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정재영 (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개봉 전 기자들의 평점이 낮다고 해서 큰 기대를 품지 않고 관람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취향에 맞아서인지, 나에게 '역린'은 썩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평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 스토리가 매우 빈약하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드는 작품이라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으니 스토리보다는 각각의 캐릭터에 비중을 둔 모양인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영화를 보는 내내 추후의 전개가 거의 궁금하지 않다는 것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스크린 속 인물들은 한껏 비장미를 뽐내며 긴박하게 움직이는데, 관객 중 몇몇은 좀처럼 몰입이 안 되는지 줄곧 킥킥대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배우들의 연기에 꽤나 몰입하고 있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1777년(정조 1년)에 발생한 '정..
영화의 내용은 지극히 단순하다. 방황하는 칼날... 한 소녀가 잔인하게 성폭행 당하며 살해되었는데 가해자들은 미성년이라 붙잡혀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될 상황이다. 소녀의 아버지는 직접 가해자들을 찾아다니며 피의 복수를 진행하고, 자식 잃은 아버지의 심정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살인을 막기 위해 그를 체포해야만 하는 형사들은 깊은 고뇌를 한다. 어차피 이와 같은 스토리에 해피엔딩이란 있을 수 없다. 복수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아버지는 그토록 사랑하던 딸을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복수에 실패했을 경우 남는 것은 뼈아픈 절망뿐이며, 복수에 성공했을 경우 남는 것은 자식을 잃어버린 또 다른 부모들이다.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 행복의 가능성은 말끔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