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천일의 약속 (7)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예고편만 보아도 식상함이 느껴지는 드라마였습니다. 야망을 위해 사랑을 배신하고 앞으로만 질주하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떨쳐내지 못한 사랑을 간직한 남자... 야망을 향해 달려가는 여자의 과거는 반드시 가난과 결손가정과 성폭행 등 갖가지 처참한 요소들로 구성되어야 하고, 그런 여자를 어려서부터 지켜보며 애틋한 마음을 키워 온 남자는 반드시 맹목적이고 외골수적인 순수함을 지녀야 합니다. 예전에는 남자와 여자의 캐릭터가 뒤바뀐 경우가 많았죠. 여자의 사랑과 헌신을 배반하고 야망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와, 비참하게 버려진 후 복수심을 불태우는 여자... 이와 같은 설정은 각종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와 소설과 만화 등 참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소재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그렇죠, 뭐... 제가 보기에도 드라마 자체는 형편없었습니다. 홍자매의 로맨틱 코미디도 이제는 한계에 달했나보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떨칠 수가 없었죠. 아주 좋게 봐준다면 일시적인 슬럼프라든가 한 번쯤의 커다란 실수라고 퉁쳐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설정도 너무나 허술하고 캐릭터에도 공을 들이지 않은 티가 많이 나니 그 정도의 변명도 쉽지는 않네요. 하지만 종영 이후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살벌한 악평들을 바라보며 제 마음은 왜 살짝 불편해졌을까요? 물론 어처구니 없을 만큼 성의없고 황당한 결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홍자매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닌데 싶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은 서운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생뚱맞게도 김은희..
자기의 말 못하던 고민을 속시원히 전국민 앞에 털어놓음으로써 해결책을 찾거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컨셉으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는 이제껏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어떤 톱스타가 일일 게스트로 출연한다 해도 막상 고민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모든 시선이 그 쪽으로 쏠리게 마련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주에는 특별히 연예인들이 직접 고민의 주인공으로 나섰군요. 어떤 사람에게서 예상치 못한 의외성을 발견할 때, 그 신선한 충격은 대단한 매력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이번 주 고민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연예인들도 대중이 알지 못했던 의외의 모습을 선보였는데, 그들이 고민이라며 호소한 내용들 역시 오히려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더군요. 특히 삼촌들의 로망이며 국민 여동생인 ..
누구에게나 그런 부분이 있겠지만 제 마음 속에도 타인에 의해 모욕당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성역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가톨릭 신앙입니다. 진짜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 가치를 모욕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고 있기에, 내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하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절대로 타종교에 대해서 단 한 마디의 부정적인 언급도 하지 않으려고 주의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일상 생활 중에서도 마찬가지이고, 블로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입에서 나오는 말이든 손가락으로 치는 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종교인이 아니라고 해서, 특정 종교에 대해 쉽게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움에 한숨이 나옵니다. 그 사람들은 누군가 자기 눈앞에서 자기 아버지의 따귀..
트위터에 올린 발언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손수 곤욕을 자초하는 사람이 한둘은 아니지요. 옥주현, 장근석 등의 연예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불과 수개월 전 불행한 일을 당한 아나운서의 죽음 역시 트위터 발언과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종편으로 이적한 PD중 한 사람은 타 방송국 신생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한 가수를 향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까지 트위터에 올림으로써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건들 중에는 100% 실수라고 보여지는 것들도 있지만,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보여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부러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고자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여기에 아무래도 후자의 경우로 판단되는 한 사람이 있으니, 원로 드라마 작가 김수현입니다. ..
'천일의 약속'을 2회까지 보았지만 주인공 남녀의 사랑에는 여전히 몰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이서연(수애)만 갈수록 너무 불쌍해지고, 남주인공 박지형(김래원)은 2회에서도 계속 나쁜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착한 약혼녀 노향기(정유미)를 대하는 차가운 태도를 보면서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모릅니다. 만약 집안끼리의 정략결혼일 뿐 향기도 지형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훨씬 나았겠지요. 적어도 박지형이 이토록 나쁜 남자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흔들리는 박지형은, 두 여자의 마음을 갖고 놀며 두 여자의 마음에 모두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손수 구워 만든 쿠키를 가지고 박지형의 집을 방문한 노향기는 시어머니 될 수정(김해숙)에게 "저.....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의 사랑을 지키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라는 것이 이 드라마의 모토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지고지순하다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첫방송만 시청하고 나서 볼 때는 남주인공 박지형(김래원)처럼 세상에 나쁜 놈이 없습니다. 친구의 사촌여동생인 이서연(수애)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개로 봐서는 기이하게 집착하며 데리고 놀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습니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친구 장재민(이상우)이 다음 회의 예고편에서 말하더군요. "멀쩡한 집안의 딸이었으면 그렇게 못했을 거야. 너는 서연이를 무시한 거야" 방송을 보면서 제가 받은 느낌도 그랬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채 어린 동생까지 데리고 고모네 집에 얹혀 살며 눈칫밥으로 성장했을 이서연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