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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김태원의 측은지심, 나를 울리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 김태원의 측은지심, 나를 울리다

빛무리~ 2011. 2. 1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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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제목을 정할 때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김태원이 제자들을 선택하는 데에도 분명한 기준이 있을 것이며, 그들의 재능을 인정했고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선택했을 것입니다. 재능과 실력도 없어 보이는데 단지 불쌍해 보여서 뽑았다는 식으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그래도 '측은지심'이라는 단어를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보면서 엄청나게 꽂혀버린 단어가 바로 '측은지심(惻隱之心)'입니다. 고은성(한효주)은 자기 혼자 버텨내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정신을 잃고 길에 쓰러진 장숙자(반효정) 할머니를 보고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했으며, 병원비 일체를 부담한 것은 물론이고 그 할머니를 자기 자취방으로 모시고 돌아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정신이 돌아온 장숙자는 은성이를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못되게 굴었지만, 속상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은성이는 생면부지의 할머니를 내쫓지 않았습니다. "왜 나를 안 내쫓니? 내쫓으면 될 거 아니냐?" 라고 장숙자가 물으니 "제가 쫓겨나 봤는데 어떻게 그래요!" 하고 절규하듯 대답합니다.

훗날 은성에게 전재산을 물려주기로 결심한 장숙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은성이에겐 측은지심이 있어. 그건 동정심과는 달라. 동정심은 그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이지만, 측은지심은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마음'이거든. 동정심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지만, 측은지심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지."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러했습니다. 마음으로 느끼는 데서 끝나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사람이 훨씬 더 많지요. 직접 자기 손을 내밀어서 꼭 붙잡아 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남에게 동정받는다는 것은 불쾌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측은지심이란 동정심과는 또 다릅니다. 저는 김태원이 손진영, 양정모, 백청강에게 측은지심을 느꼈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가엾어서'가 아니라 '안타까워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손진영은 처음 보는 순간부터 김태원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참가자입니다. 이제껏 손진영을 지켜보면서 제가 느낀 점은, 평범 이상의 가창력을 지녔으나 다른 참가자들에 비한다면 그리 높이 평가할만한 실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와 외모에서도 특별히 어필할만한 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창력과 스타성, 두 가지 부문에서 모두 경쟁력이 뒤처지는 손진영이지만, 결국 김태원은 끝까지 그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선택받은 후 김태원의 등 뒤에 앉아서 아주 오래도록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손진영의 모습에, 저절로 제 눈에도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 사무치는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김태원은 손진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나중에 말해주겠노라고 했는데,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 뭔가 개인적으로 특별한 사연이 있는 모양입니다. 어쩌면 아픈 기억 속의 누군가가 손진영의 모습에 자꾸만 오버랩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하여튼 손진영은 '위탄' 참가를 계기로 새로운 아버지를 얻었습니다. 1년여 전, 길에서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충격을 받고 삶의 의욕을 잃었다가 노래를 통해 다시 기운을 차렸다는 손진영에게, 김태원은 앞으로도 명실상부한 아버지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손진영 역시 듬직한 맏아들처럼 김태원의 삶에 큰 힘이 되어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줄곧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 준 양정모가 탈락 위기에 몰렸던 것은 매우 뜻밖의 사태였습니다. 양정모 역시 스타성은 뒤처지는 편이었으나, 가창력은 그만하면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은미는 파워풀한 가창력의 이진선을 제자로 선택했고, 우락부락한 모나리자 이태권은 무려 3명의 멘토가 앞다투어 데려가겠노라 경쟁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추세로 보아 양정모도 무난히 이 관문을 통과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선뜻 그에게 손을 내미는 멘토가 없는 것을 보고 많이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으나, 멘토들의 눈에는 큰 결점이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탈락시키기에는 너무 아까운 재능을 지닌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2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꿈을 찾아 도전하면서, 15kg 감량이라는 부수적 고난까지 감내해 왔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그 재능을 꽃피울 기회는 다시 잡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김태원의 측은지심이 여기서 발휘되었습니다. 이미 이태권과 손진영을 선택하여 벌써 2명의 제자를 거느렸으면서, 김태원은 다시금 손을 번쩍 들어 양정모를 끌어올렸습니다. 꼼짝없이 탈락하는구나 싶어서 잠시 깊은 절망을 맛보았을 양정모는, 손진영과 똑같이 김태원의 등 뒤에 앉아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중국에서 온 참가자 백청강은 뼈만 남았을 정도로 앙상하게 야윈 몸과, 심한 감기에 걸려 노래하기조차 힘겨워 보이는 모습 때문에 모든 멘토들의 안스러운 시선을 받았습니다. 이은미는 녹화가 끝나면 그를 데려가서 고기라도 실컷 사주고 싶다 말하더군요. 혼자 머나먼 객지까지 와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도 힘들었을 텐데, 제대로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 온갖 혹평을 받으며 노래 연습에 매진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가 한 눈에 보였습니다. 중국에서부터 의지하며 함께 왔던 한호가 지난 주에 탈락해서 돌아간 것도 꽤 큰 충격이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은미에게 줄곧 지적당해 온 콧소리는 오히려 더욱 심해져 있었습니다. 건강한 몸 상태에서도 그랬는데, 감기에 걸렸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가창력과 스타성 면에서 모두 조금씩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우 안타깝지만 백청강의 탈락은 예정된 수순처럼 보였습니다. 다른 멘토들이 조용히 외면하는 가운데, 김태원만 홀로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며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멘토 1인당 선택할 수 있는 제자는 4명뿐인데, 김태원의 등 뒤에는 이미 3자리가 차 있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이던 김태원은 결국 백청강의 야윈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그 간절한 모습을 보며 차마 돌아서지 못했던 것입니다. 백청강도 역시 손진영, 양정모와 마찬가지로 폭풍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로써 김태원의 제자 4명은 초반에 일찌감치 선정되었습니다. 마지막에 뽑힌 백청강만 제외하면 이태권, 손진영, 양정모는 모두 우락부락하고 덩치 큰 사내들이라, 무슨 공포의 외인구단 같기도 하고 (김태원 본인의 말^^) 국민할매 김태원의 전담 보디가드 팀처럼 보이기도 하더군요. 그 덩치 큰 사내들이 김태원의 품에 안겨 (상징적 표현) 눈물을 참지 못하고 펑펑 우는 모습들은 참으로 따뜻하고 흐뭇한 광경이었습니다.

김태원이 5명 멘토 중에서 1등을 하고 싶었다면, 그러니까 자신의 제자가 '위대한 탄생'에서 꼭 우승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와 같은 선택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태원에게는 또 다른 욕심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 또 다른 욕심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 것도 같지만, 아직은 섣불리 뭐라 말할 수가 없네요. 하여튼 김태원, 보면 볼수록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저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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