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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도사' 임권택 뺨 때린 여배우의 실체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릎팍 도사' 임권택 뺨 때린 여배우의 실체

빛무리~ 2011. 3.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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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임권택 감독은 일제 치하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 6.25 전쟁통에서 보냈던 사춘기, 어린 나이에 가출해 부산 영도다리 밑에서 극도의 궁핍을 견디며 연명하던 젊은 시절 등,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당시로서는 수입이 좋았던 군화 제작일을 시작하면서부터 그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군요. 군화 제작일을 하던 선배들은 나중에 어느 정도의 돈이 모이자 서울로 진출하여 충무로에 영화사를 차렸고, 장사에 소질이 없던 젊은 임권택도 그들과의 연을 붙잡고 제작진의 막내로 영화판에 뛰어들었습니다.


그의 연륜은 이미 76세에 이르렀지만, 날카로운 언변과 위트는 젊은이 못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파란만장한 일대기는 그 자체가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흥미롭더군요. 그런데 재미있게 듣다가 중간에 눈살을 확 찌푸려지게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으니, 한 여배우와의 불미스런(?) 사건이었습니다.


'무릎팍 도사'에서 임권택이 털어놓은 일화는 대략 이러했습니다. 그가 연출부 막내였을 때, 주연 여배우 때문에 갑자기 영화 촬영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 여배우는 학력도 굉장히 좋았던 미모의 재원이었는데, 무엇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분장실에서 버티고 안 나오는 바람에 아침부터 오후까지 촬영이 중단된 것이었습니다. 선배 연기자들이 설득을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임권택은 단 한 명의 여배우가 촬영장을 유린하고 있다는 생각에 연출부로서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아직은 영화 일에 대한 사명감도 없던 터라 "안 되면 그만 두지"라는 생각으로 여배우에게 찾아가서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거절했고, 마지막으로 세번째 설득하러 갔을 때도 '안해! 못해!' 라고 외쳤습니다. 그 때 참다못한 임권택이 여배우의 뺨을 세게 때렸습니다.


결국 여배우는 집으로 가버리고 촬영은 무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찍어야 했기 때문에 나중에 임권택이 직접 여배우의 집에 찾아가서 사과를 했는데, 그녀는 영화에 출연해 주는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세 사람이 와서 나한테 빌어야 한다. 뺨 때린 임권택, 그 장면을 웃으면서 지켜 본 제작부장, 나에게 욕한 선배 원로배우" ... 그래서 결국 그녀의 요구대로 세 명이 찾아가서 빌었습니다.

여배우는 임권택에게 "내가 한 대 맞았으니 너는 뺨 석 대를 맞으라" 명령했고, 결국 임권택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그녀에게 뺨 석 대를 맞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임권택에게 맞는 것을 웃으면서 보았던 제작부장도 똑같이 뺨 석 대를 맞았고, 그녀에게 욕을 했던 선배 배우는 개처럼 짖으며 분장실을 기라고 해서 멍멍 소리까지 내며 그렇게 해야 했습니다.



저는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대체 그 여배우의 정체는 무엇인가? 정말 궁금해서 견딜 수 없더군요. 무슨 '싸인'의 강서연이라도 되나? 어느 정도의 배경이 있기에 그토록이나 기세등등한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어쩌면 그렇게까지 모욕할 수 있단 말인가? 임권택은 허허 웃으며 그녀는 지금 미국에서 잘 살고 있노라 말했지만, 저는 그 에피소드를 들은 것만으로 기분이 나빠지고 화가 치밀었습니다. 사람같지도 않은 그 여자가 지금까지도 천벌을 받지 않은 채 잘 살고 있다니 더욱 더 불쾌했습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검색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생각보다 아주 쉽게 알아낼 수 있더군요. 그러다가 의외의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한국 영상자료원 웹진에 올라온 임권택 감독의 인터뷰 기사였는데, '무릎팍 도사'에서 말한 내용과는 디테일한 부분에서 꽤나 차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자료를 읽어 본 후 저의 생각은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래에 제가 인용한 것은 인터뷰의 일부분 내용입니다.


