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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반가워서 눈물겹던 파리돼지앵의 재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한도전' 반가워서 눈물겹던 파리돼지앵의 재회

빛무리~ 2011. 7.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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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가 축제였다면 '조정' 특집은 일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 '무도'의 멤버들은 검은 밤하늘에 무지개처럼 뻗어가던 가요제의 현란한 조명과 심신을 관통하던 벅찬 함성소리를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억수같이 퍼붓는 빗속에서 하루종일 힘겨운 조정 연습을 계속하는 그들을 보니, 역시 누구에게나 산다는 건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쿨럭~) 들더군요. 입시공부에 짓눌리는 학생들이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인기와 높은 수입을 얻으면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연예인들에게도 역시 인생은 고달픈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로 선수에 버금가는 고된 훈련으로 다들 손바닥에 물집이 잡혀 고생하면서도 웃음과 파이팅을 잃지 않는 멤버들의 모습은 또한 감동이기도 했습니다. 부상당했거나 몸이 안 좋은 멤버가 있으면 진심으로 염려하고 마사지도 해주고, 그러다가도 길바닥에 고인 빗물 속에 서로를 넘어뜨리고 장난도 치고, 커다란 가마솥에 한가득 김치수제비를 만들어서 사이좋게 나눠먹기도 하는 모습들이 참으로 정겨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형돈과 노홍철이 '조정'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날아가면서 묘하게도 그들에게만 다시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의 방문 목적은 영국 왕실 주최로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조정 경기 대회 '헨리 로열 레가타'를 견학하고, 1개월 후의 대결 상대인 옥스퍼드 대학팀을 만나 친목을 다지려는 것이었는데, 아마도 다른 멤버들은 스케줄이 맞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아니면 혹시 제작비가..;;) 지루함과 힘겨움을 인내심으로 견디어야 했던 국내에서의 연습과 달리, 해외의 낯선 풍광 속에서 펼쳐지는 프로 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관람하는 즐거움은 또 하나의 축제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먼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무한도전 가요제를 마치고 훌쩍 파리로 날아가버린 자유로운 영혼, 정재형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들이 영국에 있던 때는 미리 녹화해 두었던 무한도전 가요제가 실제로 방송될 무렵이었던 모양입니다. 방송이 끝난 후 유재석은 자신들의 노래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는지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에 노홍철에게 문자를 보냈더군요. 홍철의 감기는 좀 어떠냐고 안부부터 묻는 따스함도 잊지 않았습니다.

특히 '순정마초'가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에 입이 함박만큼 벌어진 정형돈은 곧바로 짝꿍 정재형에게 통화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줄만 알았던 정재형이 바로 지척인 파리에 와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됩니다. 강아지 '축복이'가 맹인 안내견 훈련을 받기 위해 학교에 들어간 후 정재형은 섭섭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파리로 갔던 것인데, 우연히도 '무한도전' 팀이 조정 경기 참관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 시기와 겹쳤던 것입니다. 우연치고는 또 이렇게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파리돼지앵은 정말 운명이었던 모양입니다.

정형돈을 비롯한 무한도전 팀이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자마자 정재형은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초대장을 날렸습니다. 다짜고짜 "너 여기 올 생각도 하지 마!" 라고 내뱉으니 이건 대놓고 오라는 소리보다 더한 게 아니겠습니까? "안 간다고!" 소리치면서도 "근데 형 어디 살아?" 하고 묻는 정형돈이나 "절대 오지 마!" 하면서도 순순히 자기 집의 위치를 알려주는 정재형이나, 티격태격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서로 얼마나 반가워하고 있는지가 훤히 보였습니다.

예정에 없던 그들의 만남에 제작진도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통화가 되자마자 PD는 급히 파리로 먼저 건너가서 정재형을 만나 방송 준비를 시작했고, 그렇게 구하기 어렵다는 런던발 파리행 유로스타 기차표를 기어이 확보하여 정형돈과 노홍철에게 건네주었습니다. 한편 정재형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에펠탑이 보이는 거리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명실상부한 파리지앵의 삶을 만끽하고 있더군요 ㅎㅎ 후줄근한 옷차림과 신발이 오히려 너무나 편안해 보이고, 그 곳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 먼 곳에서 다시 만나는 기분이란, 왠지 상상만으로도 엄청난 설렘으로 다가오더군요. 드넓은 파리 광장에서 목놓아 "재형이형~!"을 부르는 정형돈이나, 동생들이 도착한 것을 보면서도 얼른 나타나지 않고 미행하면서 약올리는 정재형이나, 둘 다 얼마나 즐거워 보였는지 모릅니다. 드디어 참다못한 정재형은 "오홍홍홍~ 여기 있지롱!" 하면서 모습을 드러내고 '파리돼지앵'의 눈물겨운 재회가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서 눈물겹다는 말은 완전 농담이 아니고 절반만 농담입니다. 절반 정도는 이상하게 진짜로 눈물겹더라고요.

'무한도전' 멤버들이야 수년간 활동을 함께 해 왔으니 친형제처럼 끈끈한 느낌이 드는 것도 어느 정도는 당연하다 하겠는데, 정재형은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들과 서먹한 사이가 아니었겠습니까? 가요제의 파트너를 선택할 때 정재형에게 선택받은 정형돈이 마구 앙탈을 부리면서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형이 왜 날 뽑아~?" 하고 몸부림치던 것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저러다가 진짜로 맘 상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보는 사람이 다 민망하고 조마조마할 지경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곡 작업을 하면서도 계속 투닥거리는 통에, 친해 보이기는 하지만 방송용 컨셉인지 진심인지는 좀 의문이었지요. 그런데 이제 지구 저 편의 먼 곳에서 다시 만나 뜨겁게 포옹하는 모습을 보니, 그들 사이에 오간 것이 예상보다 훨씬 더 진한 우정이었음이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없는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한쪽 손바닥으로는 소리를 낼 수 없으니 정형돈의 마음도 못지않게 뜨거울 거라 생각하지만, 요즘 새로이 깨닫게 된 정재형의 매력에 푹 빠진 저는 자꾸만 그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리게 되는군요. 마음을 열어주고 사랑하기는 쉽지만, 결코 쉽게 떠나보내지도 못하고 쉽게 잊지도 못하는 여린 사람 ... 정재형은 이 세상에 살아 숨쉬는 모든 존재들을 정말 깊이 사랑하는 사람 같습니다. 너무 사랑이 깊어서 수시로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 그의 음악 속에 그처럼 어두운 감성이 배어있는 것은 아마도 그래서일 듯 합니다.

서지원이 죽은지도 벌써 15년이나 흘렀건만 아직도 자기가 처음으로 그에게 써 주었던 노래 '내 눈물 모아'를 들을 때마다 상처가 된다면서 눈시울을 붉히던 모습... 퍼피워커로 활동하면서 잠시 돌보던 강아지 축복이와의 이별을 차마 견디지 못해 먼 곳으로 날아가야 했던 마음... 그렇게 외로움을 견디다가 정형돈이 가까운 곳에 왔다니까 뛸 듯이 기뻐하며 얼른 오라고 불러 놓고는 무슨 선물을 사줄까 고민하며 아이처럼 들떠서 기다리던 마음...

그 마음이 왠지 애달프게 느껴져서, 저는 파리돼지앵의 그 신나는 재회를 웃음 반 눈물 반으로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티없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에 저도 행복했어요.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그 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 앞으로도 그 모든 감정들은 정재형의 맑은 영혼 속에서 정제되어 훌륭한 음악으로 탄생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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