국에서 나영석 PD에게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라고 주의를 시켰었군요. 나영석 PD의 입장 표명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KBS의 스타 연출자였던 이명한PD와 신원호PD 등은 이미 종편으로 이동했고, 최근 강호동의 하차 역시 종편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지요. 이들과 절친하게 지내던 나영석 PD 본인도 "내가 종편에 가지 않는다고 대대적으로 선포하면 동료들이 괜시리 안좋은 소리를 들을까 걱정된다"며 고민이 깊었다고 합니다.

괜한 오해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입장 표명을 늦춘 것이었지만, 오히려 침묵은 루머 확산에 불을 붙인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긴 그거야 당연한 일이죠. 아니면 아니라고 밝히는 게 당연한데 침묵하고 있으니, 아마도 사실인가보다 하고 안 믿던 사람까지도 믿게 되는 것이지요. 더 이상 늦기 전에 입장 표명을 한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나영석 PD의 입장은 이래저래 참 억울하게 되었습니다. 스타 연예인들처럼 회당 수천만원을 받는 것도 아니면서, 매달 정해진 월급으로 근근히 버텨야 하는 직장인으로서, 엄청난 액수의 스카우트 비용을 주겠다는 로또 제안을 거절하고 의리를 지키기 위해 남을 결심을 했건만... 그 속도 모르는 대중들은 웬 찌라시가 뿌려댄 쓰레기 같은 루머만 믿고, 그에게 실망했다 욕하기도 하고, 심지어 김태호 PD와 비교해 가며 비웃기도 했으니까요. 어차피 속아넘어가기 쉬운 것이 대중의 속성이지만, 알면서도 왜 서운하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나영석 PD의 입장을 밝힌 해명 기사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나영석 PD는 기자의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물었다. "왜? 돈 필요해? 나 30억 받는다는데 좀 빌려줄까?"ㅎㅎ] 온갖 억울함과 서운함을 유쾌한 농담으로 삭일 줄 아는 그 의연함이라니... 나영석 PD,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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