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유지선 (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요즘 안방극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수준 높고 괜찮았던 작품 '제왕의 딸 수백향'을 조기종영하면서까지 하루빨리 방송하고 싶어했던 드라마라면 어느 정도는 기대를 걸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오산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주인공 서윤주 역을 맡은 탤런트 정유미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녀 때문에도 제발 괜찮은 작품이기를 바랐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한 조각 희망을 어디에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식상한 설정들, 이제껏 각종 한국 드라마 속에서 마르고 닳도록 수없이 보아왔던 이야기... 1~2회만으로 평가할 때 '엄마의 정원'은 한 마디로 클리셰의 집합소라 할만하다. 주연 배우들의 이미지는 상큼하고 연기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되어 나갈지 전혀 궁금하지 않은,..
이제 70대에 접어든 원로 작가 박정란이 집필한 드라마 중 저의 머릿속에 아직도 강렬히 남아있는 작품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울 밑에 선 봉선화'입니다. 너무 오래 전에 보았던 것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시대의 아픔 속에 인간의 섬세한 감정이 진하게 녹아들어가 있는 수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주인공 정옥(김미숙)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했으나 그녀의 두 여동생 정애(권기선)과 정임(전인화)의 삶 또한 극도의 애련함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긴 호흡을 지닌 일일드라마였음에도 시놉과 대본이 매우 탄탄하여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고, 인물 하나 하나의 스토리가 굉장히 역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오래 전에 원로 PD 허환 선생님의 드라마 작법 강의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아주 잠깐 박정란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