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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빛무리~ 2009. 7. 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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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란 참으로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특히 하느님을 섬기는 데에 있어서는 때로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지식을 얻음으로써 더욱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게도 됩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됨으로써,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절실히 깨닫게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많이 안다는 것이
오히려 주님 앞에 스스로 고개를 쳐들 수 없게 할 만큼
자신을 부끄러운 모습으로 만들 때가 있습니다.

아래 글은 앤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저서에서 발췌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주교의 배가 머나먼 섬에서 꼬박 하루를 머물러야 하게 되었다.
이 하루를 되도록 잘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주교는
바닷가를 따라 걷다가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어부 세 사람과 마주쳤다.

장사꾼들에게서 배운 더듬거리는 영어로 그들은 주교에게 설명하기를,
수백년 전에 자기들은 선교사들에 의하여 그리스도 신자가 되었다고 했다.

"우리 사람, 그리스도 신자!!!"

이렇게 그들은 자랑스럽게 자칭하는 것이었다.

주교는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주님의 기도>를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런 말을 들어 본 적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주교는 기가 막혔다.
<주님의 기도> 같은 기본 요소마저 모르는 터에
어찌 그리스도 신자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주교는 물었다.
"그럼 무슨 말로들 기도를 드리고 있소?"

그들은 대답했다.
"하늘을 향해 눈을 쳐들고 이렇게 외치지요.
 ’우리도 셋, 당신도 셋, 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

그들의 기도가 워낙 원시적인 데다가
그야말로 이단적인 성격마저 띠고 있는 데에 주교는 놀랐고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는 데에 온 종일을 투자했다.
어부들은 암기력이 빈약한 학생들이었지만,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기도문을 외웠다.

그래서 적어도 이튿날, 주교 일행이 섬을 떠나기 직전에는
어부들이 기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마디도 안 틀리고 외우는 것을
주교는 듣고 흐뭇해 할 수 있었다.

몇 개월 뒤, 주교의 배가 그 섬을 지나가게 되었다.
마침 주교는 저녁기도를 바치며 갑판 위를 거닐고 있었는데
즐거운 기억이 되살아났다.

자신의 참을성 있는 노력 덕택에
지금 저 외로운 섬에 살고 있는 무지한 어부들 중에
주님의 기도를 정확히 드릴 수 있는 세 사람이 있는 것이다!!!

생각에 잠겼던 주교가 이윽고 눈을 들었을 때
문득 동녘에 아슴프레한 빛이 눈에 띄더니
점점 배를 향하여 다가오고 있었다.

응시하던 주교는 깜짝 놀랐다.
세 사람의 형상이 배를 향해 물 위를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선장이 배를 정지시켰고,
모든 선원은 난간에 기대어 이 놀라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말을 주고받을 만한 거리에 들어오자
주교는 그들을 알아보았다.
아주 잘 아는 사람들... 바로 그 세 명의 어부들이었다.

그들은 외쳤다.

"주교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요!!!
 주교님의 배가 우리 섬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부랴부랴 달려왔습죠."

주교는 경외감에 사로잡혀 떨며 물었다.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들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요...
 주교님께서 가르쳐 주신 그 아름다운 기도문을
 그만 우리가 잊어버리고 말았지 뭡니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여기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더는 아무리 애를 써 봐도 기억이 안 납니다요.

 주교님, 수고스러우시겠지만, 부디 저희를 위해서
 그 기도문을 쭉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십시오."

주교는 자신이 초라해짐을 느끼고, 얼굴을 숙였다.

"착한 형제님들,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기도할 때마다
 ’우리도 셋, 당신도 셋, 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그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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