[ 그게 그렇게 간단한 얘기가 아니라고. 김삼화라는 당시 인기 있던 여배우와 일하는데 정창화 감독과 뭔지 불편한 일이 있었나봐. 세트장에 나와야 하는데 안 나왔어요. 정창화 감독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내가 연출부 서드로 일할 땐데 그게 문제가 있다고 본 거요. 전부 기다리는데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지. 그 여배우가 나름 인텔리예요. 자존심이 셌다고. 안양촬영소에서 찍고 있는데 이튿날 또 반복되는 거야 그 사태가. 연출부, 제작부 다 손들었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가 나선거여.

까짓 영화판 뜨면 그만이지, 라고 맘먹고 여배우에게 대든 거지. 촬영하러 가자고 아무리 설득해도 여배우가 안하무인이라 내가 뺨을 한 대 때렸는데 밖에서 제작부장이 보고 있다가 고소해서 웃었다고 그래. 영화에 출연한 어떤 연극배우는 욕을 했고. 일이 더 커져버린 것이지. 이번에는 여배우가 임권택이 사과 안 하면 영화 못 찍겠다고 한 거여. 그려, 영화판 이제 뜨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제작자가 나한테 사정을 한 거예요. 어떻게든 영화는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여배우 방에 들어갔더니 꿇어앉아라 해놓고 뺨 세 대를 때리더군. 덩달아서 내가 여배우를 때릴 때 웃었던 제작부장도 맞았고. 여배우를 욕한 연극배우는 개에 비유한 욕을 했으니 개처럼 기어라, 해서 그렇게 했다고. 분해서 복수하려고 별렀다고. 일주일이면 촬영이 끝나니까.

 
안양 근처 폐광이 있는 데서 촬영하는데 며칠 동안 현장에 못 나가게 해. 끝나고 나면 그냥 보낼 수 없었다고. 그런데 제작자가 여배우를 빼돌린 지프가 경사길을 내려오고 있는 거요. 그래서 그 차 앞에 드러누웠지. 여배우는 하얗게 질리고.(웃음) 하지만 뭐 별수 있겠어요? 그냥 그대로 사태가 끝났어. 김삼화라는 그 여배우는 미국에 이민 가서 살고 있었던 모양인데 언젠가 인편으로 한번 기회가 되면 보자 연락이 왔어요. 나에 대해 배짱이 있고 강직하더라는 식으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더라고. 나도 지금 돌이켜보면 그 배우의 기개, 고집이 괜찮았다고 생각해(웃음). ]


글쎄, 이 정도면 사람같지도 않게 느껴졌던 그 여배우, 김삼화의 입장도 좀 이해가 됩니다. 우선 그녀가 분장실에서 버티며 촬영을 거부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괜히 혼자 심통을 부리느라 그런 것이 아니라, 메인 감독 정창화와의 충돌이 있었던 것입니다.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자존심 강한 인텔리 여배우에게 오히려 감독이 먼저 모욕적인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충돌의 당사자인 정창화 감독이 직접 나서서 사과를 하거나, 혹은 좋은 말로 의견을 교환하고 설득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김삼화가 기다리던 감독은 나타나지 않고, 계속 엉뚱한 사람들만 저물도록 찾아와서 무조건 촬영에 합류하라고 강요했습니다. 꺼림칙한 마음이 풀리지 않았으니 김삼화는 그대로 버틴 것이지요. 

그런데 새파란 연출부 막내가 세 번이나 찾아와서 막무가내로 끌어내려 합니다. 김삼화는 분명히 감독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니, 막내의 부름에 응할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젊은 임권택이 혈기를 누르지 못하고 손찌검을 한 것입니다. 김삼화의 입장에서야 얼마나 기막히고 분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게다가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제작부장은 그 장면을 보며 낄낄 웃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선배라도 개에 비유한 욕설까지 퍼부은 것은 심한 행동이었지요.

