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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약속을 지킨 이소라를 향한 감사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는 가수다' 약속을 지킨 이소라를 향한 감사

빛무리~ 2011. 5. 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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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가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으로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을 때, MC였던 이소라 또한 그 풍파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었지요. 저는 그 당시 이소라가 보여 준 태도에 극도로 실망한 나머지, 차라리 그녀가 '나가수' 출연을 포기하고 물러나는 편이 낫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소라의 노래를 좋아한 팬이지만 그녀의 존재가 무슨 태풍의 핵처럼, 한쪽에서는 그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이 작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녀를 감싸느라 혈안이 되어있는 듯한 모양새가 몹시 짜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나가수'가 재개되면서, 이소라는 아주 간결한 말로 제 마음을 한결 풀어 놓았습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자질 논란에 대한 말들도 들었고, 그래서 지금까지의 방송분을 모두 봤다. 내가 잘못한 것이 맞았다. 이제 더 열심히 하고 노래로 보답하겠다" 는 말이었지요. 단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다짐을 약속하는 저 간략한 발언이 무척이나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지 않아서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더 열심히 해서 노래로 보답하겠다던 그녀... 그런데 다시 시작된 무대에서 이소라의 노래는 저의 기대에 살짝 못 미치는 것이었습니다. 좋기는 하지만 새로움이 없었습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에 흐르는 감성은 '바람이 분다' 라든가 '믿음', '제발' 등의 노래에서 거듭 보여준 감성과 전혀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그녀 노래의 주인공은 거의가 이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인입니다. 한때는 서로 사랑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그녀에게 싫증을 느끼고 다른 사람이 좋다며 떠나갔는데, 도저히 애인의 변심을 믿을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주인공은 제발 돌아와 달라며 처절하게 매달립니다. 재미삼아 몇 곡의 가사를 조금씩만 살펴 볼까요?

나만 원한다고 했잖아... 그렇게 웃고 울었던 기억들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져... 지워지는게 난 싫어... 어떻게든 다시 돌아오길 부탁해...  ('제발')

우는 내가 많이 지겨웠나요... 음... 그래요, 이해해요...
많은 밤이 지나 그대 후회되면... 다시 내게로 돌아올테니 다 괜찮아요...  ('믿음')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바람이 분다')

난 괴로워... 네가 나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만 웃고 사랑을 말하고... 또 그렇게 싫어해 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멜로디와 목소리를 배제한 상태에서 가사만 살펴보면 사실 굉장히 비참하고 칙칙한 노래들입니다.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상대방이 지겨워하는 줄 뻔히 알면서 자기를 억제하지 못하고 그 앞에서 울며불며 매달리는 꼴이니까요. 그런데 이 가사들에 감미로운 멜로디가 입혀져서 이소라의 몽환적인 목소리로 표현되면, 무어라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노래로 탄생되곤 하니 정말 신기한 일이라고 저는 늘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 익숙한 감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소라의 노래는 저에게 약간 식상함으로 다가왔었는데, 다음 주의 경연에서 드디어 그녀는 숨겨 놓고 벼르던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군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넘버원'의 재해석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사실 저는 보아의 '넘버원'을 들을 때마다 그 가사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 신나는 댄스곡인데 가사는 더없이 서글픈 시(詩)처럼 느껴졌거든요. 노래의 주인공은 이별을 아파하며 하늘의 달에게 하소연하는데, 그리워하는 대상이 때로는 달 그 자체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 묘하게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소라는 바로 그러한 특징을 살려 자신의 목소리에 최적화된 '넘버원'을 탄생시켰습니다.

보아의 '넘버원'은 슬프면서도 맑은 소녀의 감성을 담았지만, 이소라의 '넘버원'은 훨씬 어둡고 스산하고 괴기적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지옥의 혼령이 부르는 노래 같았다더군요..;; 분명 사랑 노래이긴 한데, 그 사랑을 받는 입장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끼칠 만큼 무서워서 도망치고만 싶은, 그런 사랑입니다.

뱀파이어 영화의 OST 같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제법 그럴듯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망가뜨릴 수밖에 없는 뱀파이어의 위험한 사랑... 그런데 저는 "보름이 지나면 작아지는 슬픈 빛" 이라는 가사 때문에 줄곧 '늑대인간'을 떠올렸습니다. 보름달이 뜨면 모습이 변하는 늑대인간의 서글픈 사랑 같기도 했어요.


이소라 특유의 처절한 감성은 이 괴기스런 분위기 속에서 극대화되었습니다. 부드러운 발라드 가수로만 생각해 왔던 그녀에게 매우 하드한 로커의 이미지가 공존한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게 되었군요. 노래가 흐르는 동안 넋나간 듯 그녀를 바라보던 저는 노래가 끝나자 오싹한 한기에 몸을 떨었습니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뼈가 시리도록 차가운 감성이 온 몸의 내부를 채운 것 같았습니다. 뜨거운 줄만 알았던 사랑이 이토록 차가울 수도 있다니, 이소라가 표현해낸 새로운 세상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이소라의 '넘버원'은 흠잡을 데 없는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아무 변명 없이, 그저 노래로 보답하겠다던 그녀는 어김없이 약속을 지켰군요. 그래서 저는 약속을 지켜 준 이소라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만 이소라와 임재범으로 인해 가수들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버렸으니 큰일입니다. 이미 변신의 종결이 어떤 것인지를 보았는데, 그 이후에 새롭고 다채로운 무언가를 또 기대해도 되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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