전적으로 김삼화의 입장에서만 생각해 본다면, 그녀는 감독과의 충돌에서 자기 입장을 끝까지 표현하려 한 것뿐인데 모든 사람은 일방적으로 그녀만 몰아붙였습니다. 급기야 새파란 막내에게 뺨까지 맞고, 제작부장에게는 비웃음과 조롱을 당하고, 선배에게서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들은 셈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를만도 하군요. 물론 그 이후 주연배우의 위상을 앞세워, 그녀보다 약자인 세 사람에게 몇 배의 치욕을 주며 호되게 보복한 것은 옳지 않았습니다. 김삼화의 속좁은 인품을 드러내는 언행으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지요. 하지만 사건의 자세한 내용을 알고 나니 무조건 그녀만 나쁘다고 매도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저는 '무릎팍 도사'에서 드러난 내용만 듣고 화가 난 나머지, 어떻게든 그 못된 여배우의 이름을 찾아내어 단단히 성토하는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인데, 검색 결과 찾아낸 자료를 보고 나서는 오히려 김삼화를 변호하는 입장에서 글을 쓰고 말았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반응은 180도 달라질 수 있음을 새삼스레 느끼는 계기가 되었네요. 웹진의 인터뷰에는 그 여배우가 왜 촬영을 거부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와 있었고, 모든 촬영이 끝난 후 임권택이 그녀에게 행했던 일종의 재복수(?)도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연락할 때에는 서로의 기개와 고집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좋은 인상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내용까지 나와 있었습니다. 이건 꽤나 중요한 내용들이에요.

그런데 '무릎팍 도사'에서는 왜 이와 같은 내용이 방송되지 않았을까요? 중요한 부분들이 생략되다 보니 삽시간에 한 여배우가 인간 이하의 말종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의 가능성이 존재하겠군요. 그 하나는 임권택이 웹진의 인터뷰에서처럼 자세한 내용을 말했지만, 제작진이 고도의 편집 기술을 발휘해 짧게 줄였을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를 말할 때 임권택의 발언은 물 흐르듯 이어졌고, 중간에 끊긴 느낌은 전혀 없었거든요.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의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립니다.


사람의 감정이란 언제나 똑같은 것이 아니죠. 임권택 또한 사람인지라, 예전에 웹진 인터뷰를 할 때는 너그럽게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무릎팍 도사' 녹화를 할 때에는 과거의 치욕이 되살아나며 불쾌해지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그 여배우의 이미지를 좀 더 나쁘게 표현했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만 할 줄 알면 누구나 그녀의 이름을 찾아낼 거라는 데까지는, 임권택의 연령으로 보아 생각이 미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제가 이쪽 가능성에 좀 더 비중을 두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임권택이 수십년간 강호동을 밉상으로 생각해 왔다는 점입니다. 임권택은 씨름의 제왕 이만기의 광팬이었는데, 신인 강호동이 혜성처럼 나타나 이만기를 거침없이 메다 꽂던 그 순간의 분노(?)를 아직도 잊지 않고 뒤끝을 불태우는 중입니다. 그게 벌써 20여년 전의 일인데 말이죠. 이 정도 뒤끝이라면 여자 앞에서 무릎 꿇고 뺨을 석 대나 얻어맞은 치욕의 기억은 50년이 흘러도 생생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강호동에게 한 말들은 모두 농담이었고, 김삼화의 일도 이제는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정도겠지만 글쎄...... 100% 그렇기만 할까요? ㅎㅎ 


각설하고... 역시 세상 일을 판단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같은 인물, 상황이라도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색깔이 완전히 바뀝니다. 같은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르며, 모든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은 언제나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아무리 공들여서 충분한 표현으로 말한다고 해봤자, 또 오해하는 사람은 늘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말하는 것은 어렵고, 글을 쓰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블로거 활동도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뭐, 별 수 있나요? 그저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보